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이슈]2018 Asian New Wave 한·중·일 동아시아의 젊은 작가들③

어느 영역이든 젊은 피가 돌아야 지속될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는 사진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사진예술은 이번 스페셜 이슈에서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한다. 한국 이재욱, 조경재, 일본 타이스케 나카노, 켄타 코바야시, 중국 첸 즈어, 픽시 리아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사진 매체에 대해 전세대보다 더 열려있고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며, 때론 사진의 물질성을 실험하는 과감한 시도로, 때론 진지한 관찰과 사회 통념에 대한 도전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중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지금 동아시아 사진계에 밀려오는 새로운 물결을 느낄 수 있다. - 편집자 주


이재욱 JAEUK LEE
조경재 Kyoungjae Cho
켄타 코바야시 Kenta Cobayashi
타이스케 나카노 Taisuke Nakano
첸 즈어 Chen Zhe
픽시 리아오 Pixy Liao


 
Everything
켄타 코바야시 Kenta Cobayashi


 

Green Phone #smudge, inkjet prints, 2018 ⒸKenta Cobayashi
 

켄타 코바야시라는 작가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는 2015년 도쿄 프론트라인 포토 어워드(Tokyo Frontline Photo Award)에서 최우수상(Grand Prize)를 수상했다. 도쿄 프론트라인 포토 어워드는 지난 2011년 “현대미술로서의 사진” 영역에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일본 젊은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수상 후 그의 작업은 2018 Unseen Photofair와 2016 이탈리아 밀라노의 프라다 파운데이션의 , 2016 뉴욕 Miyako Yoshinaga의 등 다수의 국제전에 초청받았으며,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 소장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2년생인 그는 자신을 ‘Digital Native’라고 칭한다. 모니터 속 이미지를 접하는 게 실제 이미지보다 더 자연스러운 그에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일은 일상이다. 그는 핸드폰으로 촬영한 원본 이미지를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편집하고, 직접 개조한 프린트기로 인화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뒤섞여 있는 독창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켄타 코바야시는 도쿄 시부야에서 나고 자랐다. 시부야는 도쿄 한 복판의 번화가이자 젊은이들이 모이는 가장 트렌디한 지역이다. 그는 이 곳에서 자신과 친구들의 평범한 일상과 도시의 풍경을 촬영했다. 거대한 도쿄라는 도시는 그에게 작업의 영감이어서, 그는 도쿄를 “새벽 2시부터 동틀 때까지 친구들과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시내의 신사(神社)를 돌아다녔다. 도쿄는 분 단위로 빠르게 변화하는 빌딩 숲과 천년을 내려오는 신사가 공존하고 있다. 그런 도쿄의 모습에서 다층적인 ‘시간의 레이어’를 볼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거리를 거닐다 일단 어떤 이미지가 흥미롭게 느껴지면, 바로 촬영해서 포토샵 프로그램을 통해 편집한다. 이때 그는 포토샵의 ‘스머지 툴Smudge Tool’을 활용하는데, 이 툴은 사진을 마우스로 끌고 갈 때, 마치 붓질을 한 듯이 마우스가 움직인 자국을 남겨주는 프로그램이다. 작가는 “모니터 속 사진을 우리가 직접 손가락으로 끌어당길 수는 없지만, 마우스가 손가락으로 끌어당긴 듯 한 자국을 남기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Orange Blind, #smudge, inkjet prints, 2016 ⒸKenta Cobayashi


이런 편집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이미지는 해체되고, 세부적인 오브제는 추상적으로 뒤틀리거나 확대되고, 일그러진다. 재밌는 점은 이런 변형된 이미지를 보면,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움직임이라거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의 강렬한 빛, 인물의 순간적이지만 세부적인 감각이 잔상처럼 이미지 위에 남아있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낯선 이미지 앞에서 자신이 아는 사물이나 인물의 모습을 추적하거나, 혹은 그저 이 이미지 자체를 시각적인 리듬,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그의 작업에는 인터넷 환경의 ‘링크’와 ‘하이퍼 텍스트’의 개념이 시각적으로 해석돼 담겼는데, 한 창에서 다른 창으로 이동할 때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그는 이를 ‘웜홀’(Warm hole)이라고 부르는데, 평면의 이미지가 마치 다른 차원의 웜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이미지가 일그러지는 모습, 차원의 연결 모습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것은 디지털 합성과 변형을 통해 현실 이미지를 뒤트는데 익숙한 세대에게는 낯설지 않은 이미지다. 마치 사진 속에서 들려오는 음파가 있는 것처럼, 휘어지거나 일그러진 특정 부분은 그 자체로 추상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Amusing, #liquify, inkjet prints, 2015 ⒸKenta Cobayashi

켄타 코바야시는 G/P Yearbook 2015/2016에서 Disuke Yokota와 가진 대담에서 “시뮬레이션, 퍼포먼스, VR, 대지예술 등에 관심 가졌는데, 이 중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회화가 추상, 미니멀리즘 등으로 휩쓸었듯이, 사진으로 같은 시도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며 “사진이 가장 흥미로운 점은 현실의 이미지에 기반 한다는 점이다”고 언급했다. 


켄타 코바야시의 작업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대상과 재현의 관계에 대해서 깊이 숙고하던 이전세대의 사진과 달리, 이제 이미지를 하나의 환영(幻影)이자 가공의 원재료로 다루는데 익숙한 세대에게 사진은 또 다른 시각적 놀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디지털 세계는 더 광범위하게 우리 삶에 들어오겠죠. 저는 가장 먼저 그 공간에 뛰어들어 헤엄치고 싶습니다. 웅덩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노는 아이를 보면, 어른들은 의미없는 행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아이는 물의 파문에서 물분자의 특징이나 중력의 영향을 배울 수 있잖아요.”
 
글 :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 G/P Gallery (gptokyo.jp)

해당 기사는 2018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