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획기사 ⦁ ⦁ 천년의 공간에 안긴 교토그라피


 

세계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다양한 사진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으며 그 가운데 교토그라피(KYOTOGRAPHIE international photography festival)가 아시아의 사진 축제로 손꼽힌다. 필자는 교토그라피의 최대 성공 요인이 ‘장소성’이라고 보는데, 교토는 천년고도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이 17곳에 이른다. 그래서 해마다 국내외에서 약 4천만 명이 찾아오는 일본 최대의 관광지이자 세계적인 역사 관광 도시이다. 우리 입장에 서 교토로 천도한 간무 천황의 어머니가 백제 도래인이며 천년 고도의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 기반을 구축한 이들이 신라, 백제 도래인이니 자연스럽게 애정이 가는 도시이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할만큼 고대와 중세의 역사적, 문화적 유적, 유물이 넘쳐나는 교토는 축제를 열기에 제격이다. 다시 말해 사진 축제만으로 국내 외로부터 많은 관객이 오기를 기대 하기 쉽지 않다. 사진 감상뿐만 아니라 플러스 요인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축제가 개최되는 도시가 매력적인가’라는 것이다.

12회 교토그라피(4.13.~ 5.12.)는 12개의 장소에서 13개의 전시가 열리는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니조성, 교토의 대표적인 사찰 건인사, 280년의 전통가옥 콘다야 겐베에 등 매력적인 공간에서 전시를 선보여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그곳에 서 독특한 공간 디자인과 색다른 전시 구성으로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교토그라피 주제인 ‘SOURCE(源)’는 기원과 원인을 지 칭하는 것 외에 무언가를 얻는다는 의미가 있다. 교토그라피의 공동설립자이자 공동디렉터이며 부부인 루실 레이보즈(Lucille Reyboz)와 유스케 나카니시(Yusuke Nakanish)는 ‘SOURCE’에 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근원은 처음이요, 시작이요, 모든 것의 기원이다. 그것은 생명의 창조이고, 갈등이 생기거나 자유를 얻는 곳, 무언가가 발견되고, 만들어지고, 창조되는 공간(space)이다. 인생의 고비와 상관없이,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가느냐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느냐 사이에서 오가며 서 있다. 삶과 사랑과 고통의 교향곡이 울려퍼지는 것은 바로 이 신성한 공간에서다....”

지면 관계상 모든 전시를 소개할 수가 없어서 전시의 기획 및 작품의 우수성, 전시공간과 매칭된 전시 구성 그리고 그 공간에 작품이 디스플레이된 효과 등 감동이 컸던 전시를 중심으로 리뷰를 하고자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니조성에서 우주로의 여행

티에리 아루두앵(Thierry Ardouin) / 씨앗 스토리(Seed Stories)

사진작가 집단 ‘텐댄스 플루(Tendance Floue)’의 공동 설립자인 프랑스 사진작가 티에리 아루두앵(Thierry Ardouin)이 작품 활동의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인간과 환경의 관계성이다. 이번 전시는 씨앗을 소재로 한 《씨앗 스토리(Seed Stories)》이며 씨앗은 생명, 성장, 다양성, 잠재력의 상징이다. 식물은 그 탄생 이래 해류와 바람, 때로는 불에 의해서, 또 때로는 동물과 인간의 힘을 빌려 이동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씨앗을 전 지구에 퍼뜨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니조성 내 니노마루궁에 들어선 관객은 우주로 진입한 듯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씨앗을 담은 전구는 별처럼 빛나고 있다. ©Kenryou Gu-KYOTOGRAPHIE 2024 photojournalisme
 

《씨앗 스토리》 작업을 위해 사진가는 씨앗의 촬영이 가능한 장비와 조명을 사용하여 초미세한 세계에 도전하였다. 그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씨앗 형태의 매력과 색깔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등 한없이 작은 것을 피사체로 확장하고 있다.

씨앗은 신비로운 생명이다. 그 신비성은 우주 저 멀리 별과 행성, 은하들의 신비성과도 통한다. 씨앗은 아주 작은 상태에서 발아한 후에 뿌리가 자라고 식물로 성장하여 번식하고 유전자를 전파한다. 또한 우주는 생명체처럼 호흡하며 에너지를 생성하여 별을 형성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물질을 전파한다. 씨앗과 우주의 생명은 순환의 과정과 전파를 통해 유전자를 계승하여 다음 세대로 이어져온 것이다. 이러한 개념으로 설치된 작업에서 특수 제작된 전구들에 동종의 씨앗들을 넣어 수십 개의 전구를 밝혔다. 관객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니조성 내 니노 마루궁에 들어서면 우주로 진입한 듯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씨앗을 담은 전구가 마치 별처럼 빛나고 있다.

