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이슈]Photo Collage②


사진의 위대한 영감, 포토 콜라주
존 골 John Gall


 
“종이, 풀, 시간을 초월한 여러 문화 파편들의 편집과 왜곡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무언의 메시지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절대적인 완결이나 답이 없다.”
- 뉴욕타임즈 북 리뷰 아트디렉터 매튜 도르프맨

 

ⓒ존 골


미국 아트북 출판사 ‘에이브럼스 북스’에서 북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존 골은 북디지이너로서의 작업에 대한 회의감으로 포토 콜라주를 시작했다. 그가 콜라주에 몰두하게 된 이유는 시간과 공간만 있으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작업이며, 그 과정에서 디자이너로서 체득한 많은 습관을 떨쳐내려 했기 때문이다. 

 

ⓒ존 골
 



ⓒ존 골

 
 
“콘텐츠에서 시각적 연결 고리를 찾아내 투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북디자이너로서 하는 업무이지만 콜라주는 다르다. 일반적인 디자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 콜라주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때 나는 요소들을 단절시키거나 단절을 형성하는 데 집중한다.”


평소 해오던 디자인 작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콜라주를 이용한 그는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담담히 풀어놓는다. 어린 아이들이 도화지에 색종이를 오려 붙이며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듯이 그는 콜라주 작업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오래된 잡지나 서적, 신문지, 빛바랜 가족사진 등 보잘 것 없는 재료를 사용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 작업 방식은 간단하지만 종이 콜라주의 원칙을 엄밀하게 고수한다. 원본 자료를 골라 이미지를 잘라내고, 레이아웃을 적용하여 표면에 붙인다. 작업 순서가 간단하기 때문에 그는 공식을 다시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작업 과정에서 특정 단계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레이아웃 단계에서는 형식적 구조를 적용하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작업은 단순히 몇몇 요소들을 한 페이지에 붙여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작업 과정의 본질만 남는다. 그의 작품 속 이미지들은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비유를 만들고, 이를 연결해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대신 의미를 해체한다.
 

ⓒ존 골



ⓒ존 골
 

빈티지한 느낌이 강한 그의 초기 작품은 다양한 형태와 색의 이미지들이 인물 사진 위에 붙어 있기도 하고, 맞잡은 손이나 눈 등 신체 일부를 오려낸 사진들이 다른 형태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그의 초기 작품이 주로 구상적 이미지였다면 후기로 갈수록 점점 급진적으로 변모하여 생동감 있는 추상적 작품으로 변모한다. 원색과 무채색을 넘나드는 다양한 색의 비정형 이미지들이 무의식의 세계처럼 자유롭게 떠다니기도 하고, 돌을 쌓아놓은 것처럼 독창적으로 재구성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초기작이 기존 시각디자인 사고방식에 대한 대응으로 존재했다면, 그 이후 추상 이미지 중심의 콜라주는 자체적인 규칙과 변수를 지닌 독립적인 영역으로 진화했다. 슬럼프로 정체된 디자인 작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2008년부터 시작한 콜라주 작업에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취미로 시작한 작업이 이제는 전문적인 활동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난 7월에는 북 디자이너로서가 아닌 아티스트로서 그의 습작을 엮은 작품집인 <존 골 콜라주 2008-2018>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총 241점의 콜라주가 시기별로 정리되어 있다. 또한 올해 10월 5일부터 21일까지 더레퍼런스에서는 총 33점의 오리지널 작품과 미디어 아티스트 심세움과 협업한 디지털 포토 콜라주를 함께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관람객들은 종이 콜라주를 원칙으로 한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진의 강력한 추상적 힘과 영감의 발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존 골


하지만 그의 작업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의 작품집의 서문을 쓴 매튜 도르프맨은 “존 골의 콜라주들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 굳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일률적인 주제 해석을 가로막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단절과 같은 요소들이 있을 뿐이다. 그가 생각하는 작업의 완결이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르다. 그에게 완결이란 이미 죽었거나 약간 지루한 것이다” 이처럼 예술에서는 완성된 작업보다 미완의 상태와 그 과정이 더 흥미롭다는 점을 존의 콜라주는 전달하고 있다. 결국 콜라주는 매튜 도르프맨의 말처럼 우리 시각 세계에 대한 재보정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 음과 양, 이미지와 비이미지, 사실과 허구, 그리고 우리가 사는 방식 등을 단번에 허물어버린다. 그리하여 작품을 통한 의미 찾기나 과도한 해석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존 골은 작품의 의미를 찾으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품을 보고 즐기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디어 콜라주 월
Media Collage Wall


 

Untitled, 2018, Project Mapping on the wall&3D object


지난 10월 5일부터 21일까지 더레퍼런스에서는 존 골의 작품들과 더불어 미디어 아티스트 심세움과 협업한 디지털 포토 콜라주를 함께 전시했다. 뉴미디어 작가 심세움은 존 골 콜라주 작품의 모티브들을 활용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종이 콜라주 원칙을 고수하는 그는 원본자료를 골라 이미지를 잘라내고 레이아웃을 적용해 표면에 접착하는 간단한 작업순서를 반복하며 형식적인 구조를 적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작업들은 단순히 몇몇 요소들을 한 페이지에 붙여놓은 것처럼 보인다. 종이를 자르고 붙이는 아날로그적인 작업방식과 대조되는 심세움의 작업은 관객들에게 현대의 미디어를 활용한 콜라주는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존 골의 콜라주를 재해석한다.


손으로 오리고 붙이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하는 존 골과 디지털 방식으로 작업하는 심세움의 작업방식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두 작가의 작품들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존 골이 옛날 잡지와 사진, 책 표지 등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듯이 심세움은 존 골 콜라주 작품의 모티브를 활용하되 그 속에 햄버거를 먹는 앤디워홀을 비롯해 산업화를 상징하는 60~70년대 우리나라의 TV 광고, 우뢰매와 스머프 등 옛날 영화와 만화의 장면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킨다. 종이와 가위를 사용한 작업방식과는 대조적이지만 그러한 아날로그적 요소들은 두 작가 작품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존 골은 작업을 통해 의미를 해체시키지만 심세움은 작품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마치 셀 수 없이 많은 디지털 데이터와 이미지들이 의미를 만들어가듯이. 하지만 그의 작품에도 완전한 해석이나 답은 없다. 작품을 보는 각기 다른 시각처럼 무한한 가능성만이 존재한다. 


 

출판사: 사월의 눈 / 판형: 25.7 × 1.8cm
페이지: 192쪽 / 출판연도: 2018

 
글 : 김수은 기자
이미지 제공 : 사월의 눈

 
해당 기사는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