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외작가 ⦁ ⦁ 안 마이 레 《Between two rivers》




Installation view of An-My Lê Between Two Rivers,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November 5, 2023–March 9, 2024. Photo Jonathan Dorado


안 마이 레는 1960년 베트남 사이공(현재 호치민시)에서 태어났다. 베트남 전쟁의 마지막 해였던 1975년에 10대였던 작가는 미국으로 망명한다. 이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그녀는 우연히 접한 사진 강의를 계기로 사진에 매료되어 예일대에서 사진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다. 작가가 졸업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994년, 미국은 베트남의 무역장벽을 없앴고 그해 처음으로 작가는 다시 베트남을 방문하게 된다. 그 후 안 마이 레 작가는 전쟁을 주제로 현재까지 30년에 걸쳐 작업을 지속했고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Between two rivers》(MoMA | 23.11.5-24.3.16)가 열리고 있다.

그녀의 사진과 영상은 전쟁이 초래한 결과와 영향 등을 묘사하고 있다. 흑백이든 컬러이든간에 그 이미지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더불어 거기에 전쟁과 폭력이 가미된 긴장이 담겨있다. 이번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그녀의 회고전에는 여러 프로젝트가 속해있다. 그녀의 첫 시리즈 <Viêt Nam 베트남>(1994~98)에서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시골마을 풍경이 서서히 회복 되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또한 <Small Wars 작은 전쟁>(1999~2022)에서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작가가 베트남전 재연에 참여해 사진으로 기록한 시리즈이다. 또한 작가는 <29 Palms> (2003-2004),시리즈에서 미 해군이 중동 전쟁 가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진행한 전쟁 대비 과정을 담았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에 입각한 사진들과 연출 사진 사이에서, 레의 작품은 역사적으로 발발했던 전쟁과 현대의 엔터테인먼트와 정치, 집단의식으로서 전쟁의 보편적인 현상에 대한 분리(disjunction)를 탐구하고 있다.

 


 
시리즈 1. <Viêt Nam 베트남>(1994~1998)

안 마이 레는 1968년, 어머니의 박사학위를 위해 파리로 갔다가 1973년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이후 2년 뒤 1975년 다시 미국으로 망명,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이후 1994년,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역장벽을 거두고 나자 작가는 20년 만에 다시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때 작가는 대형카메라와 광각렌즈를 이용해 흑백으로 베트남을 찍었다. <Viêt Nam 베트남>이라는 단순한 제목의 이 시리즈가 뉴욕 현대미술관 개인전의 첫 부분을 장식한다. 사진들 대부분은 광각을 이용한 베트남의 아름다운 전원풍경을 담고 있다. 메콩강 남부 삼각주 지역, 전쟁 당시 심각하게 폐허가 되었던 곳에 사람들이 밭을 가꾸고 레저도 즐기며 전쟁에서 회복되어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 작품을 제작하던 당시 그녀는 로버트 프랭크, 스티븐 쇼어, 조엘 스턴펠드와 같은 사진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모두 미국의 일상적인 장면을 담은 화려하지 않은 스타일의 이미지들이었다. 작가는 그 사진들을 좋아했지만 정작 그 속에서 자신을 찾을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그녀는 할머니의 고향 지역인 홍 강 삼각주의 남하 지역의 논에서 한 어린 소녀를 마주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정도의 어린 소녀는 모자를 쓰고 있고 플라스틱 목걸이에 잉크가 묻은 셔츠를 입고 있다. 그 사진을 가리켜 작가는 자신의 어린 자화상이라고 일컫는다. 어린 시절 전쟁 때문에 자신이 떠나온 곳에서 어른이 되어 마주친 어린 소녀의 이미지는 대부분 풍경을 담은 베트남 시리즈 중 유일한 인물사진이다. 이 한 장의 크지 않은 흑백사진이 다른 베트남의 풍경과 함께 보여질 때, 마치 이 어린아이가 전쟁을 겪고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1995, AN-MY LÊ, Viêt Nam, Untitled Ho Chi Minh City


1994 AN-MY LE, Viêt Nam, Untitled, Nam Ha

 


 
시리즈 2. <Small wars 작은 전쟁들>(1999-2022)

<small wars 작은 전쟁들> 시리즈는 미국 동부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에서 미국 남북전쟁을 재연한 사진들이다. 이미지를 보면, 잔디로 뒤덮인 무성한 숲에서 무장군인들이 모여 야영하고 군사훈련을 하는 모습과 작전을 개시하고 포복훈련을 하며 피해 다니는 적군을 쫓는 군인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실제상황이 아니다. 군사 작전이나 훈련을 재연하는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하는 스포츠이다. 전쟁의 스펙타클은 항상 미국인들을 사로잡았고, 전쟁 재연에 참여하는 것은 지금은 시들하지만 한때 많은 미국인이 즐기는 오락 중 하나였다. 안 마이 레가 이 가상전쟁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그 전쟁 안에서의 역할을 정해야 하는데, 그녀는 GI(미국 무장 군인을 뜻하는 비공식 용어)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베트콩 저격병을 골랐다.

