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획기사 ⦁ ⦁ 컨페션 투 디 어 스 Confession to the Earth |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지구를 위한 고백



 
기후위기, 더 나아가 기후붕괴의 시대에 놓여 있는 지금. 사진은 우리 현실을 적나라하게 직면할 수 있게 하는 매체다. 20년 전에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원제: The day after Tomorrow)>는 기후학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SF영화로 개봉 당시에는 언젠가 다가올 미래를 과장해서 보여주는 한 편의 픽션 영화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이상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기온과 해수면 상승,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을 경험하면서, 최근 이 영화를 인용하며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을 먹고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시는 우리에게 해수면 상승으로 집이 물에 잠겨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당장 직면한 일이 아니기에 지구 반대편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끓는 물에 빠진 개구리는 바로 뛰어나오지만, 서서히 끓는 물 속에 있던 개구리는 물이 끓기 시작해도 그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처럼 서서히 끓어 올라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가까워지고 있는 우리 지구의 단면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있다.

 

THE DAY MAY BREAK, Najin and people in fog, Kenya, 2020 ©Nick Brandt

 
중구문화재단(사장 조세현)은 세계적인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사진을 통해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CCPP(Climate Change Photo Project)’를 기획했다. 2024년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신당 재개관 기념 특별전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4.18.~9.8.)에 참여한 국내외 사진가 5인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를 통해 기후붕괴로 인해 재난 상황에 직면한 전 세계 각 지역과 기후난민과 환경에 관한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실천하게 하는 힘을 사진으로 이끌어 나가고자 기획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화재와 야생동물 밀매로 구호가 필요한 동물들,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 개발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탐욕으로 점철된 현장의 사진을 전시했다. 전시 타이틀, <컨페션 투 디 어스>는 환경을 저버린 우리의 무관심과 무감각에 대한 진솔한 고백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 전시를 통해 성찰과 새로운 희망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닉 브랜트 Nick Brandt

닉 브랜트(Nick Brandt, 1966, 영국)는 가뭄이나 재해 등으로 일상이 산산이 부서져 심각한 피해를 본 사람과 동물의 초상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브랜트는 영국 런던세인트마틴 스쿨에서 회화와 영화를 전공하고 1992년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마이클 잭슨의 <Earth Song>, <Stranger in Moscow>, <One More Chance>와 같은 뮤직비디오 촬영하면서 세계적인 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 사진 작업은 1995년 <Earth Song>을 촬영하러 간 탄자니아에서 아프리카의 대륙과 동물들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을 갖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라져가는 아프리카의 웅장한 자연을 기념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2001년부터 시작되어 첫 사진집『On This Earth』를 2005년에 출간했다. 이후 작품 <A Shadow Falls>, <Across the Ravaged Land>, <The Petrified>, <Inherit the Dust>, <This Empty World>, <The Day May Break>, <SINK / RISE>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 사람, 동물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THE DAY MAY BREAK , Alice, Stanley and Najin, Kenya, 2020 ©Nick Brandt


THE DAY MAY BREAK, Regina, Jack, Levi and Diesel, Zimbabwe, 2020 ©Nick Brandt

 
<생존의 나날(The Day May Break)>은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 영향으로 고통받는 야생동물과 기후난민의 무기력한 표정으로 그들이 처한 엄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SINK / RISE>는 우리가 사는 초록별이 훼손되어 점점 사라져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피지 섬 원주민을 촬영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게 되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원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섬 연안의 바다 속에서 수중 촬영을 한 사진이다.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난민의 물에 잠긴 드라마틱한 이미지의 인물사진과 인간과 동물과 황폐한 자연을 어두운 공간에서 마주하게 된다. 작품의 웅장하면서도 비장한 아름다움을 엄숙한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한 섬세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짐바브웨, 케냐, 볼리비아, 피지 등에서 심각한 기후 붕괴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이들의 국가는 정작 기후 파괴에 가장 책임이 적은 지역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랜트는 아프리카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빅라이프 재단을 공동 설립해서 운영하며 지속적인 환경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SINK RISE, Petero by Cliff, Fiji, 2023 ©Nick Brandt


