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작가]리나 스케니어스(LINA SCHEYNIUS), 순수의 시대

리나 스케니어스는 자연광을 사용해 자신만의 은밀하고 개인적인 순간을 서정적으로 포착하는 작가이다. 스웨덴 출신의 그녀는 현재 영국에서 머물며, 패션과 파인아트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시적이고 서정적인 작품을 모은 개인전이 현재 스위스의 크리스토프 구예 갤러리(Christophe Guye Galerie)에서 열리고 있다. 관객들은 소녀의 비밀 일기장을 들춰보듯, 순수함과 섹슈얼리티가 공존하는 그녀의 세계에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리나 스케니어스는 자신의 신체를 탐구하면서 자기 자신과 마주친다. 그녀의 몸은 그녀가 세상을 지각하는 일종의 지진계와도 같다. 몸, 그 자체가 그녀의 감각을 말해주고, 카메라는 이를 전달하는 도구이다. 카메라는 본능적인 제3의 눈이자, 작가 자신인가? 혹은 카메라는 그 자체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가? 이 질문은 매우 답하기 복잡한데, 리나 스케니어스의 세계에서 모티브와 작가는 하나로 융합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수줍고, 개인적인 영역이 그녀의 내밀하고 사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드러난다.”

- 사이몬 마우어 Simon Maurer, 큐레이터

 

Me in London Summer 2015 ⒸLINA SCHEYNIUS


꽃, 자두, 눈동자, 한여름 낮의 수박, 이제 막자고 일어난듯 돌돌말린 이불, 깃털 같은 구름, 그리고 한없이 사랑스러운 몸, 몸, 몸…

 

Me in Antwerp Autumn 2013_3 ⓒLINA SCHEYNIUS


리나 스케니어스의 세계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사진은 연약한 풀꽃과 자두, 그리고 부드러운 햇살같이 따스한 질감의 색채로 구성된다. 햇살은 마치 첫눈처럼 피부 위에 내려앉으며, 물속에 부유하는 신체는 어머니의 양수 안에서 유영하는 태아처럼 편안하고 순수해 보인다. 사진에도 온도가 있다면, 그녀의 사진은 녹아내리는 듯한 따스함으로 가득하다.


리나 스케니어스는 1983년생의 스웨덴 사진작가로, 현재 영국에 머물며 패션과 파인아트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유의 여성적이고 섬세한 감각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서정적으로 포착한 그녀의 작품은 특히 젊은 여성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Me in London Summer 2012 ⓒLINA SCHEYNIUS


프로 패션모델로도 활동했던 그녀는 자신과 주변인들의 일상을 사진에 담아 인터넷에 올렸고, 이 사진들이 인터넷 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이로 인해 패션계의 러브콜을 받고 프로 사진작가로 데뷔한 그녀는 폴라로이드나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스냅샷 스타일의 패션화보로 호평받았다.

 

Me in Brussels Spring 2014 ⓒLINA SCHEYNIUS


또한 2008년부터 자신의 사진집을 『01』,『02』 등 단순한 넘버링을 붙여 펴냈고, 유럽, 일본 등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파인아트 분야로 활동범위를 넓혔다. 현재도 스위스의 크리스토프 구예 갤러리(Christophe Guye Galerie)에서 오는 4월 15일까지 개인전 을 열고 있으며, 이번 전시와 함께 9번째 사진집 『09』를 출간했다.

 

Me in London Winter 2015 ⓒLINA SCHEYNIUS


리나 스케니어스는 찍히는 대상인 모델에서, 찍는 주체인 사진가로 자리이동한 대표적인 예인데, 그는 모델로 활동하는 동안 프로 사진가들의 촬영 테크닉을 가까이서 접하며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리나가 카메라를 처음 접했던것은 10살 때였지만, 자신의 셀프 포트레이트나 주변의 일상을 찍어서 플리커(Flickr: 사진 공유 사이트)에 처음 올린 것은 모델로 활동하면서부터였다. 그는 “모델 일이 스스로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게 하고, 또 자신의 외모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모델로 활동했기에 사진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또한 “패션계의 매끈하고 환상적인 사진들보다는, 좀 더 날 것 그대로, 혹은 만들어지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이미지를 포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Me in Antwerp Autumn 2013_2 ⓒLINA SCHEYNIUS


그렇기 때문인지 그녀가 찍은 사진들은 만들어진 이미지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을 부각시킨 자연스러운 이미지들이 대부분이다. 그는 패션화보를 찍을 때도 인공조명을 쓰지 않고 자연광을 고집하며, 자동 필름 카메라나 폴라로이드로 즉석에서 이미지를 포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필름으로 찍힌 사진들에는 그녀 특유의 투명하고 풍부한 색감과 부드러운 결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그의 작품에는 때론 자신이나 남자친구의 나체와 성기가 직접 드러나지만, 부드러운 빛과 따스한 색감으로 중화돼서 외설적이란 인상은 거의 주지 않는다. 그는 “내가 사진을 찍을 때 스스로 여성이라거나, 여성적 감성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지 나는 내가 갔던 곳이나 호기심을 가지고 본 것을 본능적으로 찍을 뿐이다”고 말한다.

 
“나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구름, 피부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에 초점을 두고 촬영해요. 또 셀프 포트레이트도 많이 찍지요. 나는 작업할 때 그렇게 많은 계획을 세우거나, 과정을 거치지는 않아요. 내가 어떤 것을 보고, 그것이 내 주의를 끌었을 때, 그때 바로 셔터를 눌러요. 가령 꽃집 앞에 버려진 ‘비닐봉지 안에 든 꽃’을 발견했을 때,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본 쓰레기들 중 가장 '아름다운 쓰레기'였고 나는 즉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죠. 과즙이 가득 찬 자두나 수박의 그 놀랍고도 선명한 색깔들, 생생함이 내게 영감을 주는데, 그 대상의 무엇이 그토록 나를 끌어들이는지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어요. 나는 단지 사진을 찍을 뿐이죠.”


전시일정 2017. 1. 26 - 2017. 4. 15
전시장소 Christophe Guye Galerie www.christopheguye.com


리나 스케니어스는 스웨덴의 남서부지방인 트롤헤탄(Trollhattan)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네덜란드 FOAM Museum에서 열린 전과 스웨덴 스톡홀름의 Vidvinkel at Centrum for Fotografi에서 열린전 등에 참여했으며, 일본 Taka Ishii Gallery와 이탈리아 밀라노 Photo Vogue Festival에서도 전시를 가졌다. 지난 2008년부터현재까지 9권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Christophe Guye Galerie

해당기사는 2017년 3월호에 소개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