작가는 <아트 21>과의 인터뷰 중 이렇게 회상했다. “베트남 전쟁 재연을 할 때, 검정색 잠옷을 입고 베트콩 고릴라 역을 맡았다. 내가 참여하자 그 재연훈련의 진정성이 올라갔다. 실제 베트남 여자가 베트콩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 무서운 기억이었기 때문에 검정 잠옷을 입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어렸을 때 직접 베트콩을 본 적은 없지만 시체를 자주 봤다. 같이 참전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진을 위해 우리가 각자의 이슈를 가지고 씨름한다고 생각했다.”


 

1999-2002, AN-MY LÊ, Small Wars, Sniper II

 


 
시리즈 3. <29 Palms>,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2003-2004)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2003년, 작가는 종군 사진작가로서 중동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절차가 지나치게 길어지던 중, 미군이 중동과 비슷한 지형인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사막에서 훈련을 시행한다는 것을 알고 작가는 그곳에 참여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것이 <29 Palms> 시리즈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안 마이 레가 본 전쟁 훈련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베트남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자신의 삶 때문에라도 반전 메시지가 강한 이미지를 찍었을 것이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작가는 소위 뉴스에서 접하는 종류의 참혹하고 심각한 사진을 찍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대신 작가는 카메라를 조금 뒤로 옮겼다. 전쟁의 직접적인 폭력성을 보여주기보다 전쟁과 자연과의 복합적인 관계를 보며 관객이 전쟁에 대해 조금은 덜 뜨겁게 느끼기를 원했을 것이다. 사실 그녀가 찍는 대상은 진짜 전쟁이 아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진짜 전쟁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생생했다.

“말이 트레이닝이지 규모가 굉장했다. 실제 전투기가 날아다녔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탱크를 옮겼으며 그 강도가 엄청났다. 그때, 그 거대한 자연이 전쟁에 있어서는 세트장이고 연극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군사적 전략의 일환으로 자연을 보게 되었다. 그냥 보면 밭이지만 전쟁의 관점에서 보면 전투 하러 들어가는 문(entry point)이자 나오는 문(entry point)인 셈이다”

 


2003-03, AN-MY LÊ, 29 Palms, Night Operations IV


2003-04, AN-MY LÊ, 29 Palms, Security and Stabilization Operations, Graffiti I

 
<Palms 29> 시리즈 중 <Graffiti 그래피티> 작품에서는 “좋은 사담(후세인)”이라는 글자와 더불어 가짜 아랍어가 가벽 위에 쓰여져 있다. 작가 자신은 이를 군사 미학(military sublime)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웃지 못할 유머 역시 작가의 작품에 간간이 포함돼 있다. 군사전략에 있어서의 모든 것, 이를테면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하는지, 무기를 어떻게 배치하는지 등이 안 마이 레에게는 매혹적이었다. 실제 본인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사람과 배경에 관해 항상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작가가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할 때, 사진을 찍고자 하는 주제로부터 얼마나 뒤로 물러설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원하는 긴장을 전달하는 범위에서 어디까지 뒤로 물러나서 사진을 만들 수 있는지, 실제로 작가는 자신의 사진을 찍을 때 있어 최대한 물러나 있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 전쟁을 찍지 않기 때문에 사진들에 연극적 요소가 있다. 그래서 한 발짝 떨어져서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전쟁을 바라보며 관객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그녀의 접근법이 어찌 보면 더 말이 된다. 하지만 때로 관객은 사진들 속 자연의 아름다움에 지나치게 매료되기도 한다.

“전쟁은 아름다울 수 있다. 완전히 끔찍하지만 동시에 매우 아름다울 때가 있다.” 작가 인터뷰 중 “나는 실제로 참전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실은 그건 자연에 대한 경험이다. (전쟁에서) 그곳의 자연을 이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캠프를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하는지 잘 알아야 한다. 특히 베트남전에서 지형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고전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지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전쟁은 (자연의 시간으로 볼 때) 5퍼센트 정도 일어난다. 전쟁은 가끔 일어나 는 자연과의 교섭이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그 아름다운 자연을 내 작품에 포함 시키고 싶었다. 뉴스에 보도되는 스타일의 사진을 찍는 것에는 나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 사진들은 보는 즉시 전쟁을 비난하게 된다. 나는 전쟁의 개념에 대해 좀 더 복잡하고 도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기를 원했다” (아트21과 인터뷰에서)


