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시·특별전시 해외작가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2021년 9월 10일부터 11월 2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스페셜 이슈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주제전시와 특별전시에 참여하는 해외작가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가들을 조망한다. 주제전시는 《누락된 의제(37.5 아래)/Missing Agenda(Even Below 37.5)》를 주제로 삼는다. 인류가 그동안 만들어 온 환경과 자본, 그리고 차별에 대해 비평적인 고찰과 함께 이에 일조해 온 사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도 되돌아본다. 특별전시 《신념 CONVICTION》는 사진이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현대사회에 관한 다양한 기록, 해석, 전망의 장을 마련한다. 사진가의 사회를 향한 신념이 작품으로 표현되고 그 작품과 시민이 지향하는 신념이 동조(synchro)되는 순간을 확인하고자 한다.
 

 
 

어윈 올라프 〈April Fool 2020〉
올라프의 작업은 상업 사진과 순수 예술 사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회화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빛, 등장인물의 헤어와 메이크업과 같은 스타일링,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세팅 등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연출하여 세련된 장면을 만들어낸다. 악몽과도 같은 팬데믹 사태의 초현실성 속에서 나는 돌연 나의 무력감과 관련된 이미지들에 눈을 뜬다. 그것이 April Fool 2020의 시각적 서사다. 지난 몇 주간, 그 끝을 알 수 없는 끔찍한 영화 속 전혀 비중이 없는 단역으로서 느끼게 되는 공포와 무력함이 온통 나를 지배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동력을 잃었고, 침묵의 자애로움은 앞으로 다가올 것에 대한 전조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에 의해 텅 빈 슈퍼마켓의 진열대는 모든 것이 영원히 지속할 거라는, 지난 수십 년간의 가정이 실은 화산의 가장자리에서 추는 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진실에서 멀어질 수 있는 것은 없으며, 나는 여기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뿐이다. 볼 수 없는 적을 두려워하며, 다른 한편으론 아직 그를 느낄 수 없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공허하게 주변을 서성이며 알 수 없는 것을 기다릴 뿐이다. - 어윈 올라프

 
앙투완 다가타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살고 있는 노숙자의 삶을 담아낸다. 앙투완 다가타는 상황과 그 상황의 모든 특징을 잡아내기 위해 카메라 뒤에 숨어 자신의 흔적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그 상황과 완벽하게 동화되었을 때, 비로소 촬영을 시작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작가는 “촬영된 장면”에서부터 “촬영하는 사람”의 경계를 넘나든다. 작가는 지구상의 다양한 폭력으로 인해 피해 받은 약자들의 방탕함, 문란함 등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데, 이는 그것이 저속한 관심을 끌기 때문이 아닌, 절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새로운 생존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문란함은 사람이 사물과도 같이 상품화된 이 시대적 상황과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들은 좌절과 결코 충족할 수 없는 욕망에 기초하고 있는 사회적 안정성에 대한 폭력의 대체제가 되는, 역설적이게도 유일하게 진실된 입장을 대변한다. 육체적인 관계만이 고통과 슬픔, 양심과 아이러니의 시간 속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고 삶에 대한 욕망을 갖게 한다.


 
조지 오소디 〈나이저 강 유역 유전〉
조지 오소디는 조국 나이지리아, 특히 오고닐랜드 지역의 땅과 하늘을 더럽혀온 유정 화재와 대기를 뒤덮은 칠흑 같은 연기구름을 추적하는데 공을 들였다. ‘낙원의 강간(The Rape of Paradise)’의 기원은 로얄더치 쉘 석유회사(Royal Dutch Shell oil corporation)가 니제르 델타 지역의 석유 탐사를 지원하기 시작했던 때다. 식민 지배가 막 끝난 1956년 경이다. 쉘사(Shell)에 의해 1958년부터 석유 추출이 시작됐고, 이를 통해 쉘과 영국 왕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반면, 추출을 시작한 지 불과 15년 만에 오고닐랜드는 수천 건의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재앙의 땅이 되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에서의 삶은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환경적, 사회적 재앙과의 동거로 변모했다. 유출된 기름이 지역의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켜, 전통적인 농사와 수산업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지하수와 농작물이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지역 주민의 생명이 치명적인 위협에 노출되었다.


