[해외작가]헬렌 반 미네(Hellen van Meene), 나를 이끄는 너, 여성을 말하다

얼마 전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대서양을 2주에 걸쳐 배로 건너,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환경 포럼에 참여했던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그녀는 거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격앙되어 “학교에 있어야 할 내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여기에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은 도난당했다”며, 환경대책을 소홀히 하고, 환경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는 여러 국제 리더와 자본주의 기업들에 호소했다.
 

 
 
Hellen van Meene,
Greta Thurnberg
ⓒHellen van Meene


네덜란드 작가 헬렌 반 미네(Hellen van Meene)는 이 소녀를 촬영하기 위해 소녀의 고국 스웨덴을 찾는다. 그녀는 이 소녀의 메시지가 주는 울림 그리고 그녀가 보여주는 일련의 활동 안에서, 평소 작가적 주제로서 즐겨 작업하는 소녀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때로는 잔다르크로, 오펠리아로 또는 아직 자기 존재와 그 안에 갇힌 아름다운 자아를 인지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변해가는 변화의 상징으로서 그들의 새로운 미래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하게 돼서 영광이다. 사진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이 당신의 작품을 어디선가 보았고, 이미 알고 있는 시리즈도 있다. 우선 요즘 진행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은 “일곱 가지 자비”와 그 작업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일곱 가지 죄악”에 대한 시리즈이다. 2018년에 “일곱 가지 자비” 시리즈를 시작하였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것, 감옥에 있는 사람을 방문하는 것,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 죽은 사람을 묻어주는 것, 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옷을 주는 것,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지낼 곳을 주는 것이다.
 

이 시리즈를 끝낸 후 나는 자연스럽게 일곱 가지의 죄악에 이끌리게 되었고 곧이어 작업을 고향에서 시작했다. 일곱 가지 죄악은 복수, 욕망, 고뇌, 질투, 소유 등이다. 첫 작업은 소유욕이었다. 나는 한 소년 소녀 커플을 찾아내었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할 때 우리가 갖는 소유욕 또는 독점욕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후 베를린에 가서 오래된 호텔을 찾았고, 그 호텔의 배경이 흥미로웠다. 스튜디오가 되어준 호텔방은 흥미로운 실내를 갖고 있었고 인터넷에서 그 히스토리를 찾을 수 있었다.
 

 
 
▹Hellen van Meene,
The Seven Sins-Envy
ⓒHellen van Meene


곧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두 명의 아프리카계 미국 흑인 소녀를 찾아 연락을 했고, 중고 의류점에서 적당한 의상을 찾았다. 나는 작업에서 모델의 의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브랜드가 없고 오래된 빈티지의 옷이 작품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을 위해서 푸른 옷을 골랐고, 그들의 부모님을 불러 설명하기 시작했다. 질투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질투는 보통 좋은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나는 그들에게 질투를 일으키기 위해 한 명을 칭찬하며,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Hellen van Meene,
Funeral flowers
ⓒHellen van Meene
 

당신의 작업에서 소녀, 나아가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은 정신적으로 또 때로는 육체적으로 일종의 변화 또는 변신의 과정 중에 있는 듯하다. 당신이 그들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대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이다. 내 작업의 특징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여러 레이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보기에 그럴듯하고, 보기에 아름다운 사진 이미지를 재생산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진을 보고 그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더 많은 작품이 좋다. 소녀를 찍으면서 그들의 아름다움이 사진을 통해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들이 하고 있는 행동 또는 모습 뒤에 숨겨진 감정 그 복잡하고 미묘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사진 이미지 안에 들어있게 하고 싶다. 웃고 있거나 울고 있거나 단순한 하나의 표정이나 상황이 아닌 가려진 이야기들이 더 많은 그런 이미지를 작업하기를 원한다. 이는 내 작업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기본 특징으로, 최근 작업인 “일곱 가지 자비”와 “일곱 가지 죄악”을 통해서도 드러내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미지를 볼 때 정확하게 그것이 어떤 것이지 금세 알아채기보다는 무엇일까, 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Hellen van Meene,
Untitled ⓒHellen van Meene


모델은 어떻게 찾고 섭외하는가?
 
거리에서 직접 캐스팅하는 경우도 있고 보통은 전문적인 모델 에이전시를 통해 모델을 섭외하는 편이다. 작업을 할 때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의 집중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모델 에이전시에서 소개받는 전문적인 모델이 그 전문성 때문에 자연스럽지 못한, 뛰어난 포즈를 보여줄 수 있다. 자연스러움을 원할 때는 직접 거리에서 캐스팅하기도 한다. 포즈를 잘 취하는 모델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더 많이 보여주는 모델이 좋다.
 
