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마카오 아트 마켓에서 만난 사진들 ③

HK PHOTOBOOK FAIR
한 자리에 모인 아시아의 사진책들


뉴욕을 흔히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라고 부르지만, 홍콩 역시 그와 비견할만한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이다. 동양과 서양문화가 근 100년의 세월동안 섞여온 홍콩은 아시아 예술인의 만남의 장이자 요충지로써 적절한 지리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미국, 유럽 작가들에게 홍콩은 중국이란 거대한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고, 아시아 작가들에게 홍콩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사이에 위치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방문하기 쉬운 도시이다.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기간 동안 이런 홍콩의 지리적, 문화적 요충지인 특성을 살린 위성행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데 〈홍콩 포토북 페어HK PHOTOBOOK FAIR〉도 그 중 하나이다. 아트 바젤이나 아트 센트럴 같은 대규모 페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고, 분위기도 캐쥬얼하고 자유로운 편이지만, 사진과 사진책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꼭 들려볼만 한 행사이다. 아시아 사진작가들이 출판산 사진책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보고, 사진책 출판사 및 갤러리스트, 기획자 등 아시아 각국의 사진계 인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4회 째를 맞은 〈홍콩 포토북 페어〉는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아트바젤 홍콩이 열린 홍콩 컨벤션 센터 바로 옆에 위치한 홍콩아트센터에서 열렸다. 20여개의 사진책 출판사가 참여했는데, 이 중 9개가 일본 출판사로 Akaak Art Publishing, Case Publishing 등이 참여했다. 홍콩에서는 Chan Wai Kwong 과 Photography Is Ast 등 6개 출판사가 참여했고, 이 밖에도 프랑스 출판사 2개, 중국 출판사 2개, 대만 출판사 2개가 참여해 각 출판사의 대표 사진책과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했다. 4회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아직 한국 사진책 출판사의 참여는 없었는데, 홍콩 포토북 페어를 기획한 마크 피어슨 Mark Pearson 젠 포토갤러리(Zen Foto Gallery) 대표는 “향후 한국 사진책 출판사나 작가들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마크 피어슨 대표를 홍콩 포토북 페어 현장에서 만났다.   

 


마크 피어슨 ⒸOkiro

홍콩 포토북페어 전경 ⒸOkiro

〈홍콩 포토북 페어〉를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지난 2015년부터 열었다. 원래 나는 일본에서 거주하며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홍콩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홍콩에서 사진과 관련된 예술행사를 열고 싶어 포토북 페어를 개최했다. 첫 회에는 홍콩아트센터에서 열었고, 그 다음에는 하버뷰 호텔에서 행사를 열었는데, 2017년부터 다시 홍콩 아트센터에서 개최하고 있다. 홍콩아트센터가 아트바젤 홍콩과 위치적으로 가깝기에 아트바젤을 들리는 방문객들이 이곳을 찾기 쉽기 때문이다.

사진 페어가 아니라 사진책 페어를 연 이유가 있다면?
이 페어에서는 홍콩,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출판된 아시아 사진책을 중심으로 다룬다. 홍콩은 예술작품 무관세 지역이기에 예술작품을 거래하는 많은 페어가 있고, 그 중에는 물론 사진작품도 많이 거래된다. 하지만 사진책을 중심으로 한 페어는 없었다. 일본이나 파리 등에서는 사진책 페어를 종종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사진책을 중심으로, 특히 아시아 지역 출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포토북 페어를 기획했다.

홍콩의 사진책 시장은 어떠한가?
사실 홍콩에서 사진책이 그리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 사진책에 대한 수요가 일본만큼은 아니고, 또 최근들어 일본도 사진책이 많이 판매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홍콩 포토북 페어가 1회 열렸을 때, 각 출판사들이 준비했던 사진책을 다 완판하고 돌아갔다. 물론 처음이다 보니, 수요를 적게 예측하고 적게 준비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도 1회 행사의 판매성과는 고무적인 일이었다. 아무래도 아트바젤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예술계 관계자 및 애호가들이 홍콩을 방문하고, 또 그 중에 사진에 관심있는 이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방문하다 보니 사진책 판매율은 지금도 높은 편이다.

한국 갤러리는 참여한 적이 없는가? 없다면 그 이유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아직 우리가 한국 사진책 출판사에 대해 많은 정보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다음에는 한국 사진책 출판사가 참여한다면 아시아 사진문화의 발전을 위해 더욱 기쁠 것 같다. 우리는 사진책 출판사뿐만 아니라 개인 작가의 부스 신청도 받고 있으니 작가가 독립출판을 했다면 참여를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홍콩 포토북 페어의 다음 계획이 있다면?
다음 계획은 그냥 내년 페어를 잘 여는 것이다. Next Step? Next Fair.(웃음) 홍콩 포토북페어가 사진과 사진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만남의 장이자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시아의 사진 허브를 꿈꾸다
제1회 포토 마카오 Photo Macau 개최


사진, 영상, 뉴테크놀로지 아트로 특화한 아트페어
이런 의문 속에 방문한 ‘포토 마카오 Photo Macau’는 기대 이상으로 새로운 아트페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에 걸쳐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Venetian Hotel)에서 열린 ‘포토 마카오’는 아트바젤 홍콩보다 이틀 앞서 개최됐다. 마카오와 홍콩은 배로 약 1시간 거리기에, 홍콩 아트바젤을 찾는 방문객들이 마카오 포토페어를 먼저 방문할 수 있도록 일정을 맞췄다.

