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gs Doing Their Thing, 카트린 손탁

주로 공간에 사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카트린 손탁(Kathrin Sonntag)의 작품에서 사진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써 작품의 중심점 역할을 한다. 한 순간을 있는 그대로, 시간이 멈춰진 장면을 영원히 유지하며 외부 참견의 여지 없이 객관적인 사물의 상태만 보여주는 ‘사진’이야 말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출발점이 아닐까? 프랑스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 퐁티를 대표로 이미 많은 철학자와 미술사학자들이 인간의 물리적인 ‘눈’으로 보는 것과 그 형상이 뇌로 전달되어 인지하는 것의 관계에 대하여 논하였다. 예로, 안드레아 거스키는 '우리가 현실을 이해한다고 믿고, 스스로 무언가를 인지한다고 믿는 것'이상의 개념에 대하여 사진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였으며 박형근 작가 역시 본인이 인식하는 현상과 존재하는 현실 사이의 불일치에 대해 깊게 고찰하고 있다. 여전히 이 주제를 응용한 증명과 새로운 표현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트린 손탁 역시 일상의 흔적들을 옮겨 놓은 듯한 설치 작업을 통해 관객들에게 모호한 기분을 가져다 준다. 그녀의 작업은 실제와 인지 하는 방법, 그리고 우리가 인지하는 것에 무엇이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하여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유쾌한 도발이다.
 


Dinglinge (2018) 18 collages on wood each 48x29,7cm installation view at KINDL - Centre for Contemporary Art, Berlin
Photo: Kathrin Sonntag Courtesy Kadel Willborn Gallery, Düsseldorf Germany


Dinglinge (2018) 18 collages on wood each 48x29,7cm installation view at KINDL - Centre for Contemporary Art, Berlin
Photo: Kathrin Sonntag Courtesy Kadel Willborn Gallery, Düsseldorf Germany

1981년 독일 함부르크 생. 해마다 각광받는 작가들을 앞다투어 인터뷰하는 매거진과 그룹전을 만드는 예술 공간에서 러브콜을 받는 말 그대로 ‘유망한 신진 작가’ 카트린 손탁. 2009년 뉴욕 구겐하임에서 주최하는 어워드(Dr. Georg and Josi Guggenheim Foundation Prize)에서 수상하며 조금씩 그녀의 이름을 알렸다. 손탁은 베를린의 예술 대학에서 로타 바움가르텐(Lothar Baumgarten)의 지도를 받았다. 로타 바움가르텐은 공간을 충분히 이해하고자 하며 건축과 현대 미술의 끈끈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스승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그녀의 작업에서도 공간은 큰 의미를 차지하는 요소이다.  

그녀의 작업은 우리가 직접 보는 것과 인식하고 인지하는 것에 대한 고찰을 잘 보여준다. 잘 구성된 설치물은 관객, 즉 작품을 보는 주체에게 시간과 공간, 사물, 건축물 등의 대상을 인지하는 데에 교차된 정보를 전달함으로서 무언가 알 듯 말 듯한 혼란의 감정을 느끼도록 만든다. 즉, ‘모호함’이 슬슬 생겨나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사진에 담은 모습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표현한 것이고 이러한 경계의 불분명함을 어색하지 않게 표현한 작가의 노력에 감탄이 나온다.

이번 개인전의 영문 제목 ‘띵스 두잉스 데얼 띵 (Things Doing Their Thing)’을 한글로 풀자면 ‘각자 할 일을 한다’ 혹은 ‘있는 그대로’ 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다. 작가의 작업 이야기를 듣고 제목을 보자니 이 또한 아이러니하다.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주체의 입장에서는 역설적인 제목이다. 오브제는 그 자체로 전시 공간 안에 놓여 있지만, 관객에게 다른 인식을 하게끔 각자 할 일 이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시에서 카트린 손탁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품과 슬라이드 프로젝션을 사진과 함께 설치해 놓았다. 사진과 일상 오브제 사이사이의 미묘한 연결고리는 관객이 늘 사용하는 인지 방식으로 작품을 인식하는데 의도적으로 방해를 놓는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바로 시작되는 킨들 KINDL 전시 공간을 기대하고 방문하여서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동시에 지금 미술 전시가 진행되는 중인가? 하는 의문이 여지없이 들게 될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도 전에 보이는 것은 공사장이나 이사하는 집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사다리와 긴 빗자루, 페인트 룰러, 양동이 같은 일상의 소품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익숙한 오브제들의 사이에 혹은 배경으로 아주 사실적인 사진 작업이 있다는 것을 오브제를 본 후에 보게 되기 때문이다.



