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토마스 | 달콤하게 시린 삶과 쓴 희열의 향수


Bittersweet 01, 2013 ⓒChristopher Thomas / courtesy of the Ira Stehmann Fine Art
 

크리스토퍼 토마스(Christopher Thomas, 1961년, 독일 태생)는 인간이 즐거우면서도 슬프고,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작가는 작품에 죽음과 삶, 쾌락과 고통, 향수와 후회 같은 모순된 것들을 혼합하고 마치 매우 신 맛이 나는 레몬주스에 설탕을 곁들인 것이라며 음료수에 빗대어 작화 의도를 밝혔다. 모순된 상황을 한 프레임에 배치시키는 크리스토퍼 토마스(Christopher Thomas)의 전시가 2021년 6월 7일부터 8월 31일까지 독일 뭔헨의 아이라 슈테만 파인 아트(Ira Stehmann Fine Art)에서 개최되고 있다.

작가의 <비터 스윗(Bitter Sweet)> 시리즈 명은 쓰면서 달다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순적 의미의 단어이다. 원래 이 시리즈는 두 개의 다른 시리즈였다. 한 시리즈는 행복이라는 주제인 <Glückseligkeit>이고 다른 시리즈는 유년기와 죽음에 대한 <Transitions>이다. 작업 과정에서 두 시리즈에서 상통하는 맥락을 찾아내고 통합하여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중간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어졌다고 작가는 회상한다. 시리즈의 특징은 주 피사체가 강렬한 인공조명으로 인해 배경의 약한 자연광과는 대조적으로 화려하게 드러나며 주 피사체에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주 피사체와 배경의 색이 대비를 이루고 배경의 단색톤은 단색화를 보는 듯이 담담하다 못해 쓸쓸하다.


 

Bittersweet 102, 2020 ⓒChristopher Thomas / courtesy of the Ira Stehmann Fine Art
Bittersweet 103, 2020 ⓒChristopher Thomas / courtesy of the Ira Stehmann Fine Art



Bittersweet 60, 2004 ⓒChristopher Thomas / courtesy of the Ira Stehmann Fine Art
Bittersweet 26, 2016 ⓒChristopher Thomas / courtesy of the Ira Stehmann Fine Art


작품의 특징은 광야에 회전목마가 있는 이미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p.37) 파란 색감이 지배적이며 중간의 피사체가 인공조명으로 인해 밝게 빛나는데 파란색의 우울함과 회전목마가 주는 향수에 젖어든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에 놀이 공원에 갔을 때의 설레임이 회상되지만 목마 주위를 둘러보면 휑한 갈색 들판과 야산밖에 없다. 주 피사체의 이미지는 유년기의 향수를 자극해 개개인의 경험을 작품에 투영하게 하지만 삭막한 주변 환경은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진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작품의 주된 의도라고 작가는 말하였다. 범퍼카나 회전 그네의 이미지에서도 동일한 흐름이 이어진다.(p.38, 39)

지저분하고 허름한 술집에 암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사진은 원색에서 변모한 외벽, 쿠션이 없는 철제 의자, 구부러진 낡은 우수관이 허름한 싸구려 술집의 기억을 소환한다.(p.40) 또 다른 이미지인 부두 위 건물사진은 구름의 극적임과 모래사장에 있는 동물의 뼈를 연상시키는 비닐 쓰레기, 파도의 텍스처와 반사되고 있는 붉은 빛이 극적 긴장감을 자아낸다.(p.42)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찍힌 캔디랜드(Candyland)의 이미지에 관해 작가는 다른 이미지와는 다른 점을 강조한다.(p.41) 작가는 이 이미지를 빼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는데, 이 사진의 이질감으로 시리즈의 통일성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미지를 계속 보다가 사진 속 인물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었다. 가게 안에 당뇨병으로 인해 다리를 절단한 사람이 사탕가게를 어슬렁거린다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사탕이 주는 쾌락과 기쁨, 탐닉을 통한 고통을 만들어 내게 되었고 시리즈를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를 이 이미지 안에서 찾았다.


 

Bittersweet 98, 2004 ⓒChristopher Thomas / courtesy of the Ira Stehmann Fine Art
Bittersweet 11, 2016 ⓒChristopher Thomas / courtesy of the Ira Stehmann Fine Art


Bittersweet 48, 2015 ⓒChristopher Thomas / courtesy of the Ira Stehmann Fine Art


작가는 이 시리즈를 20년 동안 촬영하였고, 앞으로도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세 가지 방법으로 촬영을 한다. 첫째가 남아공 들판에서 회전목마를 설치한 것같이 촬영 계획을 세워 촬영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어사인먼트를 수행하기 위해 방문한 장소에서 우연히 피사체와 배경을 발견하는 경우이다. 술집과 부두사진이 이렇게 촬영한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촬영 장소를 탐색과 추천을 통해 찾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취재 도중 한국에 그의 작품처럼 삶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한국이지만 작가가 언젠가 낯선 또 다른 한국의 이미지를 선사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글 전경배 기자
해당 기사는 2021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