SINK RISE, Ben and his father Viti, Fiji, 2023 ©Nick Brandt


SINK RISE, Onnie and Keanan on Seesaw, Fiji, 2023 ©Nick Brandt

 


 
맨디 바커 Mandy Barker

맨디 바커(Mandy Barker, 1964, 영국)의 <바다를 뒤덮은 존재(What Lies Beneath)> 전시는 닉 브랜트의 어두운 전시장을 지나면 만나는 통로를 관통하는 공간에서부터 시작된다. 15년 전 사진을 시작하기 이전에 디자이너였던 바커는 버려진 플라스틱을 어두운 배경에 컬러풀하게 표현했다. 통로를 지나가려면 작품에 바짝 다가서게 되는데,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품 속 오브제는 우리 주변의 흔한 비닐, 축구공, 장난감과 같은 해양 쓰레기라는 사실에 더욱 놀라게 된다.

바다를 뒤덮은 존재들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표현한 사진은 <Hong Kong Soup> 시리즈인데 이 작품을 전시한 통로를 지나면 버려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새를 촬영한 <Still(FFS)>와 2014년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진행했던 <Penalty> 시리즈 등의 전시로 이어진다.


 

STILL(FFS)-SKY ©Mandy Barker

 
<Still(FFS)> 시리즈는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있는 로드하우 섬의 버려진 플라스틱을 많이 먹어 죽은 붉은발슴새의 사체를 촬영했다. 작가는 배를 갈라놓을 수도 있지만 참혹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면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싶어하지 않았을 거라며 아름다운 이미지에 감탄하며 관련 QR코드를 찍었을 때 환경오염 사태와 현실을 절감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아름다운 섬을 배경으로 발슴새의 안타까운 죽음을 극적으로 대비해서 그 모순을 드러내고자 했다.

<Penalty> 시리즈 역시 “해변에 버려진 축구공을 보내달라”는 작가의 SNS 게시물이 공유되면서 4개월 만에 89명이 41개국, 144개 해변에서 보내온 769개의 버려진 축구공을 직접 촬영한 작품이다. <유통기한(Shelf-life)> 사진의 얼핏 꽃처럼 보이는 오브제는 2019년 핸더스라는 남태평양의 영국령 무인도에서 수거한 쓰레기로 일부가 불에 탄 비닐이다. 이 섬은 대륙에서 5,000km 떨어진 아무도 살지 않는 오지지만, 2018년 세계에서 가장 플라스틱 오염이 심한 해변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모여든 플라스틱의 25개의 국가에서 온 것들이다. 생태, 기후, 환경오염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협력을 통해 촬영했고, 과학자들은 그 연구 결과를 학술지 등에 발표했다.


 


 
바커는 자신의 사진을 과학의 비주얼한 ‘목소리(화법)’라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예쁜 쓰레기’들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화법”이라고 표현했다.

“일종의 화법이랄까요. 영국 해변에는 분명 플라스틱이랑 쓰레기들이 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예쁘고 다채롭고 화려하게 표현했죠. 그제야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가 보고서야 그것이 쓰레기, 버려진 플라스틱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기억에 남겨 환경문제를 인식시키는 화법이죠.”

바커는 자신의 사진을 본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 소비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을 가지고 생활 중 아주 작더라도 무언가를 바꾸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HKS transform ©Mandy Barker


PENALTY EUROPE ©Mandy Barker

 


 
이대성 Lee Daesung

이대성(Lee Daesung, 1975, 한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국 사진가이다. 2010년 이후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 첫 작업인 <사라지는 섬의 해변에서>를 통해 2013년 세계사진협회(WPO)가 주관하는 소니 월드 포토 그래피 어워드를 한국인 최초 수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미래의 고고학>으로 같은 상을 받았으며 기후변화에 관한 그의 두 시리즈는 뉴요커, 워싱턴 포스트, GEO, 르 몽드 등 세계적인 매체에 소개되었다.

