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획기사 ⦁ ⦁ 사진작가가 만난 한강 작가



한 권의 책이, 한 편의 영화가, 한 장의 사진 이 삶의 변화를 가져오곤 한다. 『소년이 온다』 에필로그에서 한강 작가가 밝혔듯이, 그가 12살 때인 1982년에 아버지가 광주에 내려갔다가 터미널에서 구해서 숨겨온 사진집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그때 받은 충격이 이 소설을 쓰게 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내가 그 책을 펼친 것은, (중략) 으깨어진 여자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을 기억한다. 거기 있는지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내 안의 연한 부분이 소리 없이 깨어졌다.”
- 『소년이 온다』 에필로그


필자가 『소년이 온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스스로가 용감하지도, 강하지도 않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 (중략) 초등학교 때 피구 시합에서, 날쌔게 피하기만 하다 결국 혼자 남으면 맞서서 공을 받아 안아야 하는 순간이 왔던 것처럼.”이라는 대목이다. 공을 받아 안아야 하는 때가 오면 그것을 받아 안는 식으로 자신의 삶을 껴안았던 사람들이 5월의 광주, 제주 4·3의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거대한 역사의 풍랑 속에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연약한 개인이 역사와 정면으로 맞서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필자는 피구에서 마지막 남은 이처럼 연약하다. 한강 작가도 왠지 그런 사람일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사진예술』이 사진계 축하의 뜻을 모아서 한국 대표 사진작가 권혁재, 구본창, 이규철이 촬영한 한강 작가의 포트레이트 작품을 실었다. 한강 작가의 깊이 있는 내면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기쁨과 의미가 더욱 커져 나가기를 바란다.



 



 
 
©권혁재
 

 
"그의 눈은 뜬 듯, 감은 듯하다.
대체로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바닥이기에 그렇다.
어찌 보면 세간에 비칠 모습보다 늘 자기 안의 ‘한강’을 살피는 모양새다.
이 또한 ‘한강다움’일 터다.”

- 권혁재 사진작가, 2016년 5월 촬영


 
 

©구본창


"앞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태도, 수줍은 듯하지만 안으로 굳게 닫힌 듯한 강인함이 느껴졌다.
한강만이 가지고 있는 심연 같은 세계를 표현하고 싶어서 눈을 감은 사진을 네거티브로 변형하여 대비시켰다.”

- 구본창 사진작가, 2003년 9월 촬영



 



 







©이규철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 소설가를 알리는 작업을 위해 한강 작가의 집을 방문했다.
그때 만난 소설가 중 나이가 제일 어렸다.
글쓰기의 어려움, 책이 잘 팔리지 않아서 집에 책이 쌓여 있다는… 소소한 일상과 사진의 기록성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
한강 작가가 사진작가의 관점을 소설 속에 담고 싶다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 이규철 사진작가 , 2005년 2월 촬영


 
글 이기명 발행인 겸 편집인
해당 기사는 2024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