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칭송 〈The Glorious Life〉

중국의 현대 미술에서 사진과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특유의 스타일로 표현해 국내외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왕칭송(王庆松, 1966~)의 전시 〈The Glorious Life〉(6.1-8.31)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왕칭송이 1997년부터 2018년까지 20여 년 동안 진행한 사진과 영상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로, 그가 장대하게 펼친 중국 사회의 현실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현실에 대한 사진적 재현
풍자에는 유머를 통한 날선 비판이 있고, 한 주제에 몰입하기보다 여러 주제를 다양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있다. 세계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중국 사회가 맞고 있는 교육, 노동, 계층, 거주, 의료, 도시 등의 문제를 남다른 유머와 해학으로, 웅장한 스케일의 사진에 정교하게 연출하고 있는 왕칭송의 작품에서 이러한 풍자를 발견한다.

급변하는 중국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왕칭송은 스스로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표현하기에 그 풍자가 더 날카롭다. 1993년 중국의 대도시 북경으로 이주해 살기 시작하면서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직면했다. 교육 개방과 물가의 급상승, 서구 문화 유입의 가속화와 급속한 도시 팽창 등으로 인한 거주의 문제 등을 몸소 겪었다. 이러한 사회 현실을 표현하는 데 있어 사진이라는 매체가 적절했고, 회화를 전공했던 그는 사진으로 표현 매체를 전환했다. 또 사진을 한 장, 혹은 두세 장을 붙이는 방법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것들은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영상으로 제작하는 등 매체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사진 작업의 시작으로, 왕칭송은 1990년대 후반 자신의 모습이 들어가 있는 포토몽타주를 선보였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그의 몸, 옷, 제스처, 장식들뿐 만아니라 지폐, 코카콜라, 휴대폰, 황금, 서양 담배 등 소품 하나하나는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위한 상징적 요소이다. 자신이 경험하고 관찰한 중국 사회의 현실을 한 장의 사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러한 사진 속 여러 상징적 요소는 이후 현실에서 직접 연출을 통해 완성하는 많은 작품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 간다.

특히, 왕칭송은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중국의 고서화와 고전 회화, 서구의 현대 회화, 중국 대혁명 시기의 선전 포스터, 유명 포토 저널리즘, 중국 정부가 조성한 기념비와 조형물 등으로부터 장면의 구도, 인물의 설정과 제스처와 소도구와 소품 등을 현대적으로 차용한다. 차용한 이미지를 관람객이 그가 창의적으로 연출한 장면들과 맥락화해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면 왕칭송 작품의 의미는 더 풍요롭게 다가온다.



WANG Qingsong, Follow You, 2013, 180×300cm ⓒ왕칭송(WANG Qingsong)



WANG Qingsong, Temporary Ward, 2008, 180×300cm ⓒ왕칭송(WANG Qingsong)


풍자의 미학, 의미의 풍요
중국의 전통과 서구의 가치 충돌, 경제 개방과 서구 문화의 유입, 물질 만능과 소비주의 문화, 경제 활성화와 도시 문제, 교육 개방과 교육의 산업화 등 왕칭송이 현실에서 주목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다분히 개념적이다. 개념을 풀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현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구체적 상황의 제시이다. 왕칭송은 사회의 여러 모순을 한 사진에서 시각화하기 위해 장면을 구상하여 현실에서 설치하고, 다수의 모델을 섭외해 연출하면서,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의도를 보다 명확히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구도와 설정을 차용한 “Safe Milk”(2009)는 서구의 여성들이 가슴을 드러낸 채 테이블에 앉아 있고, 테이블 위에는 우유가 엎질러져 있다. 정중앙의 왕칭송은 맨가슴에 반창고를 붙인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임신을 한 여성은 배와 가슴에 손을 얹고 홀로 서 있다. 2008년과 2009년 사이 중국에서는 신생아와 유아에게 유해한 멜라닌 성분을 분유와 우유에 섞은 ‘분유 파동’이 있었다. 이후 국민들이 공황에 빠진 상태에서 외국의 분유가 앞 다투어 광고에 등장했던 것에 그는 주목하고 작품을 기획했다.

또 지식과 지식인, 교육의 참의미에 꾸준히 관심을 가진 그는 입시 위주 교육 등의 문제에 대한 작품을 지속해왔다. 그는 “Follow Me”(2003), “Follow Him”(2010)에 이어 “Follow You”(2013)를 발표했다. 240명의 모델을 섭외해 거대한 교실을 채운 “Follow You”는 학업에 지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학생들과 하얗게 센 머리에 링거를 맞으며 유일하게 공부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지식의 참의미를 잃은 중국 교육의 현실을 풍자했다. 또 “Temporary Ward”(2008)에서는 300명의 지원자를 환자로 꾸며 극장을 대형 임시 병동으로 연출했다. 병원과 의료 문제에 대한 하나의 상징적 표현이자 극장 등의 판타지의 공간에서 심리적 ‘치유’를 얻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설명된다.  

 










WANG Qingsong, Past, Present and Future, 2001, 120×(200+150+200)cm ⓒ왕칭송(WANG Qingsong)



〈The Glorious Life〉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한미사진미술관


트립틱(triptych)으로 구성한 “Past, Present and Future”(2001)는 제목 그대로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부가 조성한 기념비적 조형물을 차용해 표현했다. 과거는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검과 소총을 든 채 진흙으로 뒤덮인 형상으로, 현재는 청소부와 각계 노동자들이 장비와 도구를 든 은색의 형상으로, 미래는 왕칭송 자신이 꽃을 든 환영 인파 한 가운데에서 심벌즈를 들고 있는 황금색의 형상으로 구현됐다. 이처럼 왕칭송의 사진 한 장 한 장은 많은 상징적 요소와 기호들로 치밀하게 구상, 계획되어 현실에서 정밀하게 완성된다.  

왕칭송은 한 사람의 중국인으로서 중국의 오늘을 예리하게 들여다보며, 너무 빠르지 않게 변화하는 중국이길 바란다. 그리고 한 명의 예술가로서 좀 더 나은 중국의 내일을 위한 제언으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을 작품 속에 던지고 있다. 물론 관객으로서 작품을 작가의 의도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왕칭송이 광대한 스케일에 섬세하게 하나하나 표현한 상징적인 디테일의 의미를 알고 작품을 본다면 그가 바라본 당대 중국의 현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글 정은정 기자
해당 기사는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