 
파브리스 몬테이로 〈벽에 걸린 마법의 거울〉
1940년대 심리학자이자 교육활동가 케네스와 마미 클라크(Kenneth and Mamie Clark)는 인종차별이 자아 인식과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흑인 아이들이 흰 피부색과 검은 피부색을 지닌 인형 가운데 어떤 것을 고르는가를 실험했다. ’착하고’, ‘예쁜’ 인형을 물었을 때, 아이들은 압도적으로 흰색 피부를 가진 인형을 골랐다. 파브리스 몬테이로는 이 실험을 최근에 다시 재현하고 그 결과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실험은 여섯 살부터 여덟 살까지의 어린이 열 명에게 검은 피부색과 밝은 피부색을 가진 두 개의 동일한 인형 중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은 인형을 고르게 한 후 그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 대부분이 밝은 피부색의 인형을 택했다.


 
맬라니 플랜 〈하이패션 범죄 현장들〉
2003년에서 2017년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 진행된 멜라니 플랜의 프로젝트 〈하이패션 범죄 현장들〉은 로스엔젤레스 경찰청과 L.A. 카운티 검시관청에서 작가가 발견한 오래된 범죄현장 관련 사진들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호기심을 끄는 내용과 화려한 구성에 더해, 흔한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보기 어려운 섬세한 세부묘사와 풍부한 색채, 그리고 이름이 알려진 배우나 모델들과 함께 작가는 범죄현장들을 뒤틀어 연출한다. 이 뒤틀림이 살해당한 피해자에게도 일어나는데, 마치 방점을 찍듯 유행하는 고가의 명품 의상을 입히고 구두를 신겨 촬영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이패션 범죄 현장들〉은 다중적인 복선을 깔고 있다. 인명 살상 범죄는 화려해 보이는 도시의 야경에 감추어진 진실을 슬쩍 들춰내는 기제다. 고가의 명품 패션 소비와 범죄를 결부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현대사회의 미디어가 의도적으로 섹스와 젠더, 폭력과 욕망을 이용한다는 사실에 대한 우의적인 고발일 수도 있다. 멜라니는 이 모든 것을 섞어, 화려하고도 끔찍한 한 문명의 서사적 성격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얀 밍가드 〈예탁 2009-2014〉
밍가드는 2009년에서 2013에 걸쳐 유럽 전역의 21개 비밀 현물예탁시설들을 추적했다. 스위스의 “스위스 포트 녹스(Swiss Fort Knox)”나 핵폭발에도 견디고 만약의 사태를 위해 서버 냉각 비상 엔진이 갖춰진 반 호프(Bahnhof) 사의 “피오넨 화이트 마운틴스(Pionen White Mountains)” 등과 같은 것들, 그리고 그 안에 보관 중인 온갖 비밀들, 연구 중인 유기체(생물체), 실험 기자제와 물품과 재료, 샘플과 데이터를 촬영해 왔다. 그것들-비밀 현물예탁시설들-은 군사용 벙커를 방불케 할 만큼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고, 실제로 과거 군사용으로 지어진 시설들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스템은 천문학적 비용을 요구하는 비밀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자본의 순환은 작가의 조국인 스위스의 비밀은행들과 비밀 현물예탁시설 같은 보조 엔진의 지원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예탁자들은 모두 부자거나 권력자들이다. 비밀유지 자체가 초고가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부자나 권력자일수록 더 많은, 은폐해야 할 것들을 가지고 있다. 비밀유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체로 이간과 분열, 인간들 상호 간의 조화를 부수는 것이다. 4년에 걸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는 인간 생존에 관한 실재 위협과 지각된 위협, 그리고 더 많은 비밀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기술문명에 깊이 다가서고 있다.
✽ 피트 브룩, “데이터 보안 센터로 변모한 스위스의 벙커에는 무엇이 있는가(See What;s Buried in the Swiss Bunkers Turned into Secretive Data Centers)”, wired.com, 2014.9.24.


 
파나요티스 파파디미트로풀로스 〈아테네의 도시에서 발생한 폭력〉
〈아테네의 도시 폭력〉는 9개의 이미지와 4 폭의 색상패널(polyptychs)과 그리고 암실에서 만든 후 디지털화한 흑백 콜라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아테네 시에서 종종 발생하였던 시민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
2008년 12월, 아테네에서 16세 소년이 경찰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파나요티스는 이러한 폭력사태가 어느 한 순간, 한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지구촌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물론 정부의 권력 남용과 시민의 분노의 충돌이다. 우발적인 폭력은 없다. “그것은 사고가 아니었다. 권력의 정수이다”, “복수”, “정치인들은 꺼져라” 등의 구호가 난무한다. 하지만 폭력은 폭력을 깨운다. 시민의 분노도 폭력의 범주 밖이 아니다. 젊은이들은 거리로 뛰어나와 차를 불태우고 가게 창문을 부수고 공공기물을 파손한다. 우발적인 듯하지만 만연한 폭력의 전형이다. 이 사건은 당시 사진, 미술, 정치 사이의 연계에 대한 학회에 참석하고 있었던 파나요티스에게 작가의 정치적 역할 수행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다. 〈아테네의 도시에서 발생한 폭력〉은 작가의 이러한 고민, 사진 안에서 정치와 예술의 경계에 관한 사유를 반영한다.


