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페이스 ⦁ ⦁ 임상호 《HAPPINESS》



20년 넘게 베트남을 다녔던 임상호가 길에서 만난 이들과 장면을 모아 전시를 열었다. 《HAPPINESS》(2024.11.19.~11.24. | 갤러리 누리 제2전시장)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일상과 풍경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People〉(사람) 〈Love〉(사랑) 〈Life〉(삶) 〈Landscape〉(풍경)로 나뉜 전시장은 사랑이 담긴 눈빛,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 밝게 웃고 있는 사람들, 넓게 펼쳐진 사막과 산의 풍광으로 가득했다. 임상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모든 이의 마음 안에 있는 순수한 행복에 대해서 말한다.

‘해피니스(HAPPINESS)’가 전시 제목이다. 제목을 정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베트남에 20년 넘게 다녔다. 처음 베트남에 갔을 때는 인생에서 무척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 그곳에 가서 현지인들을 만나면서 인생관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한국은 경쟁이 심하고 행복이 금전적인 것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는데, 베트남 현지인들은 한국의 삶과는 다르게 살고 있더라. 가난이나 열악한 환경이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현지인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찍어왔다. 베트남에서 찍은 사진들로 개인전을 5번 정도 하긴 했지만, ‘해피니스’라는 제목으로는 처음이다.


 

〈Life_Dalat〉 ⓒ임상호
 

〈Love_Sa Pa〉 ⓒ임상호

 
‘행복’은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가 있는데, 작가에게 ‘해피니스’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관람객들이 그 질문을 많이 한다. 왜 제목이 ‘해피니스’냐고. 그럴 땐 베트남으로 갈 때를 떠올린다. 인천공항에 가면 여행을 떠나면서도 얼굴 표정이 찌그러져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베트남에 도착해서 현지인들을 보면 밝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행복의 기준이 달라서가 아닐까. 이렇게 설명을 하면 다들 납득한 표정으로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

‘행복’이라는 주제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리즈로 촬영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정확하게 어떤 주제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다. 밥을 먹고 있는 꼬마를 처음 찍었는데, 그때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밥에는 재가 묻어 있고 반찬이라고는 장아찌 같은 것 하나지만, 저 밥 한 그릇을 먹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겠는가. 행복은 부귀영화와는 정말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느끼는 행복과 다른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현지인들의 삶을 찍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사진을 네 개의 테마로 나누었는데, 어떤 기준으로 구분한 것인가. (전시장은 동선에 따라 〈People〉 〈Love〉
Life〉 〈Landscape〉로 구분되었다.)
사진을 촬영할 때 의도하고 테마를 나누진 않았고,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름의 구분을 했다.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소녀 얼굴이 〈People〉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눈에 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Love〉는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가족이나 연인의 모습을 담았고, 〈Life〉는 소박한 일상을, 〈Landscape〉에는 자연을 담았다. 사막을 혼자 걸어가는 사람이 담긴 사진은 사람은 누구나 고독한 면이 있고 삶이란 어차피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전시장 한 면을 채우는 크기로 설치해보았다.


 

〈Landscape_Mui Ne〉 ⓒ임상호


〈People_Mu Cang Chai〉 ⓒ임상호

 
사진의 양이 많아서 전시를 위한 사진을 고를 때 힘들었을 것 같다.
2년 전부터 전시를 기획했다. 틈이 날 때 꾸준히 사진을 골라냈고, 콘셉트 잡은 후에 몇 차례 다시 고르는 과정을 거쳐서 그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있다. 사막 사진 아래에 진짜 모래를 가져다두고 싶었는데, 전시장 구조상 포기해야 했다.

촬영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인가.
사람을 찍을 때 너무 비참한 모습은 찍지 말자고 생각한다. 현실 그 자체를 알리고 싶지만, 비참한 생활을 사진에 끌어다 엮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진 촬영을 할 때는 따뜻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상대적이고 소통적인 것이다.

사진가로서 작업을 하면서 갖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사진가로서 내가 촬영 가는 곳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소외된 이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미얀마에 쌀을 보내는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쪽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임상호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에는 숨김이 없다.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소녀의 얼굴부터 모래사막에 자신의 발자국만 남기고 걸어가는 이의 뒷모습까지, 임상호가 말하는 행복은 그저 즐거운 하나의 순간만이 아니라 무심하고, 단단하고, 경쾌하고, 자연의 경이로운 순간을 마주쳤을 때 느끼는 언어를 넘어서는 순간 모두를 포괄한다. 임상호의 행복 찾기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다음 전시가 기대된다.

 

글 레나 프리랜서 작가
해당기사는 2025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