<미래의 고고학(Futuristic Archaeology)>은 몽골의 사막화와 기후난민의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사막화로 변화된 장소에 이전의 초원을 보여주는 사진을 설치해서 박물관의 전시공간처럼 구현한 후, 실제 몽골의 유목민과 그들의 가축을 함께 촬영한 사진이다. 배경이 사막이면 그 사진 속 사진은 과거의 초원을 풍경으로 하고, 반대로 배경이 초원이면 미래의 사막화가 된 풍경이 사진 속의 사진으로 구성했다. 광활한 초원의 중앙에 놓인 사막의 풍경 속 사진을 향해 몽골인 가족이 차례로 걸어가고 있는 사진은 현재진행형으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과 머지않은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의미심장하다.


 

Futuristic Archaeology 01 ©LEE Daesung


Futuristic Archaeology 02 ©LEE Daesung


Futuristic Archaeology 03 ©LEE Daesung

 


 
<사라져가는 해변에서(On the Shore of a Vanishing Island)> 시리즈는 인도의 고라마라 섬(Ghoramara lsland)에서 비극적이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섬 주민들의 초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벵골만 삼각주에 위치한 이 작은 섬은 1960년대 이후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며 이 섬의 해안은 끊임없이 바다로 휩쓸려, 1980년대 이후부터는 침식의 영향으로 섬의 50% 이상이 물에 잠겼다. 이에 주민의 반 이상은 섬을 떠나게 되었고, 아직도 여전히 섬에 머무는 주민 중의 상당수는 섬의 자원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는 농부와 어부들뿐이다. 인도 정부는 이미 20~25년 안에 이 섬을 폐쇄하고 주민들을 사가르 섬으로 대피시키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주민들에게 재정적 지원이나 보장이 마련되지 않았다. 언젠가 이들이 모두 자신들의 터전인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날이 온다면 이 섬은 아마 그들의 기억과 이 사진으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기후난민에 초점을 맞춰 작업한 이유를 우리의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결국 닥칠 일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었으며, 기후난민의 문제는 환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정치까지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Ghoramara 04 ©LEE Daesung


Ghoramara 01 ©LEE Daesung

 


 
톰 헤겐 Tom Hegen

독일의 사진가 톰 헤겐(Tom Hegen, 1991, 독일)은 <인류가 빚어낸 추상(Human Impact through Abstraction)>을 통해 마치 한 편의 추상화 같은 사진을 선보였다. 헤겐은 독일과 영국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2014년부터 직접 만든 ‘쿼드콥터’를 이용해 항공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독일 뮌헨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세계 각 지역의 촬영 상황과 주제에 따라 열기구, 비행기, 헬리콥터 등을 두루 활용하여 작업하고 있다. 유럽, 미국, 멕시코, 칠레 등 세계 각지에서 촬영한 작품은 가상의 공간이 아닌 실제 우리 곁에 존재하는 장소들로 지구 표면에 남겨진 인간의 다양한 흔적이다. 산을 뚫고 자원을 채굴하면서 훼손한 지구 표면의 생채기를 인공적인 패턴과 선,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시각적인 언어로 치환된 이미지로 표현했다.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변화한 풍경을 추상적인 작품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자연에 끼친 인간의 막대한 영향력을 부각하고 있다. 헤겐의 작업은 인류세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1만 년 전 신석기 시대 이후부터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거대한 욕망으로 인해 지구에 남긴 발자취와 흔적을 포착한 그의 항공사진은 우리의 시각을 현실의 공간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이미지화하여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N°TGMSIR05 ©Tom Hegen

 


 
헤겐은 최종 결과물을 얻기까지 작업 과정 중에 아주 많은 사전 작업이 이뤄진다면서 주제에 대해 방대한 리서치를 하고 적절한 장소와 좋은 타이밍을 면밀하게 계획한다. 촬영 전에 풍경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미리 고해상도의 인공위성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직접 전시 개막식과 작가와의 대화에 참여하며 자신의 작업에 대해 직접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제고되기를 바란다. 인간이 자연에 어떻게 개입하는지, 또 자연과 끊어진 연결성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 이러한 문제를 생각했으면 한다. 자원을 사용한 후 쓰레기의 문제를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는 자연과의 관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고를 전환해서 우리가 사는 집, 조명…. 이 모든것이 지구로부터 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N°TCMSII17 ©Tom Hegen


