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애 《나로부터 나에게로》 갤러리 1898(서울) | 3.27 ~ 4.5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빠른 속도는 ‘빛의 속도. 1광년은 빛이 초속 30만 km로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 이 속도로 우리 은하Our Galaxy로부터 가장 가까운 은하인 안드로메다Major Galaxy 까지 250만 광년이 걸린다고 한다. 빛의 속도가 이렇다면 광대한 우주의 모습을 보고 싶은 우리는 실망한다. 실로 빛 만큼 느린? 매체로 방대한 우주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철들기 전부터 별은 신비로웠고, 일식, 월식 이름 모를 혜성이 밤하늘에 나타난다고 할 때면 한밤중에도 일어나 건물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더듬었다. 턱도 없이 맨 눈으로… 달의 나라, 별의 나라, 은하수는 어떻게 생겼을까 평생 궁금했다. 지구라는 이 세상은 늘 불완전하고 추위, 더위, 굶주림, 다툼이 끊이지 않고,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넘쳐나는데 저 넓은 우주 어딘 가에 안전하고 완전한 곳이 있지 않을까 라는 동경이 함께 버무려져 있었던 것 같다. 1981년 칼 세이건* Carl Edward Sagan의 코스모스는 막연한 나의 동경에 불을 질렀다. 그의 천체물리학, 자연과학,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계획 등에 관한 이야기는 하늘을 바라보고 우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과학적 기준을 가지도록 해 주었다.

그 후 30여년이 지나 미국의 신경외과 의사였던 이븐 알렉산더 3세* Eben Alexander 의 임사체험 후 발표한 ‘나는 천국을 보았다’ Proof of Heaven 에 영감을 얻어 사진작업을 시작하였다. 이븐이 본 실재의 천국은 현대과학과 종교가 대립되지 않았고 사후의 세계에 대한 나의 의문과 기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오랫동안 나의 마음속에 품어왔던 우주와 영적 세계에 대한 많은 의문의 조각들이 하나 하나 엮이는 느낌이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초기 작업 시리즈인 ‘광야’에서부터 후무스Humus 까지 나는 
인적이 없고 황량하고 낯선 자연의 모습에 매료되었고, 삭막한 풍경이 주는 낯선 이질감에서 은하나 어느 행성을 막연히 동경해 왔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나의 근원을 찾고 창조주를 만나고자 하는 갈망으로 이어졌고, ‘나로부터 나에게로’ 작업의 시작이었다.

2023년 미지의 행성에 온 듯한 아이슬란드 촬영 이래, 종국에는 먼 길을 떠난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회귀이다. 내가 이 행성에서 첫 들숨을 시작한 이후 마지막 날숨의 순간까지 주어진 조건에 저항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지구라는 행성에 나의 삶을 붙여 의지하고 사는 것에 대한 감사와 애정이 보여 지길 바란다. 광활하고 신비한 우주와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행성이 분리되어 있지 않
듯이 나도 우주의 어떤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븐 알렉산더의 표현을 빌리면 많은 과학자들이 보이는 우주를 연구할 때에 어떤 영적인 시각도 용납하지 않는 것은 거시 세계를 미시적인 눈으로 보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를 향한 동경을 지닌 영적인 존재로 태어난 우리는 삶의 끝자락에서 진정한 영적 자아를 찾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 끝 점은 창조주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그곳은 ‘모든 것의 이론’ Theory of Everything* 인 ‘사랑’으로 다스려지는 세계, 그 지향점을 향하여 과학과 영성은 화해해야 할 것이다.


 
 

 


ⓒ 전경애 ​The Core_f

 


ⓒ 전경애 Dm#1_f




ⓒ 전경애 Spw#1




ⓒ 전경애 르메트르를 따라서_f




ⓒ 전경애 Cosmic Womb_f




ⓒ 전경애 Light Wave_f 




ⓒ 전경애 Mosi-oa-Tunya_f 




ⓒ 전경애 Worm Hole_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