 
마사 로슬러 〈아름다운 집: 가정으로 전쟁을 가져오기〉
1967년부터 1972년까지 마사 로슬러는 베트남전에 항의하는 포토몽타주 연작 〈아름다운 집: 가정으로 전쟁을 가져오기〉를 제작했다. 이 반전(反戰) 작업은 우리의 경직된 이해 체계를 흐트러뜨리고 교란했다. 가시적으로 구축된 집, 전쟁터, 소파와 그림, 광고, 포르노그래피 등의 공간적 안락함은 권리, 시민권, 안전, 도덕적 우월성, 선의 혹은 예절 등의 세부 이미지가 야기하는 불편함과 충돌하면서 가식적인 것임이 폭로된다. 삼십 년 후, 로슬러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목도하며 또 다시 반전 시리즈의 제작에 임했다. 그 당시 미국은 파괴된 이라크를 뒤로 한 채 떠났다. 이러한 방식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 2021년에는 갑작스럽게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티나 엔고프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홀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남긴 흔적은 흔히 목격되지 않는 인간 삶의 기록이다. 티나 엔고프의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발전된 복지 제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계가 결여된 이들의 배제, 외로움, 비가시성 등의 문제를 다룬다.
엔고프의 작업은 자신들의 거주지나 병원에서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은 채 고독사를 한 사람들의 친척이나 지인을 찾기 위한 공공기관의 신문 광고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다. 텅 빈 아파트의 흔적은 감상자에게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실존적인 외로움을 직면하게 하는 일종의 공백 상태를 만들어 낸다. 누군가의 부재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사진을 통해 엔고프는 언급되지 않고, 알려지지 않았던 고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실재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현대 사회에 관한 통념에 균열을 가함으로써 적절하게 기능하는 복지국가의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프로젝트다.


 
피파 바카 〈여행 중인 신부〉
참여작가 중 유일하게 고인(故人)인 피파 바카의 유작 〈여행 중인 신부〉(Brides on Tour)(2008)는 여전히 논쟁과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여행 중인 신부〉는 피파와 동료 예술가인 실비아 모로(Silvia Moro)가 흰 웨딩드레스를 입고, 오로지 도보와 히치하이킹 만으로 전쟁으로 피폐해진 지중해 연안 지역들을 거쳐 예루살렘에 이르는 일종의 여행 퍼포먼스였다. 고향 밀라노에서 시작된 여정은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터키, 레바논, 시리아, 이집트, 요르단을 거치도록 기획되었다. 〈여행 중인 신부〉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상징이요 은유였다. 방문하는 국가들의 상징을 수놓은 흰색의 신부 드레스는 순수와 순결, 그리고 분쟁과는 반대되는 사랑과 연합을 상징한다. 그가 신었던 하이힐은 평화란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음에 대한 상징이고, 히치하이킹은 먼저 선과 믿음을 보임으로써 인간의 깃든 평화와 사랑의 존재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스탄불까지의 여정은 순조로웠지만, 이스탄불을 떠난 뒤 얼마 되지 않아 피파 바카는 납치되어 강간당한 뒤 목이 졸려 살해되었다. 범인은 이미 전과가 있는 현지인 남성 무라트 카라타스(Murat Karatas)였다. 그는 길가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던 피파를 태웠다가 강간하고 살해했다. 〈여행 중인 신부〉는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피파의 사진들이 취급하는 그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사건이다.


