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넘 사진작가展 《너 나 우리》 ‘Relationship’ 관계에 관하여


 

영국 / England, 1982 ⓒChris Steele-Perkins/Magnum Photos/Europhotos


전쟁 고아들의 축구 / Villa Savoia, Rome, ITALY, 1948 ⓒDavid Seymour/Magnum Photos/Europhotos

 
너 나 우리》(주최·주관: 화성시, 화성시문화재단, 월간「사진예술」)는 ‘Relationship’ 즉 ‘관계’에 관한 전시이며 관계는 사람들 간의 연결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 간의 연관도 포함한다. 이 전시는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 에이전시인 매그넘(Magnum Photos) 사진작가 전시로 제부도아트파크(6.2~6.25)에서 열 점의 작품으로 예비전시, 동탄복합문화센터(6.30~8.20)에서 서른 점의 작품으로 본전시가 개최된다. 참여작가는 네 명의 매그넘 창립자 가운데 한 명인 데이비드 세이무어(David Seymour)를 비롯하여 한국전쟁을 기록한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 세계사진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엘리엇 어윗(Elliot Erwitt)와 이브 아놀드(Eve Arnold), 현대사진의 족적을 남긴 거장 마틴 파(Martin Parr) 까지 25인이다.

매그넘 사진작가들은 동료 사진작가들을 ‘위대한 사진작가(great photographer)’라고 지칭한다. 사실, 그들은 스스로 위대한 사진작가라고 자임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진 분야에서 정상을 달리고 있는 사진작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매그넘의 멤버이기 때문이다.

1947년, 전쟁 사진의 전설 로버트 카파(Robert Capa)와 ‘결정적 순간’ 사진 미학으로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등 네 명이 매그넘을 창립했다. 매그넘의 임무는 본질적으로 신뢰하고자 노력하는 진보적이고 도덕적인 보편성의 도상 기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매그넘은 기록의 도덕적 힘에 헌신하고 있다. 매그넘의 사진은 타자 간의 거리, 들리는 비명소리와 들리지 않는 비명소리의 거리, 도움을 받은 손과 도움을 받지 못한 손의 거리를 기록해 오고 있다. 매그넘은 지난 70여 년에 걸쳐 세계 역사의 주요 양상을 목격하고 세상의 위대한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며 뜨거운 인간애를 시각적으로 증언해 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돋보이는 점은 작가들이 선호하는 사진재료에 인화 및 프린트된 작품을 매그넘 파리에서 공수해 왔다는 것이다. 작품의 물질성은 작품 표현과 감상에 절대적이다. 그래서 사진작가들은 작품재료에서부터 차별성을 지향한다. 이를테면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인 이정진은 한지에 프린트하여 그만의 독득한 프린트 질감을 추구하고 있다. 매그넘 사진작가들의 작품은 사진톤 재현이 탁월하며 영구보존이 가능한 아날로그 인화지인 파이버베이스에 인화된 작품부터 색재현이 뛰어난 디지털 프린트물인 슈퍼 글로시까지, 다양한 작품재료를 선보여 전시장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너 나 우리》는 매그넘 사진작가들이 사진으로 담은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둘러싼 관계를 보여주는 사진을 통해 우리의 삶의 핵심이고 보편적인 주제인 너, 나, 우리의 관계를 다섯 가지의 카테고리로 조명한다.


 


가족애
인간 간 상관관계는 가족 관계, 친구나 동료 관계, 연인 관계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상호 의존성과 상호작용에 기반을 둔다. 특히 부모와 자녀의 사랑, 노년 부부의 사랑 등 가족의 사랑은 강한 유대감과 결속력을 갖고 있어 우리를 지탱하는 뿌리로써 삶의 든든한 힘이 되어준다.

크리스 스틸-퍼킨스(Chris Steele-Perkins)의 영국의 일상적인 가정의 휴식을 그린 작품은 가족 구성원 간의 감정과 연결성을 나타내며, 가족 관계에서의 사랑과 애정과 여유로움이 엿보인다(p.82). 아들과 축구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는 돌봄과 애정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엄마와 그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들의 모습에서는 배려와 휴식의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가족 간의 애정, 관심, 지지, 배려, 우애 등은 개인의 자아 존중감과 안정감을 주고 자아발전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인간 상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근간이라고 볼 수 있다.

래리 토웰(Larry Towell)은 어린 남동생을 안고서 강물을 가로지르는 누나를 촬영하였다. 물을 두려워하는 어린 동생이 강물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누나가 현장 교육을 시키는 장면이다. 누나도 어린 나이지만 동생을 대하는 따뜻한 사랑이 전해진다. 전시작들은 가족의 사랑이 느껴지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에펠탑 100주년. 프랑스 파리 / Eiffel tower 100th anniversary. Paris, France, 1989 ⓒElliott Erwitt/Magnum Photos/Europhotos

 
우정
우정은 친구 사이나 가까운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우정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을 바탕으로 형성되며, 양쪽 모두에게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나타낸다. 우정은 단순히 함께 있는 시간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것 이상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것을 의미하며 행복과 기쁨을 공유하고, 어려움과 슬픔을 함께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매그넘의 공동창립자인 데이비드 세이무어는 1947년부터 수년간 유럽 전후의 혼란상을 기록하였다. 특히 그가 유네스코의 요청으로 유럽 각국의 어린이를 촬영한 사진은 양적으로도 방대하거니와 질적으로도 탁월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의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전쟁의 아픔을 기록하는 것으로 특히 부상이나 고아가 된 아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진은 전쟁고아들이 축구 하는 장면인데, 목발을 짚거나 한쪽 발로 선 채로 축구를 하는 아이도 있다(p.83). 좋은 우정이 어려운 시기에 서로를 지지하고 위로하며,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함을 보여준다.