마카오 포토페어는 사진과, 영상 이미지로 특화시킨 페어로, 올해는 독일, 한국, 대만, 마카오, 홍콩에서 총 6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1회로 처음 열린 행사임을 감안해도 참여 갤러리 수가 많지가 않은데, 이에 대해 주최측은 “갤러리 참여 부수를 무턱대고 늘리기 보다는, 참여하는 갤러리와 작가들의 수준을 보며 엄선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독일 Anita Beckers 갤러리, 대만 Cultogethery 갤러리, 마카오 DNA Macau 갤러리, 홍콩 Osage 갤러리 등이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The Reference가 참여했다.

한국의 The Reference는 김태동, 김진희, 신미경, 양승우, 백승우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양승우 작가의 작품이 현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해외 유명 컬렉터에게 판매되는 등 좋은 성과를 얻었다. Wallpaper 온라인 뉴스판은 포토 마카오의 The Reference 전시에 대해 “(포토 마카오에서) 시작한 지 몇 주밖에 안된 신생 갤러리인 ‘The Reference’의 전시가 가장 흥미로웠다. 사진 프린트 위에 자수를 놓은 김진희 작가의 작업이나 백승우의 건축사진을 포함한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인상 깊게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The reference의 김정은 대표는 “작품 판매 외에도, 참여 작가들이 이번 페어를 통해 해외 사진·예술계 인사들에게 작품을 알리고 교류하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했다.


 

지난 3월 25일, 마카오 포토페어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아트 컨설턴트 Gregory Lang과 독립 큐레이터 Johann Nowak, 한국 토탈 미술관의 신보슬 수석 큐레이터, 뉴미디어 아티스트 Tamas Waliczky 등이 패널로 참여해 ‘디지털 아트: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라는 주제로 논의했다. 
 
 
사진·영상 예술을 주제로 수준 높은 심포지엄 진행
이번 행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세계적 작가들이 참여한 특별전과, 심도 깊게 진행된 심포지엄이다. 아트 페어가 단지 작품을 거래하는 시장으로서의 역할만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대담을 통해 관객이 동시대 미술 흐름을 이해하고, 논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아트 행사라는 측면에서 기획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이번 페어에서는 각 갤러리들의 쇼케이스와 별개로, 3개의 기획전을 하이라이트 섹션에서 선보였는데, 특히 독일 패션 사진작가 호스트.P.호스트(Horst P.Horst 1906-1999)의 흑백사진이 아시아 최초로 특별회고전 형태로 공개됐다. 빛을 절묘하게 조절해 사물을 마치 조각같이 찍은 호스트의 흑백사진들은, 강렬한 붉은색 벽을 배경으로 전시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와 함께 미디어 아티스트 Jeffery Shaw, Peng Lin, Chang Tsong-Zung, Sarah Kenderdine이 참여한 프로젝트 ‘Body of Confucius’ 비디오 설치 작업 전시도 함께 선보였다.

한편 포토 마카오에서는 수준 높은 심포지엄으로 관람객들의 사진, 영상 작업에 대한 이해를 도왔는데, 24일, 25일 양일간 진행된 이 심포지엄에는 큐레이터, 학자, 작가 등이 다수 참여했다. 24일에는 뉴미디어 아티스트인 Jeffery Show가 ‘새로운 미디어 아트와 디지털 문화 유산’에 대해 강의했고, 25일에는 ‘디지털 아트: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라는 주제로 아트 컨설턴트 Gregory Lang과 독립 큐레이터 Johann Nowak, 한국 토탈 미술관의 신보슬 수석 큐레이터, 뉴미디어 아티스트 Tamas Waliczky 등이 토론에 참여해 디지털 비디오 아트시장의 현재와 대안에 대해 논했다. 같은 날 〈사진 아카이브의 복수The Revenge of The Photographic Archive〉 라는 주제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Joerg Bader 제네바 사진 센터 디렉터와 Charles Merewether 2006 시드니 비엔날레 아트 디렉터,  Emerson Kun-Seng Wang 2016 아트 타이페이 운영디렉터 등이 참석해, 역사 속 아카이브 사진이 어떻게 제작됐고, 촬영됐으며, 이용됐는지, 아카이브 이미지의 속성에 대한 심도 깊은 대담이 오갔다. Charles Merewether는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크메르 루즈의 집단 학살 희생자들의 사진 아카이브에 대해 발표해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후 방청객과의 문답시간에서 아카이브 사진의 정의와 의의, 이를 보는 태도에 대해 열띤 토론이 오갔다. 심포지엄 행사의 마지막에는 독일 콜렉터인 Mario Von Kelterborn이 자신의 소장 작품과 소장 철학에 대해 발표해, 일반 방청객은 물론 예술계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Shinjuku Lost Child 001, 2016, Gelatin Sliver Print Ⓒ 양승우