 
사라 블레제너 〈청소년 군사 교육〉
사라는 조국애를 고양하기 위한 러시아의 청소년 여름 군사 캠프와 학교를 촬영하였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젊은 세대가 현대사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와 미래 세대에게 주입된 사상에 관해 대화의 장을 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한다.
러시아의 ‘애국적 교육’은 군대에서 실시하는 군사훈련과 유사하다. 2015년 푸틴 대통령은 이데올로기와 종교와 교련 등을 청소년에게 교육하는 러시아 학생운동 창설을 명령하였으며, 학생 운동의 일환으로 애국 클럽과 캠프는 정부에 의해 배양되었다.
사진(右)은 러시아 보로디노에 있는 ‘역사전쟁캠프’에서 학생들의 총기 훈련을 보여주고 있다. 보로디노는 나폴레옹의 모스크바원정 도중에 있었던 최대의 격전지이다. 이 캠프는 기본적인 무기 종류, 기지 및 사격 규칙, 저격용 총 등 무기에 대한 정보를 가르친다. 사진(下)에서 ‘정통 전사’ 캠프에서 학생들이 러시아 성직자의 축복을 받기 전에 십자가를 긋고 있다. 성직자들은 훈련 첫날에 학생들을 축복하기 위해 캠프로 온다.


 
스테파니 케이스 〈마스크를 쓴 사람〉
스테파니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뉴욕시 모습을 보여준다. 미지는 공포를 더해 갔다. 그는 “모든 병원 밖에는 죽음의 광경이 펼쳐졌으며, 시체 가방이 꺼내어져서 냉동 트럭으로 옮겨졌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서로 가까이 있기를 꺼리는 불신이 가득했다”고 전한다.
그는 도시 봉쇄 당시 언론사의 어사인먼트를 수행했다. 도시를 기록하기 위해 나가는 것이 마치 죽음의 땅으로 나가는 듯했으나, 우리가 질병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기꺼이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망자가 넘쳐났던 초기 단계를 지나갔지만, 갈 곳 없는 사람들과 밖으로 나온 소수의 사람으로 도시의 외피만이 남게 되었다. 방치된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버려진 비참한 거리의 도시가 불길함과 위험으로 가득 채워졌다. 사진들은 2020년 12월 뉴욕 타임스퀘어 모습과 2020년 4월 뉴욕 엘름허스트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인이다.


 
알렉스 마졸리 〈신(Scene)〉
알렉스 마졸리는 8년에 걸쳐 여러 대륙에서 사건들과 사건이 아닌 것들, 즉 정치적 시위, 인도주의적 비상사태, 일상생활의 조용한 순간 등을 기록해 왔다. 이 모든 이미지를 하나로 묶는 것은 연극 느낌인데, 우리는 누구나 배우라는 느낌, 역사와 상황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연기한다는 느낌. 그의 사진은 그가 직접 연출한 듯한 결과물이다.
어떤 상황으로 접어들면, 그와 그의 조수들은 천천히 카메라와 조명을 설치한다. 사진에서 고속셔터에 동조된 플래시의 섬광은 대낮의 태양광보다 훨씬 강하다. 고속의 셔터 속도로 의도적인 노출 부족을 만들어 배경을 어둡게 하고 플래시의 섬광이 도달한 부분만 어렴풋이 보이게 하는 것이다. 세상은 조명된 무대로 나타난다. 사진은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의 난민이다.


 
파올로 펠레그린 〈경계인 & 난민〉
파올로 펠레그린은 거칠고 위험에 노출된 미국 로체스터 지역의 주민을 기록한 ‘경계인’과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의 목숨을 건 탈출을 지켜본 ‘난민’ 영상을 각각 제작했다.
‘경계인’에서 로체스터 지역의 침체된 주정부 경제로 인한 엄청난 빈곤, 탈출과 다름없는 집단 이주로 마약 판매와 사용의 중심이 된 버려진 주택의 증가 등 미국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경계인에 관한 폭력성과 애처로움을 담고 있다. 한편 ‘난민’에서 난민이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도망치는 수천 난민들의 극적인 ‘희망의 여정’ 즉 지중해 횡단의 공포, 배에서 견뎌내야 하는 끔찍한 일, 수용소 생활 등 목격한 비극과 고통의 사실을 기록했다.
사진(下)은 2012년 미국 로체스터에서 경찰이 무장 용의자를 찾기 위해 집을 수색하는 긴장된 상황이다. 그리고 2015년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오랜 시간 극심한 더위 속에서 지친 난민이 실신해 있다.(左)


 

