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이슈]Photo Collage①

포토 콜라주는 서로 다른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킨다. 존 골, 브루노 메트라 & 로렌스 젠슨, 데보라 켈리는 책이나 팜플렛 같이 다른 매체에서 오려낸 이미지들을 취합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작업한다. 존 골의 생동감 있는 추상적 작업부터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하는 브루노 메트라 & 로렌스 젠슨의 , 신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데보라 켈리의 까지 각 작가들이 포토 콜라주 기법을 선택한 이유도, 표현 방식도 저마다 달라 포토 콜라주의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앙대 이경률 교수의 기고글 <포토-콜라주의 조형적 활용과 그 역사적 이해>에서 포토 콜라주의 개념과 시대별 흐름에 대해 짚어본다. 


포토-콜라주의 조형적 활용과 그 역사적 이해


 

ⓒ 존 골 작품


콜라주(collage)와 포토몽타주(photomotage)는 어떻게 다른가? 또한 포토몽타주와 합성사진 게다가 오늘날 디지털 합성사진과 어떻게 다른가? 우선 이 말들은 작품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제작 과정에 따른 기술적인 용어로 조작 방식과 그 물성에 따라 각기 다르게 이해된다. 우선 ‘붙이다’라는 의미의 콜라주는 신문이나 벽지와 같이 현실에서 차용된 단편들을 그림의 표면에 붙여 하나의 장면으로 만드는 미술기법이다. 주지하다시피 콜라주는 20세기 초 레이디-메이드 개념과 함께 현대미술을 결정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입체파들인 브라크와 피카소의 실험적인 작품에서 그 역사적 첫 실행을 볼 수 있다. 


반면 포토몽타주는 서로 이질적인 것들을 조합한다는 뜻으로 콜라주의 영역에서 포토-콜라주(photo-collage)라고 한다. 말하자면 사진으로 실행하는 콜라주로 매체의 관점에서 합성사진이 되고 오늘날 디지털 조작에 의한 합성사진 역시 포토-콜라주가 된다. 그러나 조작, 합성, 중복, 병치, 도용, 잡종 등 사진을 활용한 모든 조작 기법을 대표하는 미술용어로 흔히 포토몽타주를 언급한다. 


포토몽타주라는 용어는 제 1차 세계대전 직후에 형성된 것으로 베를린 다다이스트들이 당시 그들의 실험적인 작품에 도입된 새로운 기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이 언급한 포토몽타주는 오늘날 미술기법으로서 포토몽타주가 아니라 작가를 엔지니어로 간주해 작품을 기계적으로 ‘조립하는 것(montieren)’을 뜻하고, 또 그와 같이 작업하는 작가를 몽퇴르(monteur)라고 했다. 이 개념은 당시 작품에 대한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반-예술적 행위로 간주되었으며 이후 사진의 합법적인 차용 즉 이차원적인 레디-메이드 개념과 함께 사진뿐만이 아니라 데생, 텍스트, 색채까지 혼합하는 통합 이미지로 진화하게 된다.  


 

