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예술을 나누는 사랑방, 아트스페이스J

 
아트스페이스J 갤러리 전경


아트스페이스J는 2013년 6월 개관하여 3년 반의 시간 동안 꾸준히 전시를 이어왔다. 분당 내에 유일한 사진 갤러리로, 특수한 지역적 위치 탓에 개관 당시 주변의 우려도 컸다. 하지만 아트스페이스J의 나정희 관장은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그냥 훑고 지나가는 100명의 관객보다 진짜 저희 전시를 보기 위해 찾아오시는 1명의 관람객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사실 아트스페이스J는 처음 나정희 관장의 컬렉션에서 시작됐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에 작품들을 한 점 한 점 소장하다 보니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것. 또한, 관장은 ‘좋아하는 작품이 내 공간에 있을 때 공간의 품격이 달라지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인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곳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고 그 방법이 뭘까 고민한 끝에 나온 결론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아트스페이스J였다. 

 
아트스페이스J 갤러리 전경
 

아트스페이스J가 수많은 예술장르 중에서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사진이 지니고있는 특징 중 복제성은 사진을 더 대중적이고, 합리적이며, 가장 현대적인 매체로 만들어준다. 아트스페이스J가 추구하는 ‘생활 속의 예술’이 이런 사진의 특성과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아트스페이스J는 사진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음악을 좋아할 수밖에 없고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문학을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아트스페이스J는 그야말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갤러리 안에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스페이스 뮤직’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1년에 2-3회 정도 콘서트를 연다. 매년 12월에는 아트스페이스J를 아껴줬던 관람객들을 초대해 감사를 전하는 ‘Merry J concert’를 열고 있다. 이 콘서트는 2013년을 시작으로 2016년 12월 23일까지 3년 동안 매진이 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다양한 사진 관련 서적들을 아카이브 하고 있는데 단순한 겉핥기식의 아카이브가 아닌 외국에서 직접 서적을 들여와 다양한 종류의 사진서적을 전시장 한 편에 전시하고 있다.


 
 

아트스페이스J 갤러리 전경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아트스페이스J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전시들을 기획했다. 한혜원 큐레이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로 <의식주(衣食住) … 예술로 말하다>와 개관 전시였던 <사진의 터>를 꼽았다. <의식주(衣食住) … 예술로 말하다>는 예술 속에서 의식주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예술이라는 것이 언뜻 보기엔 고상하고, 일반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분야 같지만 사실상 의식주가 없다면 예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의도 안에서 동시대 작가들은 의식주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다룬 전시였다. 의(2014), 식(2015), 주(2016)를 주제로 3년에 걸쳐 1년에 한 번씩 전시를 열었다.


아트스페이스J의 개관전이였던 <사진의 터>는 사진학도를 배출하는 사진학과라는 터에서 그 씨앗을 뿌리는 역할인 사진학과 교수 16명과 함께한 전시다. 개관을 맞이해 아트스페이스J가 새로운 ‘사진의 터’가 되어보자는 다짐에서 기획한 전시였다. 그리고 지난해 5월에는 3주년을 맞이해 ‘사진의 터’에서 교수들이 뿌린 씨앗들이 얼만큼 자랐는지 되돌아보자는 의미에서 라는 전시를 열었다. 교수의 추천을 받은 4명의 작가 원범식, 이고은, 전정은, 정지필이 참여한 전시다. 그 후에 일우 사진상을 받은 원범식 작가와 김대수 교수의 2인전 까지 <사진의 터>에서 시작된 인연은 다음 전시로 계속 이어졌다. 이 세 전시의 공통점은 단 일회성으로 끝나는 전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트스페이스J는 한번 반짝 보여주는 일회성 전시를 지양한다. 하나의 주제, 이슈 안에서 전시를 계속 이어가다 보면 그 속에서 하나의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갤러리의 생각이다.


 
 

아트스페이스J 갤러리 전경


사실 갤러리 운영에 있어 판매는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아트스페이스J는 판매에 급급해하지 않는다. 한혜원 큐레이터는 ‘관장님은 고객들에게 항상 바로 사지 마시라고 얘기한다. 밤에 누워서 자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계속 생각이 나면 그때 구매하라고 얘기한다’며 그렇게 구매한 작품의 만족도가 높다보니 입소문을 타며 점차 그 수를 늘려갔다.


3년 반 정도 그들만의 신념을 가지고 갤러리 운영하다 보니 나름의 고객층도 형성되었다. 또한, 아트스페이스J는 해마다 한 번씩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여해왔다. 이번 3월엔 홍콩에서 열리는 홍콩아트센트럴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국내 아트페어는 여러 번 참여한 경험이 있지만, 해외 아트페어는 아트스페이스J에게 첫 도전과도 같다. 이번 홍콩 아트페어는 전시 을 함께한 원범식 작가와 참여한다.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이에요. 저희 갤러리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원범식 작가도 본인의 기량을 펼칠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면 해요.”
 


아트스페이스J 갤러리 전경


아트스페이스J는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만큼 2013년부터 14년까지 1년간 사진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형식적인 강의가 아닌 진짜 사진사를 공부해보고자 하는 직장인들, 주부들을 대상으로 중부대학교의 박상우 교수와 함께 진행했던 수업이다. 최근에는 수업을 잠시 중단했다가 이번 3월 아트스페이스J는 다시 한번 사진아카데미를 오픈한다. 정식명칭은 ‘아트스페이스J 오픈 클래스 사진 아카데미’로 1월 중순부터 모집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에도 역시 중부대학교 박상우 교수가 함께하며 8주의 과정 동안 사진의 역사에 관해 깊숙이 들어가 살펴본다.


 

아트스페이스J 갤러리 전경


 
아트스페이스J의 한혜원 큐레이터는 갤러리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이 같이 작품을 보고 음악도 들으며 마치 동네 사랑방에 와서 편하게 얘기하듯, 그런 공간을 지켜나가고 싶어요.”


 
글 : 이나정 기자
이미지 제공 : 아트스페이스 J


해당 기사는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