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이슈]2018 Asian New Wave 한·중·일 동아시아의 젊은 작가들④

어느 영역이든 젊은 피가 돌아야 지속될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는 사진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사진예술은 이번 스페셜 이슈에서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한다. 한국 이재욱, 조경재, 일본 타이스케 나카노, 켄타 코바야시, 중국 첸 즈어, 픽시 리아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사진 매체에 대해 전세대보다 더 열려있고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며, 때론 사진의 물질성을 실험하는 과감한 시도로, 때론 진지한 관찰과 사회 통념에 대한 도전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중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지금 동아시아 사진계에 밀려오는 새로운 물결을 느낄 수 있다.  - 편집자 주


이재욱 JAEUK LEE
조경재 Kyoungjae Cho
켄타 코바야시 Kenta Cobayashi
타이스케 나카노 Taisuke Nakano
첸 즈어 Chen Zhe
픽시 리아오 Pixy Liao


 
Hyper ≠ Linking with…
타이스케 나카노 Taisuke Nakano


 

18th "1_wall" Photography 전시전경


어느 나라든 젊은 작가를 선발해 지원하는 공모전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주요한 통로이다. 한국에 젊은 작가를 위한 ‘KT&G SKOPF’,‘아마도 사진상’ 등이 있다면, 일본에는 “1_Wall” Photography  공모전이 있다.


“1_Wall” Photography 공모전은 일본 리크루트 그룹이 후원하는 가디언 가든 크리에이션 가디언 가든 Guardian Garden 갤러리에서 운영하는 사진공모전이다. 35세 이하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 지원을 받으며, 3차 심사를 거쳐 6명의 작가를 선발하고 다시 전시와 공개프레젠테이션 심사를 받고 이 자리에서 바로 최종 그랑프리 수상자가 정해진다.  1차, 2차를 거치는 심사과정에서 30명을 선발하는데, 이 30명의 지원자에게는 각 심사위원들의 작품평을 각각 보내주는 일종의 포트폴리오 리뷰도 함께 진행한다.


2차 심사 후에는 심사위원들과 1:1로 대면해 포트폴리오 리뷰 심사를 거치고, 이중 6명을 선정한다. 6명의 선정 작가는 “1_Wall”전에 함께 참여하고, 이 전시 결과와 공개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통해 최종수상자가 정해진다. 최종 수장자는 가디언 가든 갤러리에서 개인전 개최의 기회와 제작비를 지원받는다. 


타이스케 나카노Taisuke Nakano는 지난 3월 제18회 “1_Wall” Photography 사진공모전의 최종 그랑프리 수상자로 선정됐다. 타이스케 나카노는 사진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 듯 몽환적인 이미지인 ‘Hyper ≠ Linking with…’ 시리즈를 출품했다. 그는 이 시리즈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연인,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을 몽환적으로 촬영했다. 

 
ⒸTaisuke Nakano


타이스케 나카노는 공개 심사에서 작품의 배경에 대해 “동성애자인 내게는 동성 애인이 있지만, 그 애인은 장래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있다. 내가 어머니에게 동성애자임을 밝혔을 때, 어머니는 나의 성정체성보다, 내가 앞으로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라는데 더 충격 받았다”며 “두 사람의 그런 생각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업으로, 사진 속 아이의 모습은 두 사람의 욕망의 상징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그의 사진 위에는 물방울이나 젤리처럼 보이는 막이 있는데, 그는 이것이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어머니와 애인의 욕망이 내게는 이물질 같이 느껴져, 작품 속에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형적이고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에서 숨겨지는 가족 개개인의 욕망에 대해 주목했다.  일본 SIGEMAFAT과의 인터뷰에서 “섹스에 대한 욕망일 수도 있고, 자녀에 대한 욕망일 수도 있다. 그 욕망은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본인이 되지 않는 이상 동조할 수 없고, 그래서 그 욕망에 대해 파고들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그에게 아이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에서 욕망의 결과이며, 그렇기에 이 시리즈에는 아이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며 주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물에 잠긴 듯한 효과와, 물방울이 맺힌 듯 이물질이 끼어있는 효과를 내기 위해, 사진 위에 물에 젓은 한천(우뭇가사리로 만든 식품)을 올려놓고 사진이 변화하기를 기다렸다가 이를 다시 사진으로 찍었다. 이 물에 잠긴 듯한 이미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있는 투명한 장벽을 연상시키는데, 그는 “사람 사이의 거리감은 눈에 보이는 콘크리트 벽 같은 게 아니라, 이렇게 서로 물에 잠겨, 투명하게 보이면서도 결코 닿지 않는 감각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이 시리즈는 전시 방식에서도 각 이미지 간의 관계에 특히 신경 썼는데, 비록 현실세계에서는 접점이 없는 인물들 -가령 동성애자인 자신과 아이를 바라는 애인, 어머니, 그리고 타인의 아이들-일지라도 이미지를 배치하며, 사진을 통해 아슬아슬한 통로로 연결되는 느낌으로 배치했다고. 


 

ⒸTaisuke Nakano
 

타이스케 나카노의 작업은 첫 눈에는 기법적인 실험이 눈에 들어오지만, 작가의 의도와 작업 배경을 알고 봤을 때는 새삼 사진 속 대상들이 달리 보인다. 그가 자신의 어머니를 응시하는 태도나, 인물들의 실루엣을 희미하게 처리하는 방식 등에서 작가의 심리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타이스케 나카노는 자신에게 사진은 타인의 세계와 연결되는 매개이자, “아메바와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그는 내년 1월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때까지 그가 이 아메바와 같은 자신을 사진을 어디까지 확장시킬지 새삼 궁금해진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Guardian Garden (www.rcc.recruit.co.jp)


해당 기사는 2018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