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화 · 이가온 《이어지는 순간들》 룩인사이드 갤러리 | 2월 11일 ~ 3월 1일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물은 그 안에 시간을 켜켜이 쌓아두고, 때로는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불러낸다. 남겨진 물건들은 그러한 기억의 언어다. 정물은 일상의 흔적이며, 사랑과 상실, 감각과 시간이 겹쳐진 풍경이다. 사진 속 사물들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다. 그것들은 우리 내면 깊은 곳의 숨결이자, 말로 다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의 잔향이다.

 

사진을 찍는 순간, 이영화 작가는 자신이 잊지 않으려 하는 감정과 조용히 마주한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현재에 스며들며 새로운 울림을 만든다. 그래서 사진은 단지 기록이 아니라, 시간의 감촉을 붙들고자 하는 시도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사랑과 그리움은 이미지로 환기되며, 보는 이의 감각과 맞닿는다. 손때 묻은 일상과 유품은 우리 각자의 기억에 자리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2026년 2월, 룩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이영화 작가의 정물 사진 위에 9살 손녀 이가온의 손길이 더해지는 자리다. 이가온 작가는 사진 위에 스티커를 붙이고,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선과 색을 얹으며 사진 속 세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만든다. 아이의 손에서 태어난 선과 모양, 색들은 계산되지 않은 감각으로 번져 나가고, 사진 속 사물들은 새로운 이야기와 감정을 입는다.

 

이 작은 손길은 사진의 표면을 꾸미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건너가고, 시간이 어떻게 또 다른 감각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정물 사진 위에 덧붙여진 손녀의 흔적은 기억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사랑은 세대를 지나며 끊임없이 다른 형태로 살아난다는 것을 전한다.

 

“남겨진 정물, 이어지는 순간들”은 사물과 사진, 그리고 할머니와 손녀의 손길이 만나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내는 전시다. 이 자리가 세대를 넘어, 관객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영화 작가의 ‘남겨진 정물’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에피소드들로 차곡차곡 이어질 것이다. 각기 다른 순간과 감각이 다시 모여 새로운 서사를 탄생시키며, 우리의 기억과 감정이 또 다른 장면을 열어가는 지속적인 여정으로 확장될 것이다.

 


이가온-단추꽃이 피었어요


이영화-단추들


이가온-밤하늘의 작은별


이영화-호롱불


이가온-인형의 방


이영화-가위와 골무


이가온-쎄무핸드백


이영화-쎄무핸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