 


 

©Thierry Ardouin / Tendance Floue / MNHN


©Thierry Ardouin / Tendance Floue / MNHN

 


 

280년 전통가옥에서 만나는 현대사진

버드헤드 (Birdhead) / 2024 교토, 버드헤드 월드에 다시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Birdhead World Again, Kyoto 2024)

버드헤드(Birdhead)는 2004년에 동급생인 송 타오(Song Tao)와 지 웨이유(Ji Weiyu)에 의해 결성되었다. 버드헤드는 PC에서 중국어를 로마자로 입력할 때 무작위로 나 타난 변환 오류에서 유래한다. 즉 단체명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고 창작물이 특정한 제한을 받지 않고 다양하게 이해되거나 경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당시 20대였던 두 사람은 그들의 고향인 상하이의 급격한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해야겠다는 공통의 열정을 계기로 의기투합했으며 현재도 여전히 상하이에서 경제활동이나 도시재개발의 극단성이나 긴장감을 강렬하게 작품화하고 있다.

버드헤드는 중국 사진계에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정체성을 모색하고자 하는 ‘신중국 사진’ 세대의 일원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의 중국 사진과는 대조적으로 강한 정치적 메시지나 퍼포먼스 연출이나 설치작업 그리고 다양한 장르와의 융복합된 작품 등 중국사진에 있어서 포스트모던을 이끌었다.

이번 전시에서 어두운 공간에 설치된 작업은 사진의 신비한 힘을 숭상한다는 상상 속 종교인 Photothism의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종교적인 아우라를 풍긴다. Photothism의 개념을 근저로 한 작품들은 콜라주나 설치, 예배용의 성상, 영상의 작품들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전시가 돋보이는 것은 일본 전통방식으로 짜는 오비-기모노를 입고 허리에 매는 넓은 천-의 주요 도매상으로 280년 역사를 지닌 ‘콘다야 겐베에’라는 건축물에서 전시된 점이다. 버드헤드는 암실에서 현상의 기술적 측면에 아이디어를 갖게 되어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프린트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리즈는 사진 이미지를 직접 실크스크린에 옮긴 뒤에, 그들이 연구를 거듭해 개발한 래커기법(lacquer technique)을 사용해 목재 널빤지에 정착시켰다. 이 대형 작품이 콘다야 겐베에의 높은 대들보와 조화를 이룬다.

 


시리즈 전시 전경 ©이기명
 

동시대의 변화를 작품화한 일본 전후 작가

키쿠지 카와다(Kikuji Kawada) / 지도(The Map) | 보이지 않는 비전(Visions of the Invisible)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총망라된 회고전 형식으로 65년에 걸친 작가의 오랜 작업이 한 장소, 교세라미술관에서 열려 교토그라피 13개 전시 중 작품수나 공간 규모면에서 다른 전시를 압도한다.

키쿠지 카와다(Kikuji Kawada)가 중학생이 될 무렵에 일본은 두번의 원폭투하를 맞았고 패전했다. 그리고 작가의 마을 근처에 해군항공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여러 차례 항공 폭격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카와다는 히로 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지 20년 만인 1965년 패전이라는 일본의 집단적인 전쟁 기억을 기호화하여 은유적인 고찰인 데뷔 사진집 『지도(The Map)』을 출간했다. 이 데뷔작은 사진계에 선풍적인 영향을 미쳤고 작가의 초기 스타일을 정의했다. 작가에게 잠재되어 있었던 전쟁 에 관한 트라우마가 발현된 작품으로 보인다. 원폭 피해자 의신체일부, 더럽혀지고 구겨진 일장기 등을 촬영한 작품에서는 원폭의 피해와 함께 전쟁에 대한 반성도 읽힌다.

그리고 작가는 1998년부터 디지털로 작품을 발표한다. 그는 사진이 기계를 사용하여 창작해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오히려 기술 발전으로 인해 표현의 가능성을 다양화시켰다고 주장하며 이를 적극 수용했다. 9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 매일 작품을 올려 사진에 관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렇듯 유연한 사고를 지닌 작가는 작품의 주제에 있어서도 전후 고도의 경제성장, 1980년대의 버블 경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세계의 신냉전, 팬데믹 하의 도쿄 등 시대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작품화했다.

작가는 작품을 “시대 속의 특징적인 장면과 자신과의 관계를 파악해 표현해, 그때의 가능한 형태로 정리해, 그 쌓아 올리는 것으로부터 개인의 스타일이 태어난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전쟁 이후 일본과 세계의 변화를 목도하면서 개인적인 시각으로 미디엄과 시대와 장소를 자유자 재로 넘나들며 자신의 후기스타일을 구축하였다.


