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립 사진미술관의 방향을 제시하다③

프랑스 국립 주드폼 미술관
(GALERIE NATIONALE DU JEU DE PAUME)

사진, 영상, 뉴미디어 전문 미술관

 
Jeu De Paume 미술관 외관
 
 
프랑스 파리의 튈르리 정원 한 켠에 위치한 주드폼 미술관은 사진, 영상, 뉴미디어 아트 등을 주로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뒤로는 루브르 박물관이 있고, 앞으로는 콩코르드 광장을 접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파리의 심장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3층짜리 미술관은 본래 나폴레옹 3세 때 실내 테니스 (Jeu de Paume)를 즐기는 목적의 경기장으로 건립됐다. 1909년부터 미술 전시회장으로 사용됐고, 1930년부터는 샤갈, 피카소, 모딜리아니부터 19세기 인상파 대가들의 작품을 주로 소장하고 전시했다. 그러나 이후 오르세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주드폼의 소장품들을 모두 이전하고 문을 닫았고, 1989년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9개의 전시장과 영상 상영실, 서점, 카페 등이 들어섰다.


현재 주드폼 미술관은 사진과 영상, 뉴미디어 전문 미술관으로, 특히 19~20세기 초반의 고전, 근대 사진작업들을 많이 전시하는데, 이는 고전, 근대 사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보존하려는 프랑스의 문화정책을 반영한다. 지난 11월에 방문했을 때도 1920년대 신즉물주의를 이끈 독일사진가 알베르트 렝거파츠슈(Albert Renger-Patzsch)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파리에서 주드폼의 마르타 길리 관장을 만나 사진 전문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마르타 길리 Marta Gili 프랑스 국립 주드폼 미술관 관장


 

Marta Gili, mars 2012
ⒸAnna Malagrid


한국에서는 국공립 사진미술관의 건립이 논의 중인데, 프랑스의 경우 언제부터 주드폼과 같은 국공립 사진미술관이 자리 잡게 됐는가?

유럽에서도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사진이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사진전문 미술관이 생기는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70~80년대 미국 시장의 영향으로, 사진이 예술시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거래가 되기 시작하며, 그 때부터 사진이 작품으로서의 에디션이나 작품가가 책정됐고, 콜렉터의 수집 대상이 됐다. 일반적인 미술관은 따로 사진부서가 없었다. 물론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경우는 예외였다. 그들은 이미 1940년대부터 사진부서가 있어왔으니까. 그런데 사진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사진도 예술의 한 분야로 미술관에서 수집과 소장, 전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물론 각 미술관의 공간들은 이미 회화나 조각 등 여타 장르의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고, 사진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지면서 사진 전문 미술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주드폼의 경우 오직 사진만을 다루는 사진전문 미술관은 아니다. 우리는 20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진, 영상, 비디오, 설치, 온라인 뉴미디어와 같은 기계 전자장비 이미지(Mechanical and electronic image) 작업들을 주로 전시한다. 주드폼 미술관은 1922년 첫 전시를 선보인 이래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지난 2004년부터 사진과 영상, 뉴미디어 전문으로 미술관이 개편됐고, 이것은 사진, 영상 미디어가 그만큼 예술 전반에서 주요해졌기 때문이다.


주드폼 미술관을 사진, 영상 전문으로 운영하면서, 전시작품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나? 가령 사진의 경우도 다큐멘터리 사진이 있을 수 있고, 추상적이고 개념예술적인 사진이 있을 수 있는데 주로 어떤사진을 전시하는가?

현재에는 사진의 범위가 많이 넓어졌고, 예술가들은 단지 사진이나 영상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설치, 사진, 영상이 모두 함께하는 방식에 익숙해져있다. 우리가 전시범위를 기계, 전자장비 이미지로 총칭하는 것도 그 이유인데 사진, 영상, 뉴미디어, 설치가 함께하면서 그 레이어는 다양해졌다. 사진의 다큐멘터리 스타일이 리얼리티만을 보여주기 위해서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포토저널리즘 사진과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사진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포토저널리즘이 현실을 명확하게 전달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다큐멘터리 스타일은 그 이상의 다양한 레이어를 가지고 함축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사진은 일종의 스토리텔링이자 상징이기에 장르나 표현 기법 등으로 굳이 전시 범위를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의 여러 역할 중, 주드폼 미술관이 주로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한 가지 명확히 할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내셔널 갤러리이지 작품을 수집,소장하는 뮤지엄(Museum)은 아니다. 파리에는 이미 많은 미술관들이 사진을 수집, 소장하고 있다. 퐁피두 미술관은 20세기 사진작품을, 오르세 미술관에는 19세기 사진작품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 미술관까지 사진을 콜렉션 할 필요는 굳이 없다. 대신 우리는 다양한 컨템포러리 사진을 전시하고, 도록을 출간한다. 우리는 동시대 작가들이 우리와 공동 프로젝트로 새로운 작업을 제작하고 전시할 수 있도록 투자한다. 또 큐레이터를 위한 레지던시를 운영해서, 젊고 유망한 큐레이터를 초청해 작가들과 관계 맺고 그들이 함께 팀으로 새로운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서적을 출판할 수 있도록 직접 투자하며, 이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연구한다.


서울시에서 시립사진미술관의 건립을 논의 중인데, 사진 아카이브 미술관으로 할지, 혹은 현대사진미술관으로 할지 다양한 의견이 있다. 사진미술관의 역할과 범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꽤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나는 서울에 다른 국공립 미술관들이 이미 역사적인 사진을 수집, 소장해왔다면, 굳이 새로 생길 사진미술관이 사진 아카이브 미술관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미술관들이 사진을 적극적으로 수집, 소장해온 것이 적다면, 일단 역사적인 사진을 모으고, 정리하며 연구할 필요가 있기에 사진 아카이브 미술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다른데, 파리의 경우 이미 많은 미술관들이 역사적인 사진을 연도에 따라 나눠 수집하고 소장해서 관리하고 있기에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굳이 사진 아카이브 미술관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니 먼저 자신이 사는 도시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역사적인 사진들을 수집, 정리, 연구하는 일이 필요하고, 그 다음이 현대 사진작업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프랑스 국립 주드폼 미술관(Galerie nationale du Jeu de Paume)

해당 기사는 2018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