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립 사진미술관의 방향을 제시하다①


작년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서울사진축제의 기자 간담회에서는 서울 사진미술관(가칭)의 건립이 주요 논제로 언급됐다. 기존 서울시 주도로 진행된 서울사진축제를, 2018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이 주관하며, 이는 서울사진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한 밑단계 작업이기도 하다는 논지였다. 서울시가 주도하는 시립 사진미술관의 개관은 2015년부터 언급돼왔지만 아직 뚜렷한 상이 제시돼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 도쿄사진미술관(Tokyo Photographic Art Museum)의 사례만 봐도, 지난 2016년도에 재개관을 할 때 그 명칭이 도쿄 사진미술관(Tokyo Photographic Museum)으로 갈지, 도쿄사진예술미술관(Tokyo Photographic Art Museum)으로 갈지 논의가 길어졌다. 그만큼 사진미술관의 성격이나 기능, 범위에 대해서는 현대 사진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다양한 의견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공립 사진미술관과 사진전시관들은 어떤 형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국내에서는 광주시립미술관이 사진전문 전시공간인 광주시립사진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남 화순에서는 지난해 화순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이 개관했다. 두 미술관의 관장에게서 공립 사진미술관의 운영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또한 해외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사진, 영상, 뉴미디어 전문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랑스 국립 주드폼 미술관(Galerie nationale du Jeu de Paume)의 마르타 길리(Marta Gili)관장을 파리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광주시립사진전시관
국내 최초의 시립 사진전문 전시관

 

광주시립사진전시관 전시장 전경


광주시립사진전시관은 지난 2016년 10월에 국내 최초 공립 사진전문 전시관으로 문을 열었다. 광주시립문화예술관은 오랜 역사를 가진 남도 사진사를 정리하고 사진들을 연구, 전시할 사진전시관의 필요성이 있어,  광주문예회관 안에 위치하던 옛 광주시립미술관을 재단장해서 사진전문 전시관으로 개관했다. 개관전시인 ‘노랑나비는 새벽에 날다’는 광주지역 예술가들의 모습 및 역사적인 사건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전시였고, 이후 박하선 사진작가의 <太王의 증언, 고구려> 사진전 및 전남지역 6명의 쳥년작가(김명우, 문선희, 박세희, 이세현, 인춘교, 조현택)의 작품을 소개한  ‘청년의 書’ 사진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전시를 개최해 왔다. 지금은 오는 2월 18일까지 광주, 전남의 196,70년대를 기록한 손재석, 장기철, 최병오 작가의 사진아카이브전을 열고 있다. 또한 지난 해 9월부터 두 달간 ‘명저서로 만난 사진예술’ 강좌를 개최하며 사진 교육을 위한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조진호 관장을 만나 광주시립사진전시관의 설립배경과 운영방향, 지향점에 대해 들었다. 

 

조진호광주시립미술관장


광주시립사진전시관은 어떻게 개관하게 됐나?

광주문화예술회관이 원래 옛날 광주시립미술관이 있던 건물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새로 본관을 건립하면서 문화예술회관으로 쓰이고 있고, 그 중 지금 사진전시관이 있던 공간을 외부 대관전으로 운영했는데, 사진전문 전시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미디어 아트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해서 사진전시관으로 설립하게 됐다. 아무래도 시민들이 가장 예술적으로 접근하기 쉽고 친근한 장르가 사진이기 때문에 사진 전문 전시관의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었다.


 

광주시립사진전시관 전시장 전경


미술관의 3대 주요 업무가 전시, 연구 및 교육, 소장인데 사진전시관은 이 중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지만, 특히 교육 ·연구와 소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시는 어떤 형태로든 열릴 수 있지만, 교육, 연구, 소장을 위한 아카이브 자료 수집은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게 돼서 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데 우선하고 있으며, 또 사진 교육적인 측면도 중점을 둬서 진행하려 한다. 지난 해 ‘명저서로 만난 사진예술’ 강좌는 사진인문학 강좌라 처음에는 강의 수준을 너무 높게 잡은 게 아닌가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열고 보니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았고, 강의 역시 사진인문학 강의의 진수를 들은 듯하다. 그만큼 좋은 사진강좌에 대한 수요도 있다고 확인할 수 있어서, 올해도 교육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진을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라거나, 사진 촬영과 관련된 영화 상영이나, 유명 사진가들의 초청 강좌를 마련하는 등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전시 기획의 방향은 무엇인가?

기획전시의 경우 예산이나 전문 인력 등에서 부족함이 있지만 이는 앞으로 차차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전시는 앞으로도 다양하게 준비할 계획인데, 지역의 사진 전문 단체나 혹은 청년 작가들을 지원하고 발굴하는 전시와 함께 남도지역의 주요 사진작가들의 역사와 사진을 정리하는 아카이브 전시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올해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는 중진이상 되는 작가의 대형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립 미술관이다 보니 시민들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가능한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춘 대중적인 사진전도 열 필요가 있고, 국내의 다른 사진전문 미술관과 협조해서 좋은 기획전을 가져오려고 한다. 사진단체나 동아리 등을 위해서도 문을 열되, 전문성을 가지고, 확실한 주제와 정체성을 가진 작가들을 선정해서 단체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호남지역 사진작가들의 아카이브 전시도 준비하려 한다.  


 
광주시립사진전시관 외관

앞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이 공간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2, 3년 안에는 사진전시관에 사진전문 학예사를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립미술관에도 미술 학예사들은 있지만 사진전시관의 경우에는 사진전문학예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시 예산을 더욱 확보해서 국내외 유명 대가들을 직접 초대해 전시를 가져, 시민들에게 새로운 사진의 영역을 체험하게 하고 싶다. 그동안 사진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사진전에 많이 목말라 있었다고 느꼈다. 


기본적으로 미술관은 문턱이 없어야 하고,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동시에 좋은 전시를 통해 광주시민들이 미술관을 찾았을 때, 광주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지역작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보조를 맞추는 역할도 해야 한다. 사진전시관도 앞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운영하며 채워나가면서, 사진을 즐기는 모든 이들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됐으면 한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광주시립미술관

해당 기사는 2018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