난나 하이트만 〈바바 야가로부터 숨기〉
스탈린 시대에 예니세이 강 유역은 추방자와 강제 노역의 땅으로 소외된 지역이었다. 소련 붕괴 후 거주민들이 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주하였다. 많은 사람이 이주하였지만 모두 이주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이주비를 낼 수 없어 떠날 수 없었고, 어떤 이는 차마 고향을 등질 수 없었다. 이주했던 사람들조차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에서 살아가며 수십 년간 익숙해진 내성으로 다른 기후 환경에 적응을 못 하고 귀향하고 있다.
주립극장 소속 발레리나였던 소피아는 발에 외상을 입어 발레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6년째 스트립쇼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지만 영원히 폴에 매달려 춤추려 하지 않는다. 내년에 연극 학교에 지원하기를 원한다.(右) 주술사들이 영혼들의 보호와 치유를 위해 의식을 치르고 있다. 조상이 주술사여야 주술사가 될 수 있으며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주술사가 될 수 있다.(下)


 
요나스 벤딕센 〈이주노동자〉
요나스 벤딕센은 전 세계에서 이주노동자가 가장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두바이를 촬영했다. 현재 두바이에서 건설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이다. 수많은 사람과 돈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은 노동자들을 외국으로 내보내고 그들이 고국으로 보내는 돈에 나라 살림을 의지하고 있다.
사진(右)에는 두바이에 있는 5성급 호텔의 수영장에서 종업원이 수영하는 손님들을 위해 수영장 물을 가르며 음료를 나르고 있다. 가나에서 온 그는 임시노동자로 쉬는 날 없이 일한다. 또한 녹초가 된 이주노동자들이 숙소로 향하는 회사버스에 탑승했다. 이 버스는 새벽부터 두바이의 작업 현장과 합숙소를 오가며 이주노동자들을 실어나른다.(下)


 
치엔 하이펑 〈저속철도, 녹색기차〉
치엔 하이펑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녹색 기차를 427번이나 탑승하며, 장장 15만 Km의 긴 여정 동안 승객들의 에피소드를 기록했다. 춤을 추고 수다를 떨며 물건을 팔고 카드놀이를 하고 3층 좌석과 통로까지 사람과 가축으로 붐빈다. 사진이 전달하는 소박한 감정은 사진과 함께 직설적으로 감상하는 이에게 다가오며 감상자를 그 사진 속 스토리로 이끈다. 작가는 ‘녹색 기차’를 통해 중국 고속철도시대의 슬로우 라이프를 묘사하며 기쁨과 슬픔, 행복과 아쉬움을 담고 있다.
그는 녹색 기차에서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사회를 체험하면서 인물들이 평범한 삶에서 끊임없이 희망을 추구하고 역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깊은 인간애를 느꼈다. 그의 사진은 사람마다 자신의 생각에 따라 삶을 선택할 수 있으며, 또한 멋지고 희망찬 삶을 살아낼 수 있음을 대변하고 있다.


 
뉴샤 타바콜리안 〈이란의 유목민〉
뉴사는 자그로스 산맥과 그 유역의 유목민이 겨울부터 여름까지 양을 방목하는 모습을 기록하였다. 유목민들은 그들의 직감에 따라 살고 대지를 아꼈으며 동물에게서 그들이 필요한 이상의 것을 취하지 않았다. 산맥의 곳곳은 이란의 특산품인 카펫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양모를 얻을 수 있는 양들로 가득했다. 그녀는 정착민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에서 이 세대가 이란의 마지막 유목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뉴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그들을 기록함으로 그들의 명맥이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작업의 소회를 밝혔다.
양젖을 담은 그릇을 들고 양의 무리 사이에 서 있는 21살의 Mina Gheibipour는 딸과 아들을 둔 엄마이며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左) 한 할머니가 가족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공예품을 만들고 있고 다른 할머니가 손녀의 머리를 빗고 있다.(下) 할머니들이 유목민과 함께 살지 않는 것은 생전 처음 있는 일이다. 가족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 집을 빌렸다.