 


 
시리즈 4. <Events Ashore>(2005-14)

<events Ashore> 시리즈는 작가가 미 해군의 배 위에서 촬영한 것이다. 미 해군이 전 세계 7대륙을 다니며 평화 훈련을 하는 사진들이다. 배는 카리브해의 나라들, 아프리카와 남극을 오간다. 그렇지만 작가의 관심은 그 배가 어디에 가는지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작가는 미 군함이 애초에 왜 그렇게 다녀야 하는지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사진을 보면 미 군함이 다니는 이유 대다수는 의료물품 전달이나 과학적 탐사 등 좋은 뜻에서 하는 미션이지만, 그래도 그 규모와 진정성, 세계 정치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군사적 힘을 과시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2010, AN-MY LÊ, Events, Ashore Manning the Rail, USS Tortuga, Java-Sea


2011, AN-MY LÊ, Events Ashore Sailors on-Liberty from-USS Prebble, Bamboo 2 Bar, Da Nang, Vietnam

 


 
시리즈 5. <Silent Generals>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진행 중인 안 마이 레의 다른 컬러사진 시리즈이자 비교적 최근작인 <Silent Generals>은 2016년 이후 크고 작은 미국 내의 정치분쟁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그녀의 흑백 사진들이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고, 지역적, 시간적으로 특수한 장면을 다루지만, 이 프로젝트는 현대 사회 속에 각종 갈등의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담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6년부터 이 시리즈가 시작됐는데, 이 시기는 미국 내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였다. 사진에서 보이듯 멕시코와 텍사스 국경, 인종 갈등, 총기 규제 문제, 낙태, 기후문제 등 미국 내의 뜨거운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이 나열돼 있다.


 

Installation view of An-My Lê, Between Two Rivers,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November 5, 2023–March 9, 2024. Photo Jonathan Dorado

 


 
시리즈 6. <Fourteen Views 14개의 시선>

<Fourteen Views 14개의 시선>시리즈에서 작가는 3미터 높이의 좁고 긴 사진 14개를 나열했다. 작가가 살았던 베트남과 프랑스, 미국의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세로로 찍은 14컷의 사진들을 이어지듯 나열했다. 마치 작가의, 혹은 관객의 어떤 전원적인 추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긴장의 요소들이 있다. 이를테면, 베트남의 아름다운 폭포가 있는 서정적인 사진에 작가가 의도적으로 정찰 위성 드론을 디지털로 합성하는 식이다. 작가는 <Palms 29>에서의 전쟁 훈련을 촬영하던 중 상공에서의 헬기 작전, 지상에서는 360° 전방위에서 벌어지는 작전의 경험을 기반으로 이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360도 원형의 설치작업을 생각했다가, 로버트 아담스의 세로 풍경사진 시리즈인 <Listening to the River>1994)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금과 같은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풍경사진의 수평선이 이어지고 반복적인 패턴의 자연이 보여지며 모양과 질감, 톤이 연결되는 설치 작품이다. 베트남 강의 한 보트에서 시작되어 미국 남부의 루이지애나 늪에서 끝나게 된다. 베트남의 가장 아름다운 폭포인 반족 폭포, 베트남의 홍강 삼각주, 프랑스 파리의 샤또 데 생클로드가 포함돼 있다. 파리는 작가가 유년 시절 살았던 곳이기도 하고,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며, 이 파리의 정원은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가 으젠느 앗제가 1900년대 사진을 찍었던 곳이기도 하다. 각각의 패널 사이에는 이런 식으로 개인적 스토리와 역사의 무게, 폭력과 식민지화의 개념들이 연결돼 있다.


 

2018, AN-MY LÊ, Silent General, High School Students Protesting Gun-Violence Washington Square Park, New York City


2019, AN-MY LÊ, Silent General, Mexican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Officer, Presidio-Ojinaga International Bridge, Ojinaga, Mexico


전쟁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자연의 시간에서 보면 5% 정도 전쟁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굳이 그것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지금도 전쟁 속에서 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3년째 지속 중이고,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도 한창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가짜뉴스와 가짜 이미지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소셜 미디어와 신뢰성 있는 뉴스 사이의 경계도 이제 혼란스럽다. 또한 현대 사회의 진짜 전쟁은 무역장벽이나, 진보와 보수의 갈등, 인종 갈등, 빈부격차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 나타난다. 이처럼 다층적이고 복잡한 전쟁의 문제를 다루기는 애초에 불가능할 것이다. 전쟁의 화마로부터 사람과 건물과 자연이 회복되는 데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안 마이 레는 관객에게 다양한 접근을 통해 전쟁의 복잡한 특징들을 조금은 떨어져서 포괄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글 박세리 특파원
해당 기사는 2024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