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P 50주년 기획전 《ICP at 50》



뉴욕에 있는 국제사진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이하 ICP)는 1974년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사진 전문 교육기관으로 공고한 자리매김을 해왔다.

센터의 설립자인 코넬 카파(Cornell Capa)는 전설적인 종군사진가이자 매그넘의 창립 멤버였던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동생이며 본인 또한 매그넘 작가였는데, 사진으로 사회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 아래 ICP를 세웠다.

ICP는 교육기관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 신진/중견 사진가들에게 수여하는 ICP Infinity Awards 등등 사진 활동의 전방위에 걸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리고 20만 점 이상의 작품을 보유한 별도의 컬렉션 수장고와 프린트 연구실(Print Study Room)을 운영하며, 시각 문화 연구자와 사진가를 위한 공간도 지원하고 있다.

2024년은 ICP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하기 위한 전시 《ICP at 50》(ICP, NY, USA | 1.26-5.6)가 열리고 있다. ICP 컬렉션을 처음으로 정리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9세기 사진 작품부터 2000년대 이후 컨템포러리 사진까지, 폭넓은 시대와 장르의 작품을 준비하여 사진 역사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본지에서는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과 작가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큐레이터 팀(Elisabeth Sherman, Sara Ickow, Haley Kane)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여 전시를 기획한 계기와 컬렉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Paul Mpagi Sepuya, Mirror Study (4R2A0884), 2016.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Purchase, with funds provided by the ICP Acquisitions Committee,
2017 (2017.21.2) Courtesy the artist, Bortolami, New York, DOCUMENT, Chicago,
Peter Kilchmann, Paris & Zurich, and Vielmetter Los Angeles


미국 태생의 폴 음파기 세푸야(Paul Mpagi Sepuya: 1982- )는 작가 자신과 대상과의 관계를 사진으로 풀어 가는 작업을 한다. 주로 인물과 누드 사진을 많이 찍으며, 전신뿐만 아니라 토르소, 팔이나 다리 등을 프레임 안에서 부분부분 잘라내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구성했다. (2016)는 거울 안에 비친 몸의 형상을 탐구한 시리즈다.

 

 

Gerda Taro, Republican militiawoman training on the beach, outside Barcelona,
1936.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Gift of Cornell and Edith Capa, 1986
(452.1986)


게르다 타로(Gerda Taro: 1910-1937)는 독일 태생으로 당시에는 드문 여성 종군 사진가였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여러 에이전시에 사진을 제공했고, 좌파 인민 전선 정부와 우파 반란군이 다툰 스페인 내전 취재에 뛰어들어 카메라를 들고 전쟁터를 누볐다. 바르셀로나 외곽에서 군사 훈련을 받는 좌파 인민전선의 여군을 찍은 사진은 잘 알려진 타로의 작품 중 하나이며, 이외에도 치열한 교전 현장에서 찍은 생생한 사진을 많이 남겼다. 타로는 무엇보다 로버트 카파의 동료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카파가 전설적인 전쟁 사진가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조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Weegee, Peter Bull as Russian Ambassador Alexi de Sadesky on the
set of “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Bequest of Wilma
Wilcox, 1993 (7553.1993) ⓒGetty Images /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밤의 사진가’라는 별명을 가진 위지(Weegee: 1899-1968)는 1910년대 중반부터 사진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암실 인화 작업 등을 하며 사진가의 조수로 일하다가, 192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위지의 트레이드 마크는 심야의 도시에서 벌어진 각종 사고 현장에서 강하게 터뜨린 플래시 자국인데, 강력 사건이 벌어진 현장임에도 플래시의 인공광 때문인지 사진 속 인물이 기묘하게 연극적으로 보였다. 그는 나중에 할리우드로 옮겨가 단역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위지가 미디어 촬영을 위해 쓰던 기법을 적용해 할리우드 배우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고든 파크스(Gordon Parks: 1912-2006)는 아프리카계 미국 사진가로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한 뒤, 흑인 최초의 『Life』 기자, 흑인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감독 등등의 타이틀을 남긴 작가다. 파크스의 이름을 알린 건 다른 무엇보다 인종차별에 맞선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삶을 찍은 사진이다. 특히 청소부 엘라 왓슨(Ella Watson)을 담은 는 그랜트 우드가 그린 동명의 작품을 재해석하며 많이 알려졌다. ICP 전시에는 『Life』에 포토에세이로 실렸던 중 하나로,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흑인의 삶을 이야기한 사진이 걸렸다.