도판 1 : 외젠 아페르, 〈아르퀼 도미니크회 수사들의 학살, 이탈리아 루트 38번가, 1871년 5월 25일, 4시 반〉, 1872년


원래 여러 장의 사진을 합쳐 하나의 이미지로 만드는 포토-콜라주는 사진발명 이후 언제나 존재해 온 일종의 유희적인 기법이었다. 역사적으로 합성사진은 이미 1850년대 실험사진가들 예컨대 여러 장의 음화를 합성하여 만든 귀스타브 르 그레(Gustav Le Gray)의 〈큰 파도, 세트〉(1857년)에서 처음 나타난다. 이때 음화의 합성은 당시 불가능한 사진술에 대한 기술적 실험이었다. 그러나 사진을 그림으로 간주하여 포토-콜라주 기법으로 만든 최초의 작품은 영국인 오스카 귀스타브 레이랜드(Oscar G. Rejlander)의 <인생의 두 갈래 길>(1857년)인데 이 작품은 전통 포토몽타주의 가장 전형적인 방식으로 약 30장의 사진을 조합하여 만든 것이다. 초상사진이 대중화되는 1860년대 앙드레 아돌프 외젠 디스데리(A.A. Eugène Disdéri)역시 자신의 명함판 사진에 다양한 사진들을 조합하는 모자이크 명함판(cartes-mosaïques)을 만든다. 이러한 콜라주 기법은 19세기 말까지 초대장, 연말카드, 앨범, 기념품 등에서 대중의 취향으로 발전한다. 또한 합성기법은 아카이브 기록에도 활용되는데 1871년 파리코뮌 사건을 재구성한 외젠 아페르(Eugène Appert)의 〈아르퀼 도미니크회 수사들의 학살, 이탈리아 루트 38번가, 1871년 5월 25일, 4시 반〉(1872년)(도판1)에서 잘 나타난다. 이 사진은 파리코뮌 이듬해인 1872년 파리코뮌 장면들을 화보로 만든 사진집 『코뮌의 범죄』에 실려 출간된 것으로, 거기서 아페르는 당시 정부군들이 코뮌 참가자들을 잔인하게 진압하는 장면을 여러 장의 사진들로 합성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관객을 속이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오랫동안 출판 금지되었다. 

 

도판 2 : 피에르 몰리니에, 〈뒤얽힘〉, 포토몽타주, 1960년대


포토-콜라주가 긍정적 측면에서 예술가들의 조형적 언어로 활용된 것은 사실상 라울 하우스만(Raoul Hausmann), 하나 호에크(Hannah Hoech), 한나 회히(Hannah Höch)그리고 막스 에른스트(Max Ernst)를 중심으로 하는 베를린 다다이스트들이 실행한 포토몽타주에서부터이다. 물론 입체주의자들이나 미래주의자들의 작품에서도 사진을 활용한 콜라주 기법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포토몽타주는 정치적 비평과 함께 입체주의자들이나 미래주의자의 콜라주보다 더 분명한 일러스트적인 성격을 가지며, 그들에게 사진을 합성한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의 단편들로부터 조합하는 예견치 못한 그리고 다소 엉뚱한 장면을 ‘조립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포토몽타주는 기본적인 구성에서 그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다다의 포토몽타주가 대부분 반-예술과 정치적 비평을 함축할 때, 1930년대 초현실주의자 막스 에른스트가 활용한 포토몽타주는 꿈이나 환상을 드러내는 인간의 내적 세계를 탐구하는 시적 도구로 활용되었고, 이후 피에르 몰리니에(Pierre Molinier)의 환상적인 포토몽타주(도판 2)는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자신의 억압된 성적 욕구(성도착증)를 재현하는 도구가 되었다. 게다가 1950년대 여러 장의 사진을 중복하고 부분적으로 조합하는 독일 주관적 사진(Subjektive Photographie) 역시 일종의 포토-콜라주로 볼 수 있다. 

 

도판 3 : 리처드 해밀턴, 〈오늘날 가정을 보다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1957년


