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사라 《구원의 깨달음》
- 2025-01-07 10:38:14

김영희는 오랜 기간 신앙생활을 하며 경험한 연령회 활동을 통해 《구원의 깨달음》(2024.11.23.~12.8. | 서울대교구 수서동 성당)이란 전시를 열었다. 그는 죽음이란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시간에 가장 가까이 도움을 주는 매개자로서 역할을 하며,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구원이라는 것에 대해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만남이지만, 그 속에서 작가에게 주어진 ‘쓰임’은 한 개인이 아닌 신앙 속 우리가 타인과 고통을 나누는 시간이자 회개의 시간이기도 하다.
《구원의 깨달음》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신앙인으로 봉사하고 공부하며 신앙생활을 했지만, 그동안 갈망하던 구원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었다. 봉사를 통해 소외된 분들 즉, 재소자, 장기수, 호스피스병동 환자, 맹인들을 30년 전부터 만났다. 그분들과 시간을 보낼 때는 나 아닌 다른 내가 있었다는 걸 지금에 와서 깨닫는다. 아마 그런 시간이 이 작업으로 연결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는데, 소외된 곳에서는 마음이 따뜻하고 풍요로웠다. 다양한 분들을 만나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연히 연령회 회장을 10년 정도 맡게 되었다. 소외되고 버림받은 가족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며 힘들다기보다 사명감, 부름, 도구로써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업은 신앙인으로서 또 연령회 회장으로서 일기를 쓰듯 기록한그림일기에서 시작되었다.

눈덮힌 매장 ⓒ김영희
낯설고도 특별한 사진이다. 작업 과정은 어떠했나?
처음부터 전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작업한 사진은 아니었다. 항상 일기를 쓰는데, 그림일기를 쓰듯 하루를 기록하는 방식의 일환이었다. 일기처럼 찍어왔던 사진이 작품처럼 보이는 이유는 습관처럼 사진을 찍을 때 항상 사람들이 다니는 반대 방향에서 촬영하는데, 그런 뷰포인트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작업으로 생각하고 촬영한 것이 아니었기에 전시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신부님이 2년 전부터 전시 제안을 하여 11월 천주교의 ‘위령의 달’을 맞이해 전시를 열게 되었다.
전시작들에 효과를 준 것처럼 후반작업이 되어있다.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이라 스트레이트 방식으로 촬영하면 초상권도 있고, 의도하고 촬영한 내용이 아니었기에 작품 같은 이미지를 만들려 했다. 후보정 작업을 통해 직접 이미지를 그리고 작품 하나하나 장례의식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추려고 했다. 묵상하는 모습, 장례의 경건한 순간들을 감상하며 누구나 겪어야 할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삶의 동반자나 조력자들을 생각하고 조금이나마 일상에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작품을 보고 있자면, 다큐멘터리적인 성향이 강해 보인다. 삶의 마지막을 담아내는 기록적인 시선이 자연스럽게 작동되어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죽음’이라는 소재가 주는 경건함도 있지만, 성당이라는 공간이 주는 종교적인 특성도 이번 전시의 특별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기에 거리감이 들고 주저할 수도 있지만, 삶의 과정을 통찰해 보는 시간으로 전시를 추천한다.

대림시기 장례미사, 신부님 마지막기도 ⓒ김영희
의도하지 않았던 작업이지만, 연령회 활동을 통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집안이 부유하고 화목했던 집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가정에 소외된 분들이 있다. 연령회 활동을 하며 그런 분들을 많이 뵌 것 같다. 코로나로 활동이 제한적일 때, 신부님의 요청으로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 조문을 간 적이 있다. 성당에서 먼 지역이라 대표로 장례식에 갔는데 빈소에 아무도 없었다. 아들로 보이는 젊은이가 있었는데, 개인의 가정사 때문에 가족도 없고 알릴만한 사람이 주위에 없었다고 한다. 다만 천주교 신자였기에 천주교 예식을 해드리고 싶다는 이야기가 가슴이 아팠다. 이 외에도 자식에게 버림받고 연고가 없는 분들을 합동유골함에직접 넣어드리기도 했다. 남이 겪지 못한 위로의 체험을 많이 하면서 특별한 쓰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도 혼자 있다는 느낌보다 항상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희는 전시를 위한 작업을 했다기보다 삶의 과정에서 만난 구원의 깨달음을 겪는 과정의 일부를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이 모든 과정은 의도한 내용이 아니기에 전시의 방법이나 디스플레이 역시 완벽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진정성과 성스러운 작업 내용이 이런 형식들을 무모한 이야깃거리로 만든다. 현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작가의 진솔함과 우연성이 만들어 낸 조각을 보며 작가가 느꼈던 신앙적인 깨달음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글 한민서 문화예술자원 연구자
해당기사는 2025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