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과 실재의 크기를 겨루다, 한스 요르겐

한스 요르겐의 작업실은 한적한 스톡홀름 남쪽교외의 부 Boo에 위치하고 있었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처음으로 눈에 띈 것은 사진이 아닌 다양한 스케일의 모형들과 자동차 정비실을 떠올리는 여러가지 연장들이었다. 정돈되었으나 실험정신으로 가득 찬 통상 다른 작가의 작업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는 비주얼 작가의 아틀리에라기 보다는 모형으로 가득한 건축가의 설계 사무소와 비슷한 첫인상을 주었다.

그는 지금 진행 중인 전시작 이외의 기존 작업의 이미지와 포트폴리오를 보여달라는 말에 작업실을 떠나 언덕 위에 위치한 그의 집으로 안내한다. 가을이 완연한 정원의 나무들은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빛을 달리하고 있었고 창가에 줄 선 흔치 않은 머리카락 다발 같은 가는 선인장들이 목을 늘어트리고 나를 소박한 그의 거실로 맞이했다.



Gronhogen Ur serien Ingens Land, 2006, 50x50cm, Inkjet ⒸHans Jörgen


Metamorfos Ur serien Ingens Land 0611,2006,120x120cm,C-print ⒸHans Jörgen


Skull 1 Ur serien Ingens Land, 2008, 50x50cm, Inkjet ⒸHans Jörgen

SH 처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따로 존재하는지, 가족 중에 작가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창의적이고 크레프트한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것인지 궁금하다.
HJ  *웃음
나의 아버지는 욀란드에서 유명한 지역 산물인 조경석조물을 만드시는 분이셨다. 손 재주가 뛰어나신 아버지 덕분에 집안의 대부분의 집기들이나 가구들은 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연스럽게 나와 형은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게 됐고 그것이 정확히 지금처럼 아트의 형태를 갖추고 있거나 특별한 컨셉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무언가 필요하면 만드는 자연스러운 연결 구도는 내 삶에 깊숙이 자리하는 습관이자 이미 완성된 제품이나 다른 사람의 디자인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것을 추구하는 소소한 철학을 갖게 한 것 같다.  (이 말과 동시에 내가 테이블을 유심히 보고있자, 그를 가르키며) 이것도 모데르나의 이관 첫 전시였던 앤디워홀 전시 때 작품 운송에 사용했던 나무 상자에 유리를 끼워 만든 것이다.

SH 사진작업으로 작가의 길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인문학이나 철학 등 학문을 먼저 전공했는지 또 전에 교편을 잡고 있던 왕립예술대학에서 가르친 과목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다.
HJ 나는 오랫동안 학문으로 예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비나 목수일을 시작으로 보다 크래프트한  경력으로 오래 일해왔고 왕립대학에서 가르쳤던 과목도 플라스틱이었다. 만들고 고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는 나만의 생각들을 무엇으로 만들어 표현하게 된 것 같다.

 


Untitled Ur serien Ingens Hus, 2016, 45x45cm, Inkjet ⒸHans Jörgen


City bank, Ur serien Kolonisatorerna, 2016, 60x60cm, Inkjet ⒸHans Jörgen

SH 기존의 작업들은 조각과 설치가 주를 이루었다, 기존작업에서 발전하여 사진작업으로는 첫 프로젝트가 된  잉엔스 란드 Ingens Land* (no one’s land) 는 몰드나 곰팡이를 직접 키워 촬영한 사진작업으로 알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자연을 재현한 것인지 생명을 재현한 것인지 아니면 소멸하고 그 안에서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존재의 변신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인지 궁금하다. 작업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HJ 맞다. 이 작업의 시작은 적당한 양분과 환경만 주어지면 유기적으로 자생하는 곰팡이를 이용하여 개인적으로 익숙한 장소의 풍경을 창조하고 싶어서 시작 하였다. 키우는 데는 한 달 남짓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촬영이라는 마지막 작업 단계가 끝나면 다시 다른 종류의 곰팡이를 키우는 작업을 반복하였다. 실지로 내가 살던 지역의 한 언덕과 흡사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SH 두 번째 사진작업이자 조형의 요소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잉엔스 후스 Ingens Hus* (no one’s house)의 작업에 대해 듣고 싶다.
HJ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공사 현장에 있던 셀처럼 이루어진 큐브 모양의 임시 집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흡사 생명체 같았고 같은 규격과 크기와 색으로 하나씩 더해져 원하는 크기의 더 큰 건축물을 만들 수 있었다. 내가 본 것은 여섯 개 정도의 위 아래 그리고 옆으로 연결된 가 건물의 모양이었는데 이 과정과 컨셉이 인상적이면서도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처럼 조직적이고 유기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업실로 돌아와 내가 관찰한 그대로 스케일만 다르게 하여 직접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작업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빈집이지만 동시에 존재하는, 실재하지만 다른 실재를 위해 존재하는 그 이면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이 작업을 통해 구현해 보고자 하였다.  