 

시리즈 ©BIRDHEAD Studio


시리즈 ©BIRDHEAD Studio

 

 

©Kikuji Kawada, Courtesy PGI


©Kikuji Kawada, Courtesy PGI

©Kikuji Kawada, Courtesy PGI

 

 

지구 온난화 그리고 포도와 거미줄

카시와다 테츠오(Tetsuo Kashiwada) / 허공을 당기기 (Pulling the Void)

카시와다 테츠오(Tetsuo Kashiwada)는 2023년 교토그라피 인터내셔널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Ruinart Japan Award를 수상했고 그 혜택으로 프랑스 루나 르트 메종에 있는 레지던시에 참가하여 작업할 수 있 었다. 그 작업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는데, 작가는 환경문제와 인류와 자연의 관계성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는 그곳에서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온변화가 포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해마다 기온이 상승하는 탓에 포도의 색과 크기의 편차가 생기거나 수확 시기가 빨라지며 온도에 민감한 포도는 1~2도만 상승해도 당도가 크게 변하고 있었다.

작가는 “작품으로 환경문제에 파문을 일으키거나 세상을 바꾸고 싶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온난화의 위기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한다.

그는 포토밭을 걷다가 거미줄에 걸렸고 거미줄이 상당히 많음을 발견하였다. 작가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니지만 포도밭의 거미줄이 지구 온난화 과정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포토밭의 거미줄을 촬영하였다. 나아가 거미줄을 강조하고자 빨간색의 인공 거미줄을 만들어 나무에 설치하여 촬영하였는데 전시되는 양족원의 나무에도 빨간 인공 거미줄을 설치했다.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거미줄은 지구 온난화에 관한 복잡한 이해관계의 은유와 상징으로 읽힌다. 마치 거미줄의 복잡한 모양새가 자연과 인류의 복잡한 관계와 인간의 이기적인 집단적 행동을 형상화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건인사 내 양족원에서 전시되기에 전시공간과 자연이 어우러지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의 조명효과로 관객이 자연의 존재감과 소중함에 침잠하게 한다.

 


일본 고대 사찰인 임제종(일본 불교 종파) 대본산 건인사 내 양족원은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있다. 전시 공간과 정원이 어우러진다. ©이기명


양족원 정원 ©이기명

 





©Tetsuo Kashiwada
 

아이들의 침실에 관하여

제임스 몰리슨(James Mollison) / 아이들이 자는 곳 (Where Children Sleep)
 

제임스 몰리슨(James Mollison)이 아이들의 권리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요청받았을 때, 어린 시절의 침실이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나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고찰하는 방법으로서, 다양한 처지의 아이들과 침실들에 눈을 돌리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작가는 개발도상국의 불우한 아이들만 거론할 것이 아니라 좀 더 포괄적으로 모든 처지의 아이들을 담고 싶었다.

포트레이트 형식으로 아이를 촬영하고 침실을 별개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촬영하였다. 작가는 “나의 사색으로는, 침실 사진은 아이들의 물질적, 문화적 상황 즉,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나타내는 세세한 사항이 새겨져 있고 포트레이트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대등 한 인간으로서....”라고 말한다.

니르토(Nirto, 15세)는 소말리아 출신으로 그의 부모는 기근과 가뭄 그리고 씨족들 간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1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소말리아에서 탈출했다. 가족이 겨우 도착한 곳은 케냐 북부 사막지대에 있는 세계 최대 난민캠프 중 하나인 다답였다. 이 캠프는 1991년에 설립되어 3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살고 있다. 니르토와 그녀의 가족은 찢어진 비닐 자루와 시트를 막대기로 이어 만든 돔 모양의 작은 구조물에서 살며 흙바닥에서 잠을 잔다. 니르토는 학교에 간 적이 없으며 남매를 돌보며 시간을 대부분 보낸다.

네미스(Nemis, 9세)는 부모와 15세 누나와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는 꾸미는 것을 좋아해서 2살 때부터 열정을 갖고 분장했다. 그가 7살이었을 때, 그의 누나는 루폴의 드랙-사회에서 주어 진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 겉모습을 꾸미는 것- 레이스 (RuPaul’s Drag Race)를 보기 시작했고 그 영향으로 네미스는 출연자들의 우아함에 더욱 매료되어 갔다. 그는 화장하고 여성의 외모를 시도함으로써 드랙 퀸-여성 차 림을 좋아하는 남성 동성애자-을 본받고 싶어했다. 또한 그는 패션모델 같은 걸음걸이나 몸짓을 흉내 내는 디스코 댄스 레슨을 받았고 드랙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네 미스는 성인이 되면 드랙 퀸이 되거나 드랙 옷을 입는 선생님이 되기를 희망한다.

