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김천수 〈Low-cut 로우-컷〉, BMW Photo Space

“사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재현하는 매체이다.
세상은 불완전하고, 따라서 그것을 재현하는 사진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 김천수



부산 BMW 포토 스페이스에서 6월 29일부터 9월 12일까지 열리는 김천수 작가의 〈Low-cut 로우-컷〉은 도시의 고층 건물을 촬영한 전시다. 곧게 뻗어 있어야 할 초고층 건축물의 흑백 풍경은 고무처럼 늘어지고 흔들리고 왜곡되어 있다. 왠지 꿈속처럼 환상적이기도 하고 간혹 익숙하여 어디일까 하고 찾기도 한다.
다시, 자세히, 불규칙한 방향의 흰 선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로 사진을 훼손시킨 것처럼,
마치 흐트러진 건축물을 바로잡으려는 것처럼…….




김천수
오류와 왜곡 속의 기억들


 

Low-cut #58, 2018, acrylic ink on archival pigment print, 183×144cm ⓒ김천수

 
〈Low-cut 로우-컷〉은 현대 도시 조성에 대한 비판 의식과 디지털 이미지의 취약성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 자본의 원리가 집약된 새로운 도시 풍경은 작은 부지에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욕심으로 건물이 점점 하늘 높이 치솟는다. 위풍당당하고 현대적인 고층 건물을 바라보는 현대인의 욕망도 함께 치솟지만, 우리는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 층수가 높아질수록 땅의 기운과 멀어지며, 각종 재해와 안전 문제 등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편 디지털 이미지 재현 과정에서 작은 크기에 많은 수의 화소를 집적하는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 센서는 물리적·전자적 오류로 특정 조건에서 이미지가 왜곡되거나 노이즈를 발생시킨다. 즉, 디지털 기술이 완벽을 추구하지만 완전한 것은 없다는 점이다. 〈로우-컷〉은 이러한 기술적 불완전함에 빗대어 동시대 도시 조성에서 우리들의 욕망의 불완전성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마냥 하늘 끝까지 높이 올라가는 것만이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Low-cut #102, 2020, acrylic ink on archival pigment print, 134×104cm ⓒ김천수


그는 기술적 ‘오류’에 관심이 많다.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기피하는 대상인 ‘오류’를 작품에 적극적으로 대입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가진 최신 기능 중 전자식 셔터(또는 무음 셔터)라는 기능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젤로 이펙트라는 것에 주목해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는 고속 셔터로 촬영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느린 스캔 속도로 인해 이미지가 부분적으로 흔들리거나 왜곡되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특히 수직 건축물을 촬영할 때 이 젤로 이펙트가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나타냄을 경험적으로 알고, 디지털 기술의 불완전함과 과밀도의 도시의 풍경을 대변하는 초고층 건축물의 취약점에서 공통점을 찾고 있다.

 

Low-cut #101, 2020, acrylic ink on archival pigment print, 134×104cm ⓒ김천수


한편 그의 작품들은 기술적 오류에 빗대어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있으나, 회화적이고 재미있는 요소도 함
께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의 왜곡을 통해 마치 건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그 자체가 생동감이 넘치는 것을함께 볼 수 있다. 이러한 생동감은 그 건물들이 애니메이션의 장면처럼 재미와 위트가 넘치게 하여 보는 우리들도 즐거움을 느끼도록 한다.


왜곡된 건축물과 함께 의문스러운 흰색 선들이 곳곳에 뻗어있다. 작가는 흰 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선들은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먹선이며, 이 먹선은 아파트가 지어진 곳의 예전 풍경이나 기사 사진의 실루엣을 따 현재의 풍경 위에 먹줄을 튀기는 방식으로 만들어 졌어요. 먹선이 사진을 훼손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사진에 새로운 미적 요소를 추가한 거죠.” 사람들은 각자의 정치적 사회적 위치에 따라서 한쪽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진, 이미지 역시도 이런 편향성을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되곤 한다. 작가는 디지털 사진과 아날로그 먹선처럼 양면적이고 이질적인 요소를 한 이미지 안에 중첩했고, 이런 다층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도시와 건축을 대하는 사람들의 편향된 시선을 벗기는 시도를 하고자 한다.


 

Low-cut #111, 2020, acrylic ink on archival pigment print, 134×101cm ⓒ김천수


설치미술가이며 사진가인 조르쥬 루쓰(Georgs Rousse)는 오래된 건물, 특히 허물어져도 괜찮고 버려
진 건물을 작업의 장소로 선택하고 그곳에 색을 칠하거나 설치를 해서 사진으로 촬영한다. 그가 3차원 공간에 상징적인 형태나 단어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김천수 작가는 흑백 사진 공간 안에 재건축 건물을 선과 형태로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다. 단순한 기하학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발전 뒤에 숨겨진 사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천수는 2007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학사를 마치고 2012년 MFA Glasgow School of Art 순수미술 석사로 졸업하고, 개인전 〈모텔 투어〉(스페이스바바, 2007), 〈리조트〉(인사아트센터, 2009), 〈로우-컷, 로우-패스〉(일우스페이스, 2018), 〈알프스〉(SPACE22, 2019) 등을 개최했다.


 
글 이진영 부산디지털대학교 영상전공 교수
이미지 제공 BMW Photo Space

해당 기사는 2020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