 


From Above (Glencheck),2018, 120x120 cm, Inkje ⒸHans Jörgen


Construction  (Glencheck), 2018,120x120cm,Inkjet ⒸHans Jörgen


Ashes  Ur serien Element ,2010, 120x120cm, C-print ⓒHans Jorgen

SH 미술관의 전시 커미션 작업이자 그 미술과 공간과 어울리는  사이트스페서픽(site-speccific 특정 장소에 설치하기 위해 제작된)한 작업인 바니타스 Vanitas 작업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는가? 공간과 어울리는 설치를 위해서 따로 구상한 점은 어떤 것인가?
HJ 이 작업은 스몰랜드에 있는 아트 뮤지엄에서 나에게 공간에 맞는 작업과 설치를 부탁하여 구상하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들의 로고의 탄생배경과 상징은 사실 흥미로우며 명확하다. 지금 우리는 그 단순한 기호와 부호들을 보고 일정한 상표와 그 아우라를 떠올린다... 굳이 누군가 이야기 해 주지 않고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상징의 세계를 탁 트인 전시장에 특히 전시장의 일부분이 되는 외관의 자연풍경과 아우르고 싶었다. 나는 바닥에 거대한 나무로 된 베이스를 설치하고 브랜드 로고를 파내어 과정에 생긴 파편과 결과물을 동시에 하나의 풍경이 되도록 계획하였다. 사람들이 익숙한 부호들을 직접 만져보고 그 위를 걸어가면서 자신만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게 하였다. 동시에 바깥세계는 자연 그 자체로서 하나의 시각적인 재료로서 실내와 연결될 수 있게 하였다.  

SH 가장 최근 작업이자 지금 현재 전시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HJ From Above와 Construction시리즈가 최근전시작이다. 작업은 내 작업실에서 모형으로 제작되었다. 벽돌과 구조물 그리고 패턴들은 지어지고 허물어 지고를 반복하며 작업은 살아있는 식물이나 나무처럼 천천히  발전했다. 사진을 보고 아주 큰 장소에서 촬영되었을 것이라고 많이들 상상하지만 사실은 서너평 남짓 하는 내 작업실 작은 작업대에서 위에서 이루어 진 것들이다. 실재하는 것과 허구의 차이는 이렇게 크고 그 개념은 얼마든지 플레이가 가능하다. 우리는 전적으로 눈으로 보는 것을 사실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 믿음에 의문을 던지고 또 같은 성질의 것이 단지 크기만 다르게 했을 때 일으키는 의식의 충돌이 이번 작업의 핵심이다. 사진은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내 작업에서 가장 큰 것이 가장 작은 것이 되고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 것이 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사진이다.  

SH 지금 사진작가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과 작가 지망생들에서 들려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HJ 나는 학교에서 플라스틱을 가르쳤지만 학생들에게 테크닉적인 것 보다 강조한 것은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만들어 보고 가늠해보고 상상해 보라는 것이었다. 사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존재하는 것을 촬영하던 촬영을 위해 어떤 것을 만드는 작업을 거치던 간에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말고 관념과 개념을 생각하고 될 수 있으면 그 생각들이 많이 그리고 직접 구현을 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SH 다음 작업에 대한 구상은 무엇인가?
HJ 다음 작업으로 구상 중인 아이디어가 있지만 아직 발표하기는 이른 단계이다. 

 

글 허숙영 통신원  이미지 제공 Hans Jörgen
해당 기사는 2018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