교양있고 겸손하며 잘 익은 포도주와 맛 나는 음식을좋아했던 데이비드 세이무어는 조용한 감성, 재해의 고통에 대한 인식과 타자의 인간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사진작업에 임했다. 마치 무감각의 세계에 휴머니즘의 질서를 복원이라도 할 듯이. “세이무어는 의사가 가방에서 청진기를 꺼내듯이 카메라를 들었다”라고 또 다른 공동창립자인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말했다. 불행히도 그는 1956년 수에즈 전선을 취재하다가 이집트군의 기총 소사에 맞고 최후를 맞았다.

길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는 우리에게 언제나 큰 의지가 된다.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성 노동자를 촬영한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의 사진은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면 고난과 역경도 헤쳐나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연인
연인은 감정적, 육체적, 성적 친밀함을 포함하는 파트너십이다. 로맨틱한 관계로 캐주얼한 데이트에서 결혼 또는 동반자와 같은 관계를 일컫는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저서 「Die Kunst des Liebens(The Art of Loving)」(1956)에서 사랑을 단순히 로맨틱한 감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상호의존성, 존중, 신뢰, 책임, 헌신 등을 기반으로 하는 복잡하고 깊은 관계로 정의한다.

에리히 프롬의 「Die Kunst des Liebens」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 엘리엇 어윗(Elliot Erwitt)이 에펠탑 옆의 연인을 촬영한 사진이 아닐까 싶다(p.84). 이 작품은 연인이 서로 가까이 다가서고자 우산을 살짝 접고 포옹하는 장면을 실루엣(노출 부족으로 윤곽의 안을 검게 하는 촬영기법)으로 표현했다.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더욱 상상하게 만들며 연인이 곧 사랑의 키스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우산을 쓴 남성이 장난기가 동하여 에펠탑을 가로지르며 점프하고 있다. 그 남성의 행동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엘리엇 어윗이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이야 말로 큰 성공이다. 어려운 일이기에 더 보람을 느낀다”라고 자주 언급했듯이, 그는 작품에 유머와 위트 그리고 해학성을 강조하였다. 이 사진은 에펠탑 광장이 사랑이 넘치는, 사랑을 갈구하는 젊은이의 공간이 되도록 하였으며 사랑이 예술로서 향상될 수 있음을 주장한 에리히 프롬의 논의에 공감하게 만든다.


 
수국.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 Hydrangeas. Buenos Aires, Argentina, 1999 ⓒAlessandra Sanguinetti/Magnum Photos/Europhotos
 
인간과 자연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웰빙을 위해 자연환경에 의존한다. 알렉산드라 상기네티(Alessandra Sanguinetti)는 생활 주변에 있는 수국에 얼굴을 묻은 채 꽃향기를 맡는 소녀를 촬영했다(p.86). 이 작품에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무조차도 우리의 정신적, 감정적 웰빙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수많은 연구가 자연에서 시간을보내는 것이 인간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분을 개선하며 신체적 활동을 촉진한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반면, 산업화와 도시화는 인간이 자연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자연 자원의 개발, 산림 파괴, 오염 및 온실가스 배출은 생태계와 지구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행위는 서식지 파괴, 생물 다양성의 상실, 기후 변화 및 기타 환경 문제를 초래했다. 이안 베리(Ian Berry)는 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자가 보안요원들에게 끌려가기 전 벌목될 나무에 입맞춤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주는 전시작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필요와 자연 보전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을 생각하게 한다.


 

 

민병대를 위한 말 훈련. 중국 내몽고 / Horse training for the militia. Inner Mongolia, China, 1979 ⓒEve Arnold/Magnum Photos/Europhotos

 
인간과 동물
인간과 동물은 오랜 세월 함께 공존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왔다. 동물들은 동반자로서 역할을 하며 일과 교통에 도움을 준다. 특히 동반자로서 역할은 인간과 동물 관계의 기본적인 측면 중 하나이다. 이브 아놀드(Eve Arnold)가 말을 훈련 시킨 후에, 초원에서 말과 함께 누워 휴식하는 민병대원을 촬영한 사진에서 말을 향한 무한 사랑과 깊은 감정적인 유대가 전해진다(p.88).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보여주는 다른 전시 작품들에서 인간과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표현한 작품이 많다. 반려동물과 나누는 교감은 우리에게 친밀하고 아주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데이비드 헌(David Hun)은 애완견들과 달콤한 낮잠에 빠진 여성을 찍었다. 이 작품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며 그들과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을 증명한다. 개,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은 수천 년 동안 길들여져 인간 사회와 가정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으며 인간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 충성심을 통해 사람에게 위로와 지지를 보낸다. 인간과 동물이 감정을 공유하며 소통할 때 인간과 동물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감각적 경험을 토대로 인간과 동물의 내밀한 관계 속에서 공감대는 언어 이상의 감정으로 각인된다.


 



바다가 보이는 제부도 아트파크 《너 나 우리》 예비전시 전시장 전경


우리는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영향을 주며, 소통하고 협력하며, 갈등을 해결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사진이다. 전시 작품을 통해 인간의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의 행위를 보면서 상관관계가 개인의 삶과 행복에 절대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OECD 회원국의 자살률을 비교한 ‘한국 안전보고서 2022’를 발표했는데,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1명으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이다. 사람이 자살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라 한다.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는 것은 감정적인 고통과 외로움을 야기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한 마리의 반려동물이라도 있다면, 사람은 자신이 이해받았다고 생각하게 되어 감정적인 고통과 외로움을 완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일상적인 관계의 소중함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이기명 ㈜유로포토 / 매그넘코리아 에이전트 대표
해당 기사는 2023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