Problems and Solutions (2017)
installation photographic wallpaper, diverse objects size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KINDL - Centre for Contemporary Art, Berlin
Photo: Kathrin Sonntag Courtesy Kadel Willborn Gallery, Düsseldorf Germany



Problems and Solutions (2017)
installation photographic wallpaper, diverse objects size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KINDL - Centre for Contemporary Art, Berlin
Photo: Kathrin Sonntag Courtesy Kadel Willborn Gallery, Düsseldorf Germany

이번 개인전의 출발점이자 주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 프로블램스 앤 솔루션즈(2017)는 손탁이 매일 마주치는 사소한 문제점들을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의 사진 시리즈이다. 작가는 주변의 익숙한 장면을 렌즈에 담아 창의적이고 동시에 준비 없이 조작되어 어설프고 투박한 모습으로 대안을 추구한다. 작가는 주변 어디에선가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소품을 이용하여 사진과 현실을 연결하기 위한 단순하고 임시방편적인 해결 방안을 선보이며 이렇게 즉흥적인 방법을 통해 사진 속의 상황을 인식시키고 외부로의 울림을 야기시킨다.

약 2005년부터 그녀의 작업을 살펴보면 참으로 일상의 오브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브제의 위치와 공간의 관계, 그리고 그것들을 보고 인지하는 관람자의 인식체계에 대해 일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품들이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떠오르는 모호한 작업에서부터 때로는 뚜렷하게 ‘당신들을 헷갈리게 하려고 만들었다’라고 하는 듯한 작업까지 그녀의 연구 정신이 느껴진다.



Dinglinge (2018), 18 collages on wood each 48x29,7cm installation view at KINDL - Centre for Contemporary Art, Berlin
Photo: Kathrin Sonntag, Courtesy Kadel Willborn Gallery, Düsseldorf Germany

Kathrin Sonntag, Problems and Solutions in Exhibition,
Things Doing Their Thing at KINDL-Zentrum fr Zeitgenssische Kunst(2018) 3

이번 킨들(KINDL)에서 열린 개인전 Things Doing Their Thing을 직접 방문하여 관람하고, 작품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다시 한번 모니터나 스크린을 통해 본다면 더욱 뚜렷하게 그녀가 의도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 격인 프로플램스 앤 솔루션즈은 명확하면서도 참신한 방법으로 관객을 혼동시키고 있다.

싹둑 잘린 나무의 몸통을 테이블 다리로 하고 천을 씌운 테이블 사진이 벽면에 걸려 있다. 그 사진이 걸린 벽면을 클램프를 이용하여 고정시켰다. 목공 작업을 할 때 많이 사용되는 도구인 클램프는 작업하는 소재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 도구가 그녀의 작업에서는 단순히 벽과 사진 작업을 고정시키는 역할 뿐이다. 사진 속의 잘린 나무 몸통과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돌이 얹어진 테이블보와의 직접적인 물리적 관계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 소재들이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고 자꾸 보게 되는 것은 필자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첫 눈에 감탄을 하며 기발한 아이디어에 충격을 받거나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는 전시도 있겠다. 그렇지만 카트린 손탁의 작업의 매력은 나중에 한번씩 생각하게 하며 가볍게 웃음짓게 하는 유쾌함이 아닐까. 전시를 소개하는 그녀는 차분하고 진지했다. 작품 하나하나에 몰두하며 이야기하는 빛나는 눈빛에서 앞으로는 또 어떤 작업을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베를린의 유명 맥주 브랜드 킨들(KINDL)의 양조장이었던 공간이 현대 미술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하였다. 하지만 기나긴 역사를 지닌 양조장의 흔적은 그들의 자존심이기에 최대한 유지하였다. 공간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 안의 반짝반짝한 현대미술 작업들이 이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전시장에 방문할 기회가 된다면 공간을 잘 활용한 설치 작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설치와 동시에 사진은 그녀의 주된 표현 매체이며 설치 작품을 구성할 수 있는 기본 요소이다. 전시장 방문이 어렵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그녀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http://kathrinsonntag.tumblr.com/
Photo Credit: Heejin Cho
장소: 베를린 킨들 현대 미술 센터 KINDL – Zentrum für zeitgenössische Kunst
일정: 2018년 9월 9일 - 2019년 1월 27일

 

글 조희진 통신원 이미지 제공 Kadel Willborn Gallery
해당 기사는 2015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