Lillian Marcuson, New York, 1950 Ⓒ Horst.P.Horst


올해 포토 마카오는 비록 행사의 규모는 작았지만, 수준높은 특별전, 밀도 깊게 진행된 심포지엄 등에서 새로운 아트 페어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오는 6월에는 홍콩과 마카오, 중국본토인 주하이를 잇는 대교가 개통되면서, 홍콩에서 마카오, 중국까지 해로가 아닌, 육로를 이용한 방문이 가능해진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예술시장의 규모와 위상을 생각해 볼 때, 그리고 홍콩이 이미 예술품 면세지역의 받는 혜택으로 예술 컬렉터의 천국이 된 점을 생각해 볼 때, 경제적, 지리적으로 인접한 마카오 포토페어의 성장잠재력은 크다고 볼 수 있다. 올해보다 내년의 포토 마카오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고향인 마카오를 위해 기여하고 싶었다”
세실리아 호(Cecilia Ho) 포토 마카오 디렉터


세실리아 호는 포토 마카오의 기획자이자, 그 스스로도 화가이자 사진작가이자, ‘Red Balloon’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퍼포먼스 비디오 예술가이기도 하다. 마카오에서 나고 자란 그는, 자신의 고향인 마카오가 단지 카지노의 도시로만 기억되기를 원치 않았다. 마카오는 카지노 랜드이기 이전에 중국과 포루투칼의 문화가 교차하며 독특한 마카오만의 오랜 문화 유산과 전통을 가진 문화예술의 도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실리아 호는 “이런 마카오의 문화 유산을 기반으로, 포토 마카오 페어가 자리잡아, 마카오가 사진, 영상 예술의 허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마카오에서 아트 페어를 열게 됐나?
그거야 내가 마카오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카오 걸(Macau girl)이기 때문이다.(웃음) 나는 항상 마카오를 위해 무언가 기여하고 싶었는데 ‘포토 마카오’는 그런 의도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마카오는 사진과 영상, 뉴테크놀로지 아트를 선보이는데 적합한 장소이다. 마카오가 관광객들을 위한, 카지노 도시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기에, 우리는 마카오 정부에게 “세계 수준의 예술 도시를 만들자”고 이 기획을 제안했다.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맞춰 행사를 연 이유는?
아트바젤 홍콩의 성공으로, 같은 시기 열리는 홍콩 예술주간 동안 홍콩 예술공간들은 이미 행사들로 가득 찼다. 그렇다면 왜 마카오에서 예술 행사를 기획하지 않는가? 게다가 마카오는 홍콩과는 다른 문화와 풍경이 있어서, 홍콩과는 다른 문화 체험을 원하는 방문객들은 1시간 남짓하는 보트를 타고 오면 된다. 게다가 3달 후에는 마카오와 홍콩, 주하이를 잇는 다리가 개통해서, 이제 홍콩에서 차를 타고 마카오를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된다.

이게 마카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상상할 수 있겠나? 내년 포토 마카오를 방문할 때는, 홍콩에서 차를 타고 약 2~30분만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중국 정부는 광둥(廣東) 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함께 경제산업지구로 개발하는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지역의 GDP는 벌써 캐나다의 GDP를 능가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10년 안에 이 지역이 뉴욕이나 도쿄 같은 경제특구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마카오는 더욱 성장할 것이고, 이 시점에 나는 마카오에 아트페어가 열려야한다고 생각했다.

아트페어를 열면서 왜 사진과 영상 예술로 한정했는가?
현재 아트씬에서 포토, 비디오 아트, 무빙 이미지, 뉴 미디어 작품은 우리 시대 예술을 진보시키고 있다. 뉴미디어와 사진, 영상 등 최근 들어 더욱 발전하고 있는 매체는 그만큼 잠재력이 높기에, 여기 집중하는 특화된 아트 페어를 열고 싶었다.

아트페어에서 디렉터의 안목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신생 아트페어일수록, 컬렉터들은 디렉터의 안목을 믿고 아트페어를 방문한다. 이번 포토 마카오의 참여 갤러리들은 어떻게 선정했나?
포토 마카오에 참여할 갤러리를 선정할 때 우리는 세계적 수준의 어드바이저들에게 도움 받았다. 한국 토탈미술관의 신보슬 수석 큐레이터나 시드니 비엔날레 디렉터였던 Charles Merewether 등 이런 세계 탑 클라스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참가할 갤러리들을 신중하게 선정할 수 있었고 이들은 포토마카오의 심포지엄에도 패널로 참여했다. 만약 우리가 기준을 낮췄다면 더 많은 갤러리 부스가 들어왔겠지만, 우리는 1회 행사에서 더 많은 갤러리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전시를 보여줄 갤러리를 원했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포토 마카오가 참가 갤러리와 작가들에게 단지 작품판매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좋은 작품과 전시를 보여주고, 예술계 스페셜리스트들과 교류하며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Art Basel Hongkong, Art Central Hongkong, Poly Auction, HK Photobook Fair, Photo Macau
해당 기사는 2018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