N°TGES05 ©Tom Hegen

 

 

잉마르 비욘 놀팅 Ingmar Björn Nolting

잉마르 비욘 놀팅(Ingmar Björn Nolting, 1995, 독일)은 독일 라이프치히를 베이스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사진가이다. 도르트문트 응용과학예술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독일 laif 에이전시 소속 회원으로 그의 작품은 뉴욕타임즈, 타임 매거진, 워싱턴 포스트, 르몽드, GEO, 가디언, ZEIT 등 세계적인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 놀팅은 독일의 작은 탄광 마을 뤼체라트의 시위현장을 기록한 <강제퇴거(Eviction)> 시리즈를 전시했다. 이 작업은 개발하려는 이들과 개발을 막으려는 이들의 긴박한 현장과 기후정책을 둘러싼 갈등의 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2020년부터 환경운동가들은 뤼체라트에 매장되어 있는 수백만 톤의 갈탄을 채굴하려는 에너지 회사에 반대 시위를 하며 주민들의 이주를 반대하고 있다. 러시
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수입이 막혀 석탄 사용량이 현저히 늘자 뤼체라트는 갈탄을 채굴할 최후의 장소로 꼽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주민들은 2006년부터 보상금을 받고 이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강제퇴거 직전까지 마을에 남아있던 농부가 여전히 남아있었고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에너지 회사에 대한 시위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작은 탄광 마을은 기후위기에 대항하는 전투의 상징이 되었다.


 

Eviction 02 ©Ingmar Björn Nolting

 
2020년 독일 정부는 늦어도 2038년까지 석탄을 이용한 개발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가스 부족, 그리고 에너지 위기로 인해 기존 정책의 변수가 생겼다. 정부는 시급한 전력 생산을 위해 일시적으로 석탄에 더 큰 비중을 두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정치인들은 환경운동가들이 점유 중인 뤼체라트 마을의 석탄 채굴을 허용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현재 뤼체라트가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매년 약 2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으며, 배출량 중 22%는 레니쉬 갈탄에서 비롯된다. 뤼체라트 갈탄 채굴 사업은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협력하기로 파리기후협정에서 약속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 1.5°C 목표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채굴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의 결정이 오로지 이익을 위한 탐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의 탈석탄을 앞당겨 완료하고 또 다른 탄광 확장 예정 지역을 포기한다는 조건으로 정부와 에너지 회사의 합의가 채굴의 명분이 됐다. 여러 단체와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점령하고 있던 시위대에 대한 강제 해산이 결정된 것이다.

놀팅의 <강제퇴거(Eviction)> 시리즈는 작은 시골 마을이 유토피아적 꿈의 장소에서 에너지 회사의 요새로 변해가는 일련의 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후추 스프레이와 진압봉, 물대포를 이용한 극한 대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석탄 채굴은 미래 세대에 대한 배신이라 외치며 대규모 시위가 펼쳐졌고 경찰과 활동가들은 끊임없이 충돌했다. 이 지역은 지구 기온 상승 저지선 1.5°C를 지키기 위한 상징적인 공간이 되어 전 세계 환경운동가들이 모여들었고 그 치열한 낮과 밤이 생생하게 기록되었다.


 

 

Eviction 07 ©Ingmar Björn Nolting


Eviction 08 ©Ingmar Björn Nolting

 
전 세계의 대륙과 바다에서 그리고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의 단면을 5명의 사진가의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전시한 작품은 모두 아름답지만 정작 그 안에는 비극적이고 너무나도 위태로운 우리의 현실이 드러나 있다. 세계적인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사진을 매개로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긴 발걸음의 첫 시작으로 마련된 전시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의 메시지는 너무나도 강력하다. 지구를 향한 이 고백이 푸른 별 지구에서 다시 살아가기 위한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진을 감상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라고 이야기한다.

 
글 박민경 선임기자 
해당기사는 2024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