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릿츠 | Music

 

K.D. Lang & Cindy Crawford Los Angeles, 1993 ⓒHerb Ritts/courtesy of CAMERA WORK
 


유튜브 등 플랫폼를 통해 무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요즘에도 여전히 CD가 판매되고 있다. CD는 음악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고 소장의 기쁨도 준다. 특히 CD 표지 사진의 주목 효과가 크며 음반 판매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CD, 카세트테이프, LP의 표지를 장식하기 위해 뛰어난 사진가의 사진이 요구되었다. 음반의 판매량에 큰 영향을 준 사진 작품을 창작한 작가 중 한명이 허브 릿츠(Herb Ritts)이다. 허브 릿츠는 패션, 인물 사진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하였고, 많은 음악가들의 인물 사진을 남겼다. 베를린 Camera Work의 전시회 에서 허브 릿츠가 촬영한 음악가들의 포트레이트 작품을 4월 27일부터 6월 4일까지 전시하였다.

음악가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진 중 하나로 마돈나(Madonna)를 팝의 여왕으로 만들어준 “True Blue” 음반의 시선을 끄는 매력적인 표지 사진이 있다. (p.34) 살며시 감은 눈과 턱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노출된 어깨가 보이고, 반짝이는 가죽 재킷이 시선을 잡는다. 여성의 섹시함을 강하게 드러낸 사진이다. 음반의 표지 사진 영향으로 마돈나는 경쟁자 신디 로퍼(Cindy Lauper)와 ‘True Colors’와 ‘True Blue’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렇듯 표지 사진이 음악가의 성공을 견인하기도 한다.

허브 릿츠가 잡지의 어사인먼트를 받아 촬영한 수많은 사진들이 그의 생전에 보수적으로 알려진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에서 전시될 정도로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신디 크로퍼드(Cindy Crawford)와 같은 연예인부터 정치지도자 달라이 라마(Dalai Lama)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사진으로 담아내었다. 그가 미국의 전설적인 록커이자 미국 대중 문화의 아이콘인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teen)을 찍은 사진에서 배경의 질감과 선, 형태를 그의 음악의 느낌과 연결시켜 인물의 개성을 더욱 뚜렷이 드러냈다. (p.36)

그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사진가가 된 것은 1970년에 타이어 교체를 기다리며 그의 친구인 리차드 기어(Richard Gere)를 촬영한 사진이 유명 잡지에 실리면서부터다. 그 후 그는 엘르(Elle), 롤링 스톤(Rolling Stone) 등의 잡지사로부터 어사인먼트를 받으며 단순히 아름다운 사진만을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사회의 규범, 법칙, 관습 같은 규정들을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1992년 커밍아웃을 한 K.D 랭 (Kathryn Dawn Lang)과 플레이보이로부터 20세기 가장 매력 있는 모델 중 한 명으로 꼽힌 신디 크로퍼드의 사진은 게이에 대한 시선이 따가웠던 1990년대 초반의 사회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구성한 이미지이다. 이 사진은 남성적인 판타지 중의 하나인 섹시한 여인이 노출이 심한 의복을 입고 면도를 해주는 장면으로 싸구려 커피의 느낌이 아니라 고급 와인 같은 느낌이 난다는 점이 허브 릿츠 작품의 매력이다. (p.33)

 



◁ Madonna True Blue Hollywood, 1986 ⓒHerb Ritts/courtesy of CAMERA WORK
▷ Tina Turner (d) Los Angeles, 1999 ⓒHerb Ritts/courtesy of CAMERA WORK




Bruce Springsteen New York, 1992 ⓒHerb Ritts/courtesy of CAMERA WORK
David Bowie (h) Los Angeles, 1989 ⓒHerb Ritts/courtesy of CAMERA WORK



◁ Michael Jackson 1 Hollywood, 1991 ⓒHerb Ritts/courtesy of CAMERA WORK
▷ Aretha Franklin Detroit, 1992 ⓒHerb Ritts/courtesy of CAMERA WORK



Elton John with Top Hat Los Angeles, 1989 ⓒHerb Ritts/courtesy of CAMERA WORK
 


허브 릿츠는 1980년부터 뮤직비디오와 광고영상의 감독도 맡았다. 그는 마돈나, 마이클 잭슨, 자넷 잭슨(Janet Jackson), 제니퍼 로페즈(Jennifer Lopez), 브리티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등 세계적인 팝 스타들의 뮤직비디오 감독을 하면서 음악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그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음악가들의 노래를 영속시킨 것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어 그들의 영광의 순간을 영원히 잡아 놓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마이클 잭슨이 팝의 황제일 때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며 마이클 잭슨의 자신감과 인간적인 소박함을 느끼게 해준다. (p.38) 흰 배경을 써서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방식은 락앤롤의 여왕이자 12번의 그래미 상을 받은 티나 터너(Tina Turner)의 사진에서도 잘 들어난다. (p.35) 또한 6회의 그래미상과 2회의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상을 수상하고 영국의 기사 작위까지 받은 엘튼 존(Elton John)이 검은 수트와 모자를 쓴 사진도 유사한 스타일 체계를 갖는다. (p.40)

허브 릿츠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2003년 장례식에서 마돈나는 그를 추모하며 그와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그녀가 허브 릿츠의 매력에 설득당해 해변에 갔으며, 옷을 벗고, 찬 바닷물에 들어가 추위에 떨며 춤을 추었다. 마돈나는 물에 젖은 생쥐 같은 꼴을 하고 집에 가면서 허브 릿츠와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 되새겼다. 하지만 그가 완성한 사진작품을 보았을 때 그녀는 그 이미지에 매혹되었고, 그 후에도 그녀는 허브 릿츠와 인연을 이어 왔다. 그녀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허브 릿츠의 이미지를 본 사람이라면 이미지를 만드는 마스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허브 릿츠의 이미지를 본 사람이라면 이미지를 만드는 마스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발자취는 후대의 수많은 패션, 인물, 예술 사진작가들에게 많은 영향과 영감을 주었다.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번쯤은 그의 아이코닉한 작품들을 보았을 것이다. 50세의 젊은 나이에 별세하였지만, 그가 사진 속의 모델에게 영속성을 부여한 것처럼 그의 이미지를 통해 그도 영속할 것이다.

 

글 전경배 기자
해당 기사는 2021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