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리에코 〈Human Spring〉

시가 리에코(志賀 理江子, Shiga Lieko)의 사진전 〈Human Spring〉이 도쿄에 있는 도쿄도 사진미술관에서 5월 6일까지 열린다. 도쿄도 사진미술관으로부터 2014년에 초대 작가로 요청을 받은 작품으로, 5년의 세월을 거쳐 완성된 작품을 전시한다. 2006년 작가는 전시 참가를 위해 처음으로 동북 지방을 방문했고, 그 후 2008년부터 동북 지방의 한 곳인 미야기현으로 이주해 살기 시작했다. 그 땅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며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 속에서, 길고 추운 겨울을 깨는 동북 지방의 봄에 매료됐다.

변해가는 계절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강렬한 삶의 에너지가 죽음을 동시에 안고 있음에 공감한 그녀는 인간이 끊임없이 다양한 이미지를 계속 원하는 이유의 근원을 그것으로부터 찾아내 깊이 추구했다. 죽음을 안은 삶의 에너지가 인간 사회와 어떻게 관계되고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목숨을 빼앗기는 처절한 광경을 목격한 체험은 그녀의 마음에 깊게 새겨졌다.

시가 리에코는 이번 전시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마음속에 숨어있는 충동과 본능에 초점을 맞췄으며, 일본 각지의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사람들과 협력해 제작한 신작을 큰 사이즈로 설치했다. 헤이세이(平成, 1989년 1월 8일~2019년 4월 30일, 일본의 연호) 시대가 끝나는 커다란 단락의 봄에 정신의 극한을 바라보며 현대 사회와 개인, 자연과 인류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생명에 부여되는 본래의 힘을 전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2019년 1월에 완성된 작품들은 근래 수년 동안 찍은 일상의 스냅 사진으로 제작된 작품부터, 협력자를 모집해 촬영한 대규모 연출 사진까지 약 100여 점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는 도쿄도 사진미술관 2층 전체 공간을 사용했으며, 전시장 입구의 벽과 바닥에도 작품을 설치해 관객들을 반긴다. 무엇보다 각 면을 사진으로 에워싼 직육면체의 작품들을 마치 벽면처럼 전시장에 세워서 들어서는 순간부터 강렬한 느낌을 준다.


 
 

Human Spring, Eternal present ⒸLieko Shiga


Human Spring, I can see it in him, 2019, Collection of the Artist ⒸLieko Shiga


Human Spring, Under the sun, 2019, Collection of the Artist ⒸLieko Shiga



인간, 인간의 ‘봄’에 대한 물음
시가 리에코는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큰 재해를 겪으며 품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과제를, ‘봄’이라는 계절을 단서로 정신 의학과 관련된 책이나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깊게 고찰해 이번 작품에 담았다. ‘인간과 봄’에 대한 고찰로 시작해 육체와 정신, 자기와 타인, 사회 질서와 현대인,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끝없는 우주 속 인간(휴먼, Human) 그 자체를 파악하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Human Spring”이라고 명명한 시리즈를 통해 인간이란, 그리고 인간에게 있어서 ‘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시가 레이코가 2년 만에 전부 새로운 작품으로 구성한 개인전이다. 지역의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함께 작업한 작품을 보통 전시하는데, 이번 신작에서는 그러한 작업을 더욱 심화시켰다. 예를 들면 구전으로 전해지는 옛날이야기에 자신을 동화시킴으로써, 먼 시공의 이야기와 타인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번 작품의 제작에 관련된 몇백 명의 사람들에게 다가가 각각의 이야기를 들었다. 또 조상들의 죽음과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 그것으로부터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잔혹하게, 으스스하게, 또는 폭력적으로도 느껴지는 이미지는 몸에 내재된 자연 그리고 생과 사의 경계를 떠올리게 한다.

시가 리에코에게 있어서 사진을 제작하는 것은 사는 것 그 자체이다. “생생한 프린트의 질감이 나에게 있어서 사진이다”고 말하는 그녀. 사진전을 보러 온 관객들은 마치 벽면처럼 큰 스케일의 사진들로 이루어진 공간을 걸어 다니며 작가가 시각화한 이야기를 체감할 수 있다. 사진 작품은 전부 현재는 제작이 어려운 초대형의 발색현상방식(C-print)으로 인화됐다. 또 직육면체 구조물의 일부 면마다 “영원의 현재(Eternal present)”라는 제목의 사진이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전시 전체에서 빨간 얼굴을 한 남자의 시선으로 관객이 마치 뚫릴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남자의 시선은 일상과 자연의 경계를 뚫어버리는 사람의 시선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 오늘과 다르지 않은 내일이라는 일상에 놓여 있는 것은 사람뿐이다”라는 작가의 관점을 같이 본다면 “영원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사진을 바라보는 나를 비롯해 우리를 돌아보는 남자의 시선으로부터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이 양면의 거울과 같이 영원히 계속되는 감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물론 이 시선을 어떻게 느끼는가는 관객 각자에게 맡겨진다.

그리고 전시장 한 곳에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지 않은 나무 벽으로만 구성된 구조물이 있다. “뚜껑이 열려진 빈 관”과 같은 나무 벽면으로부터 어떠한 이미지를 가지는지 역시 보는 사람에게 맡겨 두었다. 또한 전시장 전체가 가끔 암전이 된다. 그곳에 있는 작품 전부가 갑자기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다리가 휘청거린다. 우리들의 일상과 같이 이곳에 있는 이야기도 언젠가 소멸하는 것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시가 리에코는 자신의 몸으로 체험하고 시각화한 인간의 이야기를 역으로 우리 몸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기억을 공유하는 것을 통해 현대를 함께 살아가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Human Spring, That person thinks that I am me, 2018, Collection of the Artist ⒸLieko Shiga


Human Spring, Today is the same as yesterday; tomorrow will be the same as today, 2019, Collection of the Artist ⒸLieko Shiga

〈Human Spring〉 전시장 ⓒLieko Shiga

글 이기수 (해외 필진)
해당 기사는 2019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