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어둠을 밝히다 ① : 2017 월드프레스포토 World Press Photo 수상작

과연 빛은 어둠을 이길 수 있을까? 지구촌 곳곳에서 오늘도 셔터를 누르고 있는 포토저널리스트들은 이 말을 몸소 증명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빛을 통해 어둠과 고통의 순간을 포착하고, 그럼으로써 그 어둠의 실체를 고발한다. 때론 그것은 거대한 권력일 수도 있고, 인간의 이기심일 수도 있으며, 탐욕일 수도 있다. 또한 이에 맞서는 사람들의 몸부림과 저항도 포토저널리스트들은 생생하게 촬영했다. 이번 스페셜 이슈에서는 2017 월드프레스포토 콘테스트 수상작과 제53회 한국보도사진전 수상작을 소개한다. 2016년 포토저널리즘 중 최고를 꼽은 이 수상작들을 통해 지난 한 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시 돌아볼 수 있다.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 Valery Melnikov, Rossiya Segodnya

장기 프로젝트부문 1위 <우크라이나의 블랙 데이 Black Days Of Ukraine>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방에서 지난 2014년부터 발생한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 사이에서 주민들은 희생자가 됐다. 재난은 그들의 삶에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이러한 사람들은 그들의 의지에 반해서 군사 간의 대립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은 살던 집이 파괴되고, 가족 또는 친구의 죽음을 목도하며, 수 천 명의 사람들의 삶이 황폐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 Daniel Berehulak, for The New York Times

ⓒ Daniel Berehulak, for The New York Times

일반뉴스 스토리 사진부문 1위 <그들은 우리를 동물처럼 살육하고 있다 They Are Slaughtering Us Like Animals>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16년 6월 30일 취임한 후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후 약 2000명의 사람들이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다. 필리핀 경찰은 공식적인 ‘마약 소탕작전’ 이후, 지난 7월 1일부터 약 3500명의 미해결 살인이 발생했다고 필리핀 경찰은 집계하고 있다. 희생자들 -마약 복용자나 혹은 마약 판매자로 의심받는 이들-은 어떤 재판이나 조사도 받지 못했다.



 

ⓒ Brent Stirton, Getty Images Reportage for National Geographic

ⓒ Brent Stirton, Getty Images Reportage for National Geographic

자연 스토리 사진부문 1위 <코뿔소 전쟁 Rhino Wars>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모잠비크 사이에 있는 크루거 국립공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코뿔소가 서식한다. 이 곳에서는 코뿔소의 뿔을 노리는 밀렵꾼과 코뿔소를 보호하려는 NGO간의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모잠비크의 경계를 넘어간 후에 코뿔소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뿐이다. 이런 멸종위기는 아시아의 상류 계층들이 코뿔소의 뿔을 금보다 더 가치 있게 가격을 쳐주며 구입하기 때문이다. 코뿔소의 뿔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동양의학에서 암부터 콩팥 결석까지 모든 병을 치료해준다고 여겨졌다.
코뿔소의 뿔은 본질적으론 케라틴 성분으로, 손톱과 비슷한 부드러운 알칼리성 물질이다. 베트남과 중국의 부자들은 코뿔소 뿔을 먹으며, 기적적인 효능을 바라지만, 과학적으로는 그저 플라시보 효과일 뿐이라고 해명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5천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1500여 마리의 코뿔소를 보유한 존 흄John hume과 같은 사람들을 Rhino Rancher라고 부르는데, 이들 때문에 코뿔소들을 보호하는 일은 시간이 갈수록 더 위험해지고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코뿔소 불법 포획 문제는 때론 일종의 ‘화이트 이슈’(인종 관련 쟁점)로 묘사되곤 하며, 심지어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헤이트(apartheid terminology)와도 연관돼서 프레임이 짜이곤 한다. 이는 밀렵꾼과 조련사들이 코뿔소 밀렵에 대한 쟁점을 흐리는 매우 편리한 방법 중 하나다.

 

글 석현혜 기자 사진 제공 World Press Photo Foundation (www.worldpressphoto.org)
해당 기사는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