 
Hellen van Meene,
Untitled ⓒHellen van Meene


주제와 소재의 접근 중 하나로 사람의 머리카락을 이용하는 작가로서, 머리카락의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인간 신체의 부분으로 지닌 다양한 의미의 가능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감한다. 당신의 작업에서 소녀의 특징 중 하나로 또는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로 머리카락에 대한 많은 고민이 느껴지는데, 이는 고전적 해석의 오필리아의 레이어인가 아니면 당신만이 표현하고자 하는 다른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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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늘 나에게 중요한 장치나 도구 중 하나이다. 머리카락은 아름다운 대상 중 하나이고 여러 연출을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전이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동화 속 라푼젤이 머리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갇혀 있는 공간에서 탈출을 시도한 것처럼 말이다. 2000년에 일본을 여행할 때 한 명의 아름다운 일본 소녀를 발견했고, 아름다운 나무 아래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이용해 촬영했다. 이후로 나는 머리카락으로 다양한 연출을 시도했다. 그래서인지 아마도 모델 중에 짧은 머리의 모델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최근에 스웨덴의 십 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포트레이트를 타임(Time)지를 위해 촬영했다. 당신이 보고자 했던 그레타는 어떤 모습이었는가?
 
타임지의 요청을 받고 나와 어시스턴트 그리고 내 딸은 크레타 툰베리를 만나기 위하여 함께 스웨덴에 동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트레이닝복과 후드티를 입은 십 대 소녀의 모습으로 촬영했지만 나는 그녀가 주는 메시지에 착안하였다. 그레타의 십 대라는 나이나 입고 있는 의상 등 변화하는 겉모습을 초월해 그녀가 우리에게 변치 않을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표현하고 싶었다. 운 좋게도 초록색 드레스를 가져갔고, 이를 이용해 그녀를 그녀임과 동시에 시간을 초월하는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십 대의 그녀는 운동복이나 청바지를 입겠지만 그녀의 메시지는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우리에게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시간을 뛰어넘는 존재로,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의상을 선정한 것이다. 초록색 드레스와 회색 건물의 조화, 그것이 만들어내는 내러티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Hellen van Meene,
Untitled ⓒHellen van Meene

 
소녀에서 동물, 인테리어와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으로 넓혀간 주제적 접근이 눈에 띈다. 다양해진 이러한 변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아이가 태어나면 한동안 엄마의 젖을 물고 모유를 먹다가, 점차로 우유에서 이유식으로 그리고 적당한 유동식을 먹듯, 내 주제적 접근도 조금씩 그때그때 관심사에 맞춰 다양해지고 넓어진 것 같다. 모델의 인종과 나이의 변화도 그러한 자연스런 맥락에서 변화해가고 더 넓어진 것이다.
 

여성을 찍는 여성 사진가들에게 나아가 포트레이트를 작업하는 모든 사진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작업을 할 때 사진을 집에 얼마 동안 걸어놓고, 지나가면서 꾸준히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사진을 찍자마자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해 사진을 발표하면 사진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들을 듣게 되는데, 그것들은 자신이 사진을 바라보고 사진을 분석하고 고민할 시간을 앗아간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전에 집에 걸어놓고, 정확하게 그 작업을 몇 달 동안 바라보다 보면 그 작업이 좋은 작업인지, 나의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고, 스스로 무언가를 느끼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래서 작업을 한 이후에 며칠 아니 몇 달 동안 작업을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놓고 계속 들여다보기를 권하고 싶다.
 

헬렌 반 미네(Hellen van Meene, 1972~)는 네덜란드 사진가로서 특유의 포트레이트로 유명하다. 1996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Coles HQ in London(2000, 2008), The Museum of Contemporary Photography in Chicago(2002), Folkwang Museum in Essen(2007), Fotomuseum Winterthur(2008)에서의 전시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사진집으로는 『Japan Series』(Walther Konig, 2003), 『Portraits』(Aperture, 2005), 『New Work』(Schirmer/Mosel, 2007), 『Tout va disparaître』(Schirmer/Mosel, 2009), 『The Years Shall Run Like Rabbits』(Aperture, 2015) 등 이 있다.
 

허숙영(Sookyoung Huh)은 대학에서 사진학과 파인아트, 큐레이터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스웨덴 아이디 아이 갤러리(ID:I gallery) 보드 멤버이다. 영국과 스웨덴을 오가며 작가와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웨덴 사진 잡지 「Verk」에 기고한 바 있다.
 

 
 
글 : 허숙영Sookyoung Huh 해외 필진
이미지 : Hellen van Meene

 
 해당 기사는 2019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