포토-콜라주는 1950년대 이후 팝아트의 실질적인 실행자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팝아트 작가들에게 작업의 출발점은 사실상 2차원적 레디-메이드로 간주되는 신문이나 잡지, 포스터, 아마추어 사진 등 대중사진들을 조합하는 포토-콜라주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팝아트 그림은 전통 콜라주로부터 진화된 기계적 포토-콜라주인 셈이다. 팝아트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작품인 1956년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의 〈오늘날 가정을 보다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도판 3)는 포토-콜라주로 제작되었는데, 당시 유행한 일상적인 것들이 그림의 한 장면으로 조합되면서 20세기 후반 현대미술의 중요한 예술적 개념인 키치(kitsch) 미학을 예견하고 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콤바인 페인팅(combine painting)이나 앤디 워홀(Abdy Warhol)의 실크스크린(silk screen) 역시 변형된 기계적 포토-콜라주로 이해된다. 그들은 하나의 화면에 이미지의 혼합과 중첩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용 인쇄기술을 도입하면서 전통적 그림의 새로운 가능성을 던졌다. 그들은 또한 대중문화에 이미 존재한 평범한 일상용품과 대중사진을 이용해 당시 그림(1940-50년대의 추상 표현주의)에 필연적으로 내재된 개성과 독창성 그리고 주관적 화면 구성을 전복시켰다. 또한 의도적으로 기계화된 방식을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사회의 사물화 현상(chosification)을 역설적이고 조롱적인 방식으로 비평했다. 


이후 사진을 활용한 콜라주는 실행자 각자의 예술적 전략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발전하는데 예컨대 제임스 로젠퀴스트(James Rosenquist)의 거대한 페인팅은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서로 중복되고 병치되면서 일종의 그려진 포토-콜라주로 드러날 때,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콜라주는 르네상스 이후 지속되어 온 전통적 원근법과 조화로운 화면을 파괴하는 다시점(multiple viewpoints) 화면을 보여준다. 그는 특히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여 배경과 대상의 경계를 없애고 파편화된 현실의 파노라마 화면을 만들면서 움직임을 재현할 수 없는 그림의 한계와 정지된 순간만을 포착하는 사진의 한계를 동시에 벗어나게 새로운 리얼리티를 창조한다. 거기서 관객은 시공간을 이탈하는 특별한 움직임을 경험하게 된다.  


포토-콜라주는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에 속하는 일부 작품에서 또 한 번의 중요한 조형적 도구로 진화한다. 전통적 모더니즘 형식을 파괴하는 예술적 경향 즉 이미지의 조작과 혼용, 탈-장르와 매체의 혼합은 의심할 바 없이 포스트모더니즘을 설명하는 중요한 특징들이다. 특히 비디오, 영화, 텔레비전 이미지, 텍스트, 사진 등이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되는 혼용은 적어도 그 형식적인 측면에서 전통 콜라주나 포토몽타주를 차용하고 있다. 실제 양차 대전 사이의 아방가르드들이 실행한 전통 포토몽타주는 사진과 그림, 사진과 데생, 사진과 텍스트를 상호 교환하는 미학적 실험이었다. 말하자면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의 혼용 미학은 근본적으로 반-예술적 경향과 전통적 도식을 파괴한 1920년대 베를린 다다이스트들의 포토몽타주 미학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에 나타난 포토-콜라주는 다양한 매체와 다변화된 양식으로 진화되었을 뿐이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이 지향하는 새로운 의미의 질서 즉 일상에 침수된 시뮬라크르(simulacre)의 회귀 역시 전통 콜라주와 포토몽타주에서 볼 수 있는 파격적인 이미지와 의미의 혼동 그리고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콤바인 페인팅의 무질서와 같은 문맥이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 작품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디지털 이미지의 조작과 혼용, 도용과 패러디, 다중 매체의 통합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야기되는 의미의 혼동과 내러티브의 상실은 사실상 20세기 초 다다의 콜라주와 포토몽타주 그리고 콤바인 페인팅 미학으로 이어지는 포토-콜라주의 최종적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경률은 사진이론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이다. 프랑스 투르대학 예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예술사 석사 및 팡테옹 소르본 파리 제 1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진은 무엇을 재현하는가>,<철학으로 읽어보는 사진예술>,<현대미술 사진과 기억>,<현대 사진미학의 이해> 등 다수의 사진 이론서를 저술했고, 필립 뒤봐의 <사진적 행위>와 도미니크 바케의 <조형사진론>을 번역했다. 사진이론가이자 연구자로 후학양성과 집필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글 이경률 (사진이론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해당 기사는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