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서 만난 사진, 서이 갤러리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고들빼기 꽃이 핀 흙 마당에 디딤돌이 놓여 있고, 한편에는 가는 대나무와 개망초가 어우러져 있다. 마루에서 신을 벗고 안으로 들어선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나무 기둥 사이로 걸으며 하얀 흙벽에 걸려 있는 사진을 감상한다. 새소리가 들리고 한낮엔 햇살이 들어와 앉기도 한다. 한옥에서 사진을 보고 살 수도 있는 곳, 서울 북촌 한옥마을 계동길에 있는 “서이 갤러리”이다.


한옥에서 새롭게 핀 전시
2018년 4월 개관한 서이 갤러리(SEOI contemporary Gallery)는 1년이 조금 넘는 동안 상업 갤러리로서 사진 판매는 물론 다양한 사진 문화 활동을 해왔다. 김대수, 김수강, 이완교를 포함한 대표 작가들의 전시는 물론 평론가이자 전시 기획자인 진동선의 사진전을 선보였고, ‘서이 갤러리 마을사진 프로젝트’, ‘전시 지원 프로젝트’, 전시 기획자 조아(JOA)와 현대사진포럼 대표 김영태의 기획전 등을 다채롭게 펼쳐 보였다.

서이 갤러리의 이상미 관장은 “서이 갤러리의 공간과 잘 어울리는 작품들, 예술성과 대중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며 작가들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업 갤러리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회화를 하다 사진에 관심이 생겨 학문으로서 사진 연구를 위해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 전공으로 입학해 올해 석사 과정을 마쳤고, 작가 활동도 하고 있는 이상미 관장이다. 서이 갤러리는 사진과 사진 문화에 대한 그의 이러한 애정이 담긴 전시 공간이다.   

서이 갤러리는 한국 문화 체험 공간으로 이상미 관장이 15년 전부터 활용했던 한옥을 작년에 사진 위주 갤러리로 바꿔 문을 열었다. 전통 한옥의 공간을 활용해 전시 공간으로서 차별화된 아름다움이 있는 서이 갤러리는 전시도 전시이지만 찾아온 이들이 한옥의 정취를 누릴 수 있도록 갤러리 곳곳에 기울인 정성들로 돋보인다. 또 대나무를 심은 마당과 내부 공간 한편에도 관람객이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했다. 물론 의자가 아니라도 나무 마루에 편히 걸터앉아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신을 벗어 한옥의 공간 내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경험은 색다르다. 경직된 마음을 벗어 놓고 방 안을 걷는 듯 평안함 속에서 기역자형의 한옥 구조를 따라 작품을 둘러볼 수 있다. 크기가 큰 작품은 마당으로 트여 있는 공간에 설치하고, 안으로 들어서면 가깝게 마주할 수 있는 크기의 작품들을 놓는다. 기둥을 따라 공간을 구분하고 가장 안쪽에 3면이 벽으로 이뤄진 곳에서는 비디오 등의 영상 작품을 선보일 수도 있다. 전통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사진과 영상 등의 현대적 매체는 여느 전시 공간과는 다른 시각적 경험을 주며, 공간을 잘 활용하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전시를 펼쳐 보일 수 있다.


 







서이의 사진문화에 대한 애정
북촌 한옥마을 계동길에 있는 서이 갤러리에는 일반 전시 관람객과 콜렉터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작년에는 관광객들과 관람객이 많은 10월 말, 마을자치위원회가 주최하는 “계동길축제”를 후원하고 전시 〈COEXISTENCE(공존)〉를 기획했다. 이상미 관장과 더불어 박경태 작가 등 7인의 작가가 북촌을 각자의 관점과 표현으로 촬영한 작품들로, 지역민들과 함께한 전시이다. 이상미 관장은 올해에도 “계동길축제”, “북촌축제”에 참여하며, 머지않은 날에 일본의 “교토그라피(교토국제사진제)”처럼 계동과 북촌의 역사와 개성을 살려 주민들과 함께 여는 사진 축제를 만들고 싶다.

또 서이 갤러리는 오는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아트 아시아〉에 임안나와 진동선을 포함한 4인의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참가한다. 상업 갤러리로서 아트 페어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첫 출발이다. 중국계 큐레이터를 기용해 중국의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의 작가들을 중국에 소개할 수 있는 문화 교류전도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작년 8월에 기획했던 〈서이의 아주 달콤한 이야기 1, 2〉처럼 중견 작가와 신진 작가를 연계하는 전시 등으로 사진계를 활성하는 데에 일조하고, “갤러리 서이 전시지원 프로젝트”를 올해 말에도 공모해 작가들의 전시를 계속 응원해 나간다.

한편 서이 갤러리는 6월 23일까지 김영태의 기획으로 〈Unfamiliar Scene-4인전(권도연, 김도균, 김옥선, 정경자)〉을 전시했다. 현대 사진의 감각적인 조형 언어를 선보여 온 대표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아서 선보인 전시로, 표현 매체로서 사진에 대한 다양한 개념과 접근들을 살필 수 있는 전시였다. 이상미 관장은 서이 갤러리가 상업 갤러리이지만 현대사진의 중요한 쟁점들을 선보이는 기획전들을 앞으로도 지속해 사진 예술의 풍부한 담론 형성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더불어 이번 가을, 제주도에 창고 형태의 “서이 아트 팩토리”를 개관해 큰 규모의 사진이나 설치 작품 등을 펼쳐 보일 계획이다.

서이 갤러리의 ‘서이’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이상미 관장은 “작가와 관람객과 갤러리, 셋을 의미하는 ‘서이’(충청 방언)이기도 하고, 아명(兒名)이기도 하다. 아이 때 서이로 불리면서 예쁨을 많이 받았는데, 예쁨 받는 갤러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담았다”고 말했다. 작가로서도 활동하는 이상미 관장이 가진 사진을 향한 열정과 사진 문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지난 1년여 간의 서이 갤러리의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했고, 앞으로의 기대 역시 크다. 햇살이 좋은 날에, 처마 밑으로 빗방울 떨어지는 날에 찾아가고 싶은 계동길 서이 갤러리가 더욱 궁금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이갤러리 이상미 관장
 

글 : 정은정 기자
해당 기사는 2019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