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의 상상력이 깃든 건축사진 《CONSTRUCTED SPACE》

건축물은 역사적으로 사진작가들에게 매력적인 소재였다. 자연의 세계에 인공적인 구조물이 들어섬으로써 어떻게 새로운 공간이 창조되는지 사진작가들은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홀덴 런츠 갤러리HOLDEN LUNTZ GALLERY의 전시에서는 작가의 독자적인 상상력이 깃들어 재해석한 건축사진들을 선보였다. 4인 4색의 시각으로 재창조한 매력적인 건축사진들을 만나보자.
 


ⓒKAREN KNORR, The Peers of the Realm (Lanesborough), 2015, Archival Pigment Photograph


건축 사진의 매력은 단순히 건축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데 있지 않다. 각 건축물이 어떤 공간과 시간을 거쳤는지에 대해, 작가의 생각이 녹아든 건축사진은, 세계의 구조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가능케 한다. 이 때 사진은 공간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재현 도구가 아니라, 각 작가의 상상력과 해석으로 창조된 미지의 공간을 시각화하는데 활용된다.

미국 플로리다의 홀덴 런츠 갤러리HOLDEN LUNTZ GALLERY가 지난 1월 27일부터 2월 24일까지 진행한 전시는 이렇게 건축 공간에 작가들만의 상상력과 컨셉을 더한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 전시에는 카렌 노르Karen Knorr, 마시모 리스트리Massimo Listri, 스테판 윌커스Stephen Wilkes, 안드레 리텐버그Andre Lichtenberg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자연과 추상적인 공간을 함께 병치시키거나, 전혀 공간의 맥락과 다른 예상치 못한 오브제를 등장시키는 식으로 건축 공간을 개인적 컨셉과 테마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성해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진 속 건축공간들은 그 자체로 독창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게 되며, 일종의 상징성을 띠게 된다.

 



ⓒKAREN KNORR, The Wedding Guests (Lanesborough), 2015, Archival Pigment Photograph



ⓒKAREN KNORR, The Winds of Change, V illa Farnese, Caprarola (Metamorphoses), 2015-2017, Archival Pigment Photograph


카렌 노르 Karen Knorr의 작업은 시각적인 화려함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인도나 유럽의 고성에서 촬영된 이 사진들은 정교한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그 곳에 있으리라고는 예상하기 힘든 동물들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사실 이 사진은 건축 공간과 동물 사진을 따로 따로 촬영한 사진으로, 그는 배경화면은 대형 카메라를 통해 찍고, 동물들은 동물원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후 후반 작업과정에서 둘을 합성했다. 그는 이런 작업방식을 통해, 인간이 주로 활용하는 공간으로 동물들을 초대했다. 그럼으로써 인간이 사라진 공간에서 그 자리를 동물이 채운다면 어떨지 상상토록 하는 일종의 동물 우화(寓話)를 만들었다.

 


ⓒMASSIMO LISTRI, Kunsthistorisches Museum I, Vienna, Archival Lambda Color Photograph, 2014


마시모 리스트리Massimo Listri는 고전 건축물, 도서관, 별장, 박물관 등 건축물의 실내를 거대하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 공간들은 르네상스 시대와 그 이후의 건축물로 장엄하고 정교하게 장식돼있는데, 작가는 이 공간에서 살아있는 피사체를 제거하고 오로지 공간과 건축을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다. 건축물과 내부 인테리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자연 빛 아래서 장시간 노출과, 깊은 심도로 균형을 맞춰서 건축풍경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사진 속 공간은 고전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공간 안에서 일어났을 드라마를 상상토록 하는 일종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이 건축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는지도 순차적으로 촬영했다.

 


ⓒSTEPHEN WILKES, Brooklyn Bridge Park, NYC (Day to Night), 2016, Fuji Crystal Archival Photograph


스테판 윌커스Stephen Wilkes는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최대 30시간 이상 한 공간을 촬영한 사진을 통해 한 장의 사진 안에 그 공간의 24시간을 담았다. 그는 이렇게 촬영한 수천 개의 이미지 중에서 특정 부분을 선택한 후 몽타주 작업으로 한 이미지 안에 모은다. 때문에 도시 풍경의 사진 속에서는 그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하루 동안의 모든 사건과 인물들이 집약돼 있으며, 세렝게티 초원의 호수에는 물을 마시기 위해 찾은 동물들이 사진 한 장 속에 모여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사진을 보면 해가 뜨고 있는 여명부터 별이 뜬 밤하늘까지가 모두 한 사진 안에 공존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이 순환하고 그 속에 인간이나 동물들은 바삐 움직인다. 이런 하루 동안의 드라마가 이 공간 안에 모여서 웅장한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ANDRÉ LICHTENBERG, NY, Rockefeller - Within Series, C-Type Photograph Mounted on Dibond 2015, printed 2016


안드레 리히텐 버그Andre Lichtenberg의 사진은 추상적인 방식으로 도시 풍경을 보여준다. 작가는 일반적인 도시 풍경이 단지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사진의 색상을 반전시키는 방식으로 ‘낯설게 보기’에 집중했으며, 이 작업들에 라는 제목을 붙였다.

건축은 역사적으로 많은 사진작가들을 매혹시키는 소재였다. 건축의 목적이 우리가 사는 세계에 일종의 구조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면, 사진작가들은 다시 그 구조물이 어떻게 인간과 관계 맺고 자연과 어우러지는지를 사진을 통해 재해석해왔다. 에서 작가들은 공간과 건축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볼지에 대해, 각각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저마다의 독창적인 심미안으로 재구성된 세계를 보면, 시간과 공간에 따라 우리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HOLDEN LUNTZ GALLERY(www.holdenluntz.com)
해당 기사는 2018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