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 자넬르 무홀리

예술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미학은 항상 삶을 배반해왔다는 오랜 혐의 속에서 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의 괴리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 불가피한 틈이었다. 그러나 자넬 무흘리의 작품은 이 사이에 있다. 가장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미적인 작품으로서 말이다. 그는 어떻게 그 틈을 메우고 예술의 새로운 대안처럼 등장한 것일까.

 
Zamile, KwaThema, 2016, dimension variable, Wallpaper ⓒZanele Muholi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에 따르면 미학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거리는 멀지 않다. 미학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정치란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예술이 감각을 다시 배분함으로써 소음에 불과했던 것들을 다시 들리게 하고, 보이지 않았던 것을 다시 보이도록 만들 때 정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사진작가 자넬 무흘리 또한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던 흑인 LGBTI(Lesbian, Gay, Bisexual, Trans, Intersex)의 모습을 ’보이게‘ 만들고 있다. 우리에게 레즈비언 혹은 트렌스젠더의 이미지는 주로 서구권의 문화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흑인 레즈비언 혹은 흑인 트렌스젠더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낯설다. 즉 그들은 존재했으나, 우리의 인식 상에 배제된 존재였다. 
 
그러나 그녀는 〈Faces and Phases〉(2009)시리즈에서 그가 속한 남아프리카공화국 LGBTI 커뮤니티 멤버들의 포트레이트를 담음으로써 그들이 지금 여기에 흑인 LGBTI라는 정체성으로 존재한다는 것, LGBTI는 서구인만의 문화도 아니고, 서구 침략에 의해 아프리카에 병처럼 전염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흑인 LGBTI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주체라는 것을 말이다. 즉 그는 모두가 회피하는 사실을 계속 말하고 드러냄으로써 미학의 정치를 적극적으로 행해왔다.
 
그리고 현재 베를린의 WNTRP 갤러리에서 전시중(2017. 4. 29 - 2017. 6. 17)인 그의 또 다른 시리즈 〈Somnyama Ngonyama〉에서 그녀는 이제 LGBTI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향했던 카메라를 자넬르 무홀리, 그녀 자신에게로 돌린다. ‘검은 암사자를 부르다’(Somnyama Ngonyama)라는 프로젝트의 뜻처럼 카메라는 이제 검은 암사자, 자넬르 무홀리를 지금 여기에 소환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자기 자신을 담은 이 사진들은 단순히 개인의 초상이 아니다. 심미적으로 다가오는 이 여성의 모습은 현재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인식 상에 침투된 흑인 여성의 모습을 겨냥한다. 
 



Thembekile, Parktown, 2015, Silver gelatin print ⓒZanele Muholi



Bakhambile, Parktown, 2016, Silver gelatin print ⓒZanele Muholi


 
“나는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예술로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서는 여성의 몸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그들이 자신이 사는 공간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고민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레즈비언 여성들이 미디어에 실리고 흑인 여성들이 매거진 커버로 장식되어 배제와 차별을 낳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 Between 10and5 매거진 인터뷰 내용 中

 
그녀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검은 얼굴을 더욱 검게 과장하고, 우리의 오랜 고정관념과 연관되어 있는 의상과 오브제를 걸친다. 전기 코드를 목걸이처럼 목에 두르고 있는 〈Thembekile, Parktown〉(2015)은 서구권 침략자들이 흑인 여성의 스냅 사진을 찍었을 때 나타났던 여성들의 불안한 표정을 우리에게 다시 연상시키며, 〈Bakhambile, Parktown〉(2016)에서 우리를 응시하는 아름다운 이 여성은 일반적으로 서구권에서 흑인 여성을 담을 때 표현하는 관능적인 이국적 여성상을 의도적으로 따라한 것이다. 이 작품 속 배경에 있는 모피는 아프리카에서 사냥용이 아니라 전시용 혹은 오락용으로 행해지는 백인들의 트로피 헌팅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Somnyama Ngonyama〉 작품 속 수많은 자넬르 무홀리들은 우리의 인식 상에 놓여 있던 흑인 여성이자 권력자들에 의해 지배된 검은 신체이며, 다시 그들에 의해 배제된 존재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던, 그리고 말해지지 않았던 그 검은 신체를 그녀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들춰내고, 보여주고, 다시 이야기할 때 이 아름답고 신비하게 다가오는 여성의 이미지는 새로운 정치적 의미를 획득한다. 예술이 그것을 망각하지 않을 때 가장 미적인 것은 가장 정치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에 포함되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우리는 침묵하는 것들에 대해 말합니다. 당연히 그것은 너무 힘든 작업이지만 그렇게 해야 소외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BBC Art 인터뷰 내용 中


글 오은지 기자  이미지 제공 WNTRP (www.WNTRP.com)
해당 기사는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