작가는 아이들이 자는 곳(Where Children Sleep) 프 로젝트를 위해 40개국 어린이들을 촬영해 왔으며 교토그 라피에서 28개국 아이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업은 빈곤, 부, 기후변화, 총기 폭력, 불평등, 교육, 젠더, 난민 위기 등 현대의 복잡한 문제를 사색하게 한다.

 










©James Mollison

 

 

경사진 파티션 벽들로 구성된 전시공간

요리야스(Yoriyas, Yassine Alaoui Ismaili) / 영화가 아닌 카 사블랑카(Casablanca Not the Movie)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최대도시이며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도시로, 이곳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만나고, 일하고, 교류하며 각자의 모습, 문화, 정체성을 보여준다. 카사 블랑카에서는 도시화로 인해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성, 공동체와 개인 등 다양한 혼재를 발견하게 된다. 요리야스(Yoriyas)는 카사블랑카의 대조적인 순간들을 기록하여 우리가 보고 즐기고 생각하고 당황하는, 사진으로 포착되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할 것에 신경을 쓰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 특이한 것은 전시 공간 구성과 작가가 촬영하는 행위를 기록한 동영상 상영과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첫째, 전시 공간에서 신체로 사진을 느낄 수 있도록 파티션 벽들을 경사지게 구성한 것이 독창적이다. 관객은 벽들의 틈을 헤집고 들어가서 작품을 보고 또 다른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또다시 몸을 구부리거나 낮추어 걸어가야 한다. 언뜻 무질서하게 보이는 사선으로 배치된 벽들은 카메라의 반사경의 중첩으로도 보인다. 파티션 벽에 는 작가의 작품을 크게 프린트하여 벽지처럼 마감하고 그 위에 작품을 다양한 높이로 디스플레이했다. 위를 쳐다 보거나 아래를 향하거나 뜻밖의 각도로 볼 때마다 새롭게 사진이 보여 작품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다가서게 한다.

둘째, 촬영행위를 담은 동영상의 관람 구성이다. 작가는 원래 프로 브레이크 댄서였으나 부상으로 스트리트 사진가로 전업하게 된다. 그는 거리에서 촬영할 때, 춤을 추면서 촬영해서 촬영대상이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만들어 카메라의 거부감을 덜 느끼도록 한다. 그의 촬영행위는 멋진 퍼포먼스를 보는 듯 재미있다. 전시장에는 동영상 스크린 맞은편에 거울이 설치되어 카메라 속 반사경처럼 이미지를 반영한다. 사진의 비유로 거울이 언급되듯이, 그는 사진과 영상이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동영상 스크린 맞은편에 거울이 설치되어 동영상이 거울에 반영되고 있다. ©이기명


파티션 벽들이 경사지게 설치되어서 관객은 벽들의 틈을 헤집고 들어가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기명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로 나선 이란 여성

이란 시민과 사진작가 / 당신은 죽지 않는다 또 다른 이란 봉기의 이야기(You don’t die)

이란의 현대사는 항의와 봉기의 물결로 점철되어 왔다.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된 뒤, 1983년 여성의 히잡 착용이 의무화됐다. 2022년 9월 16일 젊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이슬람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채 사망하면 서촉발된 ‘여성, 생명, 자유’를 위한 봉기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 역사상 가장 큰 항의의 물결이 되었다. 약 500명의 사상자와 그들 중 8명의 사형자 등 극심한 탄압으로 이어 졌다. 용기 있는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고 거리로 나선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되었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법 집 행기관과 종교 당국에 맞서 항거하는 장면들이 휴대폰 동 영상으로 기록되어 전시장에서 상영되었다. 휴대폰의 대중화로 현장에 있었던 시민의 거친 영상이 생생하게 그날 의 사실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시대의 공적인 기록이 시민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기록이 남아 역사가 됨을 증거하는 전시이다.

주목할만한 사진 작품으로 이란 예술가 엘함 아비슬 루(Elham Abbasloo)가 억압에 항의하기 위해 모두 자른 자신의 머리카락과 세계 여성들로부터 모은 자른 머리카 락을 침대에 깔고 태아의 자세로 포즈를 취한 셀프 포트 레이트이다.
 

