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균, The Confessions of Self

한남동에 위치한 램프랩 갤러리에서는 미국에서 활동해 왔던 신성균 홍익대학교 디자인콘텐츠대학원 사진디자인전공 겸임교수의 “The Confessions of Self”전시가 열렸다. (2월 17일까지) 전시장에는 그의 작품 16점이 전시되어있다. 프레임 안에는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우스꽝스러운 몸짓의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그들은 각각 연관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한 프레임 안에 있긴 하지만 원근감 없이 모여 있는 모습이 뭔지 모를 이질감을 준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것은 신성균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렇다면 공통점이 없을 것만 같은 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의 이야기를 어떻게 읽어내야 할지에 대한 궁금한 마음을 안고 전시장에서 신성균 작가를 만났다.

“사진은 중학교 때부터 했지만, 사진을 제대로 공부한 것은 남들보다는 늦은 시기였죠. 공대를 나와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에 시작했으니까요. 미국 (Academy of Art University를 졸업한 그는 전액장학금과 사진학과 최우수 졸업 및 학교장 명예리스트를 받았다)으로 유학을 갔고, 졸업 후 그 곳에서 평소에 존경하던  세계 10대 여성사진가 ‘Joyce Tenneson’에게 스튜디오 인물사진을 사사받았죠.”


 
The Confessions of Self_Station_7 ⓒ신성균

그는 이번 전시의 계기는, 바로 이전 작업들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제 이전 작품들은 폴라로이드 트랜스퍼로 했던 작업들이었어요. 회화적인 느낌이 강한데,  좋아하던 방식이었고 제가 가르침을 받았던 Joyce Tenneson작가에게 영향도 받았었죠. 참 보기에도 좋고 소위 ‘잘 팔리는’ 사진이었어요. 그러다 저만의 색깔을 찾아야겠다, 싶었죠. 물론 좋아하고 해오던 작업이지만, 내가 이걸 깨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갈등도 심했고 힘든 날들이었죠. 이런 과정을 겪지 않으면 진정한, 나 자신에게 떳떳한 작가가 되지 못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가까이 다가가 작품을 들여다보게 되면, 사람들의 모습만큼이나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바로 검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 방식으로 인쇄된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전까지 많은 방식의 프린트를 해 보았지만, 검 프린트는 처음이었어요. 사진에 관련된 책들을 보면, 검 프린트가 가장 어렵다고 나오죠.(웃음) 그럼에도 이 방식으로 프린트를 하게 된 이유는, 검 프린트가 주는 효과 같은 일차원적인 이유는 아니에요. 제가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일맥상통한데, 바로 ‘진심’ 때문이었죠. 저의 깊은 내면까지 드러내야 하기에 구상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사람들을 섭외해서 촬영하는 과정 또한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진행된 내 작업이, 디지털 프린트로 너무 쉽게 출력이 되는 것을 보고 허무한 마음도 들고, 이건 아니다 싶었죠.”


 

The Confessions of Self_Station_10 ⓒ신성균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을 피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잠시 거주했었던 마크 샤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샤갈이 샌프란시스코에 살았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갤러리들이 꽤 있어요. 그래서 그의 오리지널 작품을 볼 기회가 많았는데, 그의 작업은 항상 시대적 배경보다는 개인적인 ‘자신의 이야기’였죠. 거기에 시공간을 초월한 구성이랄지, 색감 같은 것들. 판화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방식이 뭘까 고민하던 중 검 프린트를 생각하게 된 것이죠. 어려운 방법인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죠.(웃음)”      

그러한 정성과 진심의 프로세스를 거쳐 완성된 그의 작품들의 특징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Edition of Unique, 단 하나의 에디션이라는 것이다. 구상에서부터 프린트에 이르는 작업과정에서 그가 일관적으로 말하고 싶은 의중을 헤아린다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The Confessions of Self_Station_3 ⓒ신성균

프린트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촬영과정을 포함한 제목 그대로의 ‘그 자신의 고백’이 궁금해졌다.

“여기에 나와 있는 모든 모습은, 제가 직접 겪은 일들이에요. 그 경험들을 상징적으로, 또한 여자가, 노인이, 흑인이 백인이 되기도 하면서 저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죠. 이 중엔 전문모델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제가 의도하는 바에 가장 부합했던 인물들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죠. 제가 직접 섭외를 해서, 촬영 방향이나 저의 작업을 설명하면 그분들이 받아들이고 소화해내는 식으로 작업이 진행 되었어요. 생각보다 흔쾌히 응했고, 때때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한 이들도 있었죠. Station7작품의 이 안경 쓴 사람은,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믿고 사는 분이었어요. 그것만 인정해주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이 립스틱은 그분의 아이디어였고요. 이렇게 사람들과 소통하며 저 스스로 예상치 못했던 성과 중 하나는, 그렇게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겪었던 이 일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어요. 아마 이 작품을 접하는 관객들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생각해요. 원래는 각각의 부제가 있었지만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신비감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도 있지만 관람객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들킨 기분 같은 것..그만큼 제가 아닌 누군가의 고백일 수도 있는, 그런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The Confessions of Self_Station_16 ⓒ신성균

16점의 작품 중 마지막 작품에는 유일하게 그 자신이 등장한다. 오랜 시간 반신불수로 계시다 돌아가셨던,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없었던 어머니의 모습을 젊은 사람에게 투영했고, 뒤늦게 예술사진을 시작한 자신의 뒷모습으로 이 시리즈의 막이 내린다.

그의 작업은 하나하나 꾹꾹 눌러쓴, 자신에게 쓰는 편지 같다. 타자로 쉽게 치고 프린트하는 모습이 아닌, 연필 끝에 침 묻혀가며 종이가 패일 정도로 힘을 주는 글씨. 아마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기에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더 엄한 것 같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신성균 작가에게서 사전에는 명확히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어쩌면 상대적으로, 결핍으로 인해 회자되고 있을 단어인 ‘진정성’을 본다. 진정성이란, 진심이란 이렇듯 무겁고 불편한 것일지 모른다. 

 

글 신지혜 기자, 사진 서준원
해당 기사는 2015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