 
필리스 B. 두니 〈이곳의 중력은 더 강합니다〉
필리스의 〈이곳의 중력은 더 강합니다〉는 보이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갈망을 담은 작품이다. 그는 2011년에 미국 미시시피의 그린빌을 방문하여 5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Halea Brown과 미국 남부에 사는 Halea의 가족을 기록하였다.
Halea의 어머니는 동성애자인 딸에 대한 사랑과 복음주의적인 믿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 딸과 가족의 관계 속에서 보수적인 청교도 방식과 동성애라는 것이 더이상 숨겨야 할 오점이 아니라 현대 미국 사회에서 방식 간의 불협화음임을 인지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와나미 유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이와나미 유키의 사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오염된 후쿠시마의 땅과 혼돈의 사람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방사능의 피해와 불안을 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큰 특징은 방사능의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방사능 수치가 상당히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곳 경치는 이전과 다름이 없다. 작가는 오히려 신록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워서 그 현실에 공포를 느꼈다. 많은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진(右)에서 한 남성이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지역인 후쿠시마현 후타바 마을에서 고향 상가를 거닐고 있다. 후쿠시마현 다테시에서 방사능 물질 때문에 감을 대량 폐기하고 있다.(下)


 
포토월 프로젝트
시민의 삶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콘셉트의 전시 필요성 대두에 따라 사진비엔날레 최초로 대구시내 한복판에서 야외 전시회가 열린다. 중견사진가 장용근의 기획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극복과 실험을 통한 새로운 시각예술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하여 대구동산병원과 청라언덕 일대에서 대형사진으로 건물을 뒤덮는 포토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전시의 주 무대인 대구동산병원과 청라언덕은 대구 근현대사의 중요한 장소로 역사적인 장소와 건축물을 활용하여 이전에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형식의 야외 사진전이 개최된다. 에랜 다나카(일본), 줄리아 플레톤 바튼(영국), 김현수 등 사진가 20명이 참여하여 대구 도심을 사진 전시장으로 만드는 포토월 프로젝트는 시민과 함께하는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대구사진사시리즈·II
과거 한국사진계를 선도한 고(故)신현국, 고(故)배상하, 권정호, 김일창, 장진필 등 대구사진 선구자들의 작품세계를 고찰하고 대구사진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 대구사진사시리즈·II展을 대구문화예술회관 12, 13전시실에서 개최한다.
대구사진문화연구소 김태욱 소장이 기획한 전시는 전쟁 이후 한국사회가 지향한 새마을 건설을 향한 시대적 역동의 과정에 있었던 시대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경제적 건강성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인카운터 VI
2018년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우수 포트폴리오」에 최종 선발된 김민주초원, 이한구, 이예은, 정성태, 서종혁 작가의 참신한 작품을 소개하는 인카운터 VI : 저항가의 이상 展을 통해 한국 사진계의 미래가치를 탐구한다.
사진비엔날레 최초로 제한된 실내 전시장을 벗어나 동대구역 광장에 조성되는 야외 전시장에서 개최되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시민 문화향유기회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시대적인 요구에 저항하는 예술가들의 사명감을 그들만의 작품세계로 승화한 이 전시는 계원예술대 윤석원 교수가 기획했다.

전국사진학과 연합전 : 내일의 사진展
전국 사진학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국사진학과연합전 : 내일의 사진展이 대구예술발전소 1층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계명대학교, 경일대학교, 대구예술대학교, 광주대학교, 계원예술대, 경일대학교 등 전국의 13개 대학교에서 선발한 우수한 학생들의 참신한 작품을 통해 사진의 미래가치를 알아보는 이 전시회는 경일대학교 이혁준 교수가 기획했다. 또한 올해 전시참가 학생 중 선발과정을 거친 지역의 우수학생은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해에 특별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프린지 포토페스티벌, 자매우호도시 사진전
2018년에 처음 시작하여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는 프린지 포토페스티벌은 정형화된 전시장을 벗어나 카페, 거리, 작업실 등 시민들의 생활 공간에서 사진을 자유로이 즐기는 열린 프로그램으로 비엔날레를 찾은 관객에게 다채로운 문화 향유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운대학교 송호진 교수의 기획으로 열리는 이번 프린지 포토 페스티벌은 ‘누구나 사진가’를 모토로 시민들과 함께 비엔날레를 함께 만들어 갈 예정이다. 또한 프린지 포토 페스티발의 일환으로 대구시와 자매 우호 협력을 맺고 있는 25개 도시 중 9개국 16개 도시가 참가하는 국경 없는 여행(Borderless Travel)展 이 중구 이천로 소재 갤러리 CNK에서 열린다.
코로나19로 자유로운 세계여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해외도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보는 사진전이다.

사진작가협회 기획사진전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실에서 사진작가협회 기획사진전: 지금, 여기 展을 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지회와 협력으로 개최한다. 이상일 사진가의 기획으로 준비되는 이번 전시는 시간과 공간, 삶의 흐름에 대한 근원적인 요소들을 각자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 140여점이 전시된다.


 

해당 기사는 2021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