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립 사진미술관의 방향을 제시하다②

화순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
지역 정신을 발굴, 보존하는 인큐베이터


 
화순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 외관

화순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은 지난 해 4월 도암면 용강리 운주사 입구에 문을 열었다. 이 사진문화관은 화순군의 인문자연분야 사진을 전시할 뿐 아니라, 교육, 휴식 공간 등을 함께 갖췄다. 지상 2층 규모의 사진문화관에는 1,2층 2개의 전시실을 갖췄고, 카메라 옵스큐라 체험공간 및, 영상실, 수장고, 사무실, 도서실과 포토랩 등이 마련됐고, 방문객들이 전시와 함께 각종 사진관련 체험 및 운주사의 유적 관련 영상 및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문화관은 오상조 명예관장이 운주사 관련 사진작품 100점과 사진관련 도서 1000권 등을 무상으로 기증하며 조성됐다. 개관전으로 오상조 관장이 오랜 시간 촬영해온 운주사 탑과 불상을 담은 사진으로 특별전을 개최했으며, 오는 4월까지는 오상조 명예관장의 <당산나무> 전이 전시되고 있다.


오상조 명예관장은 사진문화관이 남도 지역의 예술적 전통을 보존하고 지역 특성을 잇기 위해 지역문화와 정신을 보여주는 사진들을 발굴하고 전시할 계획이라 전했다.


화순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 오상조 명예관장


 

오상조 명예관장
 

화순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은 군립 사진전시관이다. 어떻게 문을 열게 됐나?

본래 예술 창작이란 개성이 강하고 지역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유럽이나 미국에 영향 받고, 지방에선 서울을 바라보고만 있으니 삼투압처럼 빨려 들어가는데, 예술은 꼭 그럴 필요가 있는지 항상 생각했다. 대학 교육계에 35년을 몸담으며 후학을 양성하다 보니 더욱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광주가 예향의 고장이라고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예향 정신이 많이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적인 원형이 남아있는 고장이 남도가 대표적이며, 이런 남도의 풍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곳이 군립 사진문화관이다 보니 지역의 장소성이나 지역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전시장 전경

본래 전라남도를 예향, 의향의 고장이라고 한다. 근현대사에서 보면 호남에는 중앙 정권에서 소외된 선비들이 내려와 후학을 양성하며 훗날을 도모했고, 임진왜란이나 구한말에도 대대적인 의병활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가까이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이 있을 것이며 이런 정신이 의향의 고장으로 내려왔다 할 것이다. 


또 예향의 고장이라 하는 것은, 고산 윤선도나 완당 김정희, 다산 정약용 등이 중앙에서 사색당파싸움에 밀려 내려오다 보니, 전라도, 해남 지방으로 유배를 왔었다. 이들이 단지 이 곳에서 술먹고 노는 것이 아니라, 학문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저술도 하고 문화예술 활동에도 힘썼는데, 바로 이런 정신이 호남문화의 기틀이 됐고 뿌리가 됐다. 판소리도 진도지역에서 발달했고, 근현대사에서도 훌륭한 소설가나 예술가들도 많이 나왔다.  


이처럼 이 지역의 예향정신을 계승하고, 사진으로도 살펴볼 수 있도록, 이런 문화들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화순 지역은 가까이는 운주사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된 고인돌 유정 등 세계에 소개할만한 문화유산들이 많고, 이런 자료를 사진으로 보존하고 전시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가까이는 호남문화를 사진자료 형태로 아카이브하고, 또 남도 문화를 보여주는 사진전도 기획하며, 사진 관련 세미나를 열어 수강생을 받아 교육하고 있다. 화순 군민 뿐 아니라 먼 지역에서도 수강생들이 찾아온다. 


사진문화관의 운영 방향과 앞으로의 전시계획은 어떠한가?


 

카메라 옵스큐라 체험실


공립 사진문화관이고 세금으로 운영하는 군민의 공간이기에, 누구나 찾아올 수 있고 함께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돼야 한다. 


오는 4월 20일에는 전시장 개관 1주년을 맞는데 한정식 선생님의 <고요>전이 열릴 예정이다. 또 ‘화순 이모조모’ 같은 기획으로 화순 사람들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참여하는 일상적인 사진전도 기획하고 있으며, 2주년 때는 화순의 고인돌 사진전을 크게 하려고 준비 중이다. 


사진전과 별개로, 사진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는데, 한 강좌가 12주 동안 운영되며 강사도 세 명이 돌아가며 바뀐다. 사진 중급, 심화반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스마트폰 강좌도 마련했다. 어떤 강좌든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수강료도 무료이다.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들을 위한 수료전도 열 계획이다.


앞으로 바라는 바가 있다면? 

특히 호남 지역의 사진문화를 발굴해 발전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것, 정신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찾았으면 한다. 갤러리에 들어가는 사진이 있고, 뮤지엄에 들어가는 사진이 있는데 한국 사진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 두 사진들이 골고루 있어야 한다. 


가령 한국의 대표사진이 무엇이냐고 할 때 어떻게 답할 수 있겠나? 운주사의 석불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민초들의 정신과 염원이 어우러졌고 그 형태에서도 그러하다. 운주사의 석불을 찍은 작업들을 대형 프린트로 보여주니까, 보는 이들이 가장 한국적인 사진이란 반응이 있었다.


이처럼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 상을 아카이브해가며, 멀리 보면서 앞으로 5년-10년 후에 과연 호남다운 사진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화순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

해당 기사는 2018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