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헌 《Selenography》 7월 11일 - 7월 26일 | 갤러리 토마
- 2026-07-08 16:48:39

슈퍼블루문이 뜬다는 소식을 들었던 밤을 기억한다.
진료를 마치고 병원 밖으로 나와 고개를 들었을 때, 하늘에는 유난히 선명한 보름달이 떠 있었다. 그날의 달은 특별히 크고 밝았다. 하지만 나를 붙잡은 것은 크기나 밝기보다, 그 표면이었다. 멀리 있는 천체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초망원렌즈로 달을 당겨 보았을 때,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크레이터처럼 패인 자리, 부드럽게 솟은 고원, 빛을 받는 면과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는 면. 그 표면은 매일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피부와 닮아 있었다.




청춘의 흔적인 여드름 흉터, 세월이 남긴 기미와 잡티, 화상의 기억으로 남은 피부의 자국, 편평사마귀와 비립종처럼 작고 다양한 흔적들. 병원에서는 그것들을 때로 치료해야 할 문제로 부른다. 하지만 오래 바라보다 보면, 그 흔적들은 단순한 결점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 몸이 견뎌낸 일, 회복하려는 힘이 그 표면 위에 남아 있다.
그날 이후 달은 내게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었다. 나는 보물찾기를 하듯 달을 쫓기 시작했다. 울릉도에서, 백두산에서, 가까운 일본의 산과 바다에서, 그리고 미국 데스밸리의 사막에서 달을 기다렸다. 달을 찍는 일은 점점 멀리 있는 대상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매일 가까이에서 보아온 표면들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 되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달의 표면을 살필수록, 나는 다시 사람의 피부를 생각했다. 수술실에서 마주하는 얇은 피부, 그 아래의 층, 회복의 과정, 시간이 남긴 미세한 결들. 의사로서의 시선과 사진가로서의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같은 곳에 닿아 있었다. 표면을 오래 바라보는 일. 그리고 그 표면 아래에 남은 시간을 읽는 일.




『Selenography』는 달의 지형학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나에게 이 말은 단순히 달의 표면을 기록한다는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상처의 지도를 읽는 일이고, 회복의 방향을 살피는 일이며, 우리가 결점이라고 불러온 것들을 조금 다른 눈으로 다시 보는 일이다.
달은 매끄럽지 않아서 아름답다. 수없이 부딪히고 패인 자리들이 있기에, 빛은 그 위에 더 깊은 그림자를 만든다. 사람의 피부도 그렇다. 완전히 지워진 표면보다, 지나온 시간이 조용히 남아 있는 표면이 때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달을 들여다보면, 사람의 피부가 보인다.
이 작업은 달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인간으로 회귀한다. 아주 먼 곳의 표면을 통해 가장 가까운 우리의 표면을 다시 바라보는 일.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인체의 형상을 찾고, 인체 안에 남아 있는 자연의 결을 발견하는 일. 어쩌면 회복이란 모든 흔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남은 흔적과 함께 조금 더 부드러운 빛을 얻는 일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