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진교육과 담론 사료전》 중앙대학교 영신관 CCP포토북 라운지 | 24년 12월 7일 ~ 3월 30일


 
 
전시 서문
 
<한국의 사진교육과 담론 사료전>의 의미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설립 6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사진교육과 담론 사료전>이 열린다. 이 전시는 한국이 서양의 신문물인 사진술을 수용하는 초기 시기부터 현대까지 한국 사진 문화의 전개 과정에서 생산된 각종 원천 자료를 망라하고 있다. 문헌과 잡지 중심으로 구성된 이 전시에는 각종 희귀본을 비롯하여 원 저자의 육필 원고, 창간호 등 사료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사진사』(문학동네, 2021)의 저자이기도 한 전시 기획자 박주석은 이 전시를 ‘사료전’이자 일종의 작은 ‘역사전’으로 꾸미고자 했다. 한국의 사진 교육에서 필수 교재로 사용됐던 기술 서적에서부터 사진의 역사와 사진 이론 관련 서적, 사진 비평의 장으로 기능했던 잡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사진 담론을 주도했던 문헌 자료들이 이 ‘사료전’의 내용물이다.

전시 사료의 목록을 대충 간추려 보아도 전시의 의도는 금방 드러난다. 지운영의 <향추관집>, 신낙균의 <사진학강의>, 박필호의 <사진을 말한다> 등은 한국 사진학 개척자들과 관련된 자료다. 해방 이후 처음 발간된 사진 전문잡지 <사진문화>, 1960년대에 현대사진연구회가 발행한 월보 <사안>, 사진 교재로 사용됐던 각종 기술/이론 서적, 1990년대 이후 현대사진의 흐름을 확장한 각종 전시 도록 등은 모두 한국 사진의 담론을 이끌어간 매체 자체다.
 
사진에 관한 지식의 습득 통로는 이미 책에서 디지털 매체로 전환된 지 오래다. 역사는 물질성을 잃고 가상공간에서 끝없이 복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보는 때로 왜곡, 훼손된다. 그러나 본래의 역사는 물질 속에 각인돼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는 모니터상의 텍스트로만 보아 왔거나 말로만 들어왔던 ‘역사’를 실물의 형태로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아날로그 정보의 가치를 환기해 주는 셈이다.

 
박평종 (미학, 사진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