역사적, 문화적 공간과 매칭되는 사진 페스티벌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공간의 시학’에서 “기억을 생생하게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 라 공간”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특정 장소나 환경에서 경험한 것이 시간이 흐르더라도 그 공간과 연관 짓게 되어 더욱 선명하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간이 우리의 기억을 더 생생하게 만들고 연관된 경험을 부각시킨다. ‘장소성’이 인간의 삶과 체험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 말 일 게다.

전시 공간에서 ‘장소성’은 그곳의 특정한 역사적, 문화적, 자연적 환경 등이 전시작과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사진 페스티벌은 시민과의 교감이 주요하며 더욱 국제 페스티벌인 경우에 외국의 시민들도 올 수 있는 요인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축제가 열리는 장소가 매 력적인가’ 이게 중요하다. 역사적, 문화적인 공간과 매칭되는 전시는 작품의 해석이나 이해를 더 깊이있게 만들어주며, 관객의 감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전시작의 선택부터 전시 디자인, 전시 공간의 배치 등에 장소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여러 장소에서 전시되는 사진 페스티벌은 이로운 점이 있다. 관객은 한 장소에서 전시를 감상하고 다음 전시 장소로 이동면서 본 작품에 대한 음미의 시간을 가지고 볼 작품에 대한 설렘의 시간을 갖는다. 사색 하며 걷고 걸으면서 도시의 풍경에 젖는다.

교토그라피가 아시아의 사진페스티벌로 높이 평가 받고 프랑스 아를사진페스티벌(Les rencontres de la photographie, Arles)이 세계 최고의 사진축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획력 못지않게 ‘장소성’ 때문일 것이다.

 


 

©Yoriyas (Yassine Alaoui Ismaili)


©Ahmadreza Halabisaz

 


 

©Elham Abbasloo


교토그라피 공동디렉터 인터뷰

인터뷰어 | 박민경 선임기자
인터뷰이 | 유스케 나카니시(Yusuke Nakanish,
루실 레이보즈(Lucille Reyboz)

교토의 갤러리뿐만 아니라 니조성, 사찰 등, 전통적이고 문화적인 공간을 활용해서 도시 전체를 입체적으로 교토 그라피 전시장으로 활용는 듯 하다.

유스케: 교토그라피는 해마다 주제가 정해지면, 그 테마에 맞는 작가를 선정하고 작가들의 전시의 컨셉에 맞게 공간 디자이너 또는 건축가와 협업을 해서 전시장을 구성한다. 교토박물관 별관에서 전시하는 클라 우디아 안두하르(CLAUDIA ANDUJAR)의 전시는 학살과 핍박을 피해 남미 아마존 정글 깊숙한 곳에 사는 야노마미 부족의 전통가옥을 형상화한 원형의 구조로 공간 구성을 했다. 2024 교토그라피의 본 전시 13개 사이트는 전문 공간디자인 작가들의 협업을 통해 작품을 공간을 통해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전체적인 컨셉에 맞춰 디자인에 주력한다.
 

공간활용에많은투자와비용이만만치않을것같다.이 렇게 공간디자인에 치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루실: 우리는 박물관 같이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축제를 기획하기 때문에 닫힌 틀과 같이 정해진 공간을 벗어나서 관람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것이 목적이다. 교토의 많은 역사적인 공간을 활용해서 공간 조형성 측면에서 집중하고 교토그라피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확장된 범위의 도시 전체를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년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 교토그라피의 본전시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 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스케일이 놀랍다.

루실: 교토그라피를 준비하다 보면 한해가 정말 빨리 지나간다. 정말 작은 인원으로 교토그라피를 준비하기 때문에 우리가 백여 개가 넘는 전시를 모두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교토그라피의 본 전시 13개 외의 부대 전시인 KG+만 해도 교토그라피 기간 중 에 전시가 103개의 전시가 다발적으로 교토 전역에서 함께 열리고 있다. 제1회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매년 KG+를 기획했고, 이 전시를 통해서 신진작가를 발굴 한다. 이렇게 선정한 신진작가 중 대상을 받은 작가는 이듬해 교토그라피 본 전시의 작가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거머쥐게 된다. KG+가 배출한 신진작가들의 성장과 함께 교토그라피도 함께 여기까지 왔다. 이러한 모든 노력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
 

한국의 많은 사진가와 사진 애호가들의 관심이 교토그라피에 집중되고 있고 매년 축제 기간에 방문하는 인원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유스케: 아직은 교토그라피 전시 작가는 일본과 유럽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 교토그라피 본 전시에 참여한 작가로 노순택 작가가 있고, KG+에 참여하는 한국신진작가들이 있다. 더 많은 한국사진가들이 앞으로 교토그라피에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 이기명 발행인 겸 편집인
해당기사는 2024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