 


ICP의 큐레이터는 달 궤도를 도는 나사(NASA)의 우주선이 찍은 이 사진을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사진의 사례로 들었다. 이미지 전체를 가로지르고 있는 수평 밴드는 이 사진이 광학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달에서 지구로 보내진 데이터 조각의 조합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천체 망원의 사진 또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광학적 과정을 거친 이미지가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없는 데이터 조각을 컴퓨터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Nikki S. Lee, The Yuppie Project (14), 1998.
Gift of Leslie Tonkonow and Klaus Ottmann,
2005 (2399.2005) ⓒNikki S. Lee


니키 S. 리(Nikki S. Lee: 1970- )는 한국 출신 사진작가로 지금은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뉴욕대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할 때, 평범한 미국인들의 다양한 삶으로 들어가 그들의 정체성을 기록하는 작업을 했다. 작가는 자기가 직접 한 명의 구성원이 되어 다양한 사회계층과 그들만이 가진 문화에 다가가면서, 미국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던 자신의 존재를 넘어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했다.

 

 

Robert Rauschenberg, Quiet House-Black
Mountain, 1949 (printed later).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Gift of Anne and Joel Ehrenkranz, 2009
(2009.78.5) ⓒRobert Rauschenberg Foundation


미국 작가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 1925-2008)는 회화, 콜라주, 사진과 멀티미디어 등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평생 실험적인 작업을 해 왔다. 은 라우센버그가 4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 사이에 찍은 사진 시리즈의 한 작품이다. 작가는 사진을 크롭하지 않고, 뷰파인더를 통해 본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고, 평소에 접하는 일상 속 풍경을 통해 구성과 형상, 질감에 관해 탐구했다.

 

 

Louise Lawler, I’ve Always Liked That Picture, 2005.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Purchase, with funds
provided by Anne Ehrenkranz and Gayle Greenhill, 2007
(2007.26.1) Courtesy the artist and Sprüth Magers


루이스 롤러(Louise Lawler: 1947- )는 1980년대부터 그녀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작품 스타일을 완성했는데, 미술관과 작품 수장고, 경매 사이트와 수집가의 개인적 공간 등등에 놓인 예술품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러면서 예술의 가치와 의미, 또 그 활용은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이 사진은 전시장 벽에 걸리기를 기다리는 작품들을 찍은 것이다. 롤러는 또한 자기 작품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문맥으로 집어넣어 재해석하고, 작품을 공간에 끼워 맞춘(“adjusted to fit”) 전시 방법을 선보였다.

 

 

Guanyu Xu, Worlds Within Worlds, 2019.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Purchase, with funds provided by the ICP
Acquisitions Committee, 2022 ⓒGuanyu Xu,
Courtesy Yancey Richardson, New York


뉴욕과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젊은 중국 작가 쉬관유(徐冠宇 Guanyu Xu: 1993- )의 (2019)의 이미지도 전시에 포함되었다. 그는 프로젝트에서 자기가 십대 시절 살았던 베이징의 집을 어지럽게 꾸민 뒤 사진을 찍었다. 프레임에 담긴 집은 셀 수 없이 많은 이미지로 뒤덮여 있는데, 공간을 가득 채운 사진은 작가가 몇 년 동안 찍은 자기와 친구들의 모습, 본인의 작품, 그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찍은 풍경과 가족사진이었다. 쉬관유는 실내를 에워싼 이미지들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을 병치하고 무너뜨리면서 사회적, 정치적인 억압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려 했다.2)

 


큐레이터 인터뷰

먼저 《ICP at 50》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전시를 기획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전시는 물론 ICP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준비한 자리다. 하지만 또한 ICP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사진 컬렉션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려는 목적도 있다. 전시는 대략의 연대를 따라 1840년대 작품부터 포토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사진, 일상 스냅, 과학과 패션 사진, 저항 정신을 표현한 포스터 작품과 컨템포러리 사진까지 포함하고 있다.

ICP 컬렉션은 초기의 사진 작품부터 NASA의 달 사진, 2000년대 이후 현대 사진까지 다양한 장르와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작품을 컬렉션하는 기준이 있다면?
코넬 카파가 ICP를 설립한 이유는 “사회 참여 사진(concerned photography)”을 보존하고 증진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카파는 포토저널리스트가 찍은 사진으로 세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작품을 “사회 참여사진”으로 정의했다. 이후 50년이 흐르는 동안, 사진 기술과 매체에 대한 이해는 계속해서 발전했고, 앞서 말한 정의 또한 확대되어 왔다. ICP는 여전히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진을 사명으로 삼고 있지만, 어떠한 종류의 (혹은 어떻게 만든) 이미지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훨씬 더 폭넓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모든 사진가가 시대적인 관심사를 반영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로버트 카파와 게르다 타로처럼 컬렉션의 주요 아카이브를 소개해 준다면?
ICP는 로버트 카파와 게르다 타로, 그리고 위지 등 여러 사진가의 아카이브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시에서 이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범주의 작업을 컬렉션하고 있는데, AIDS 활동가 그룹인 ACT UP과 그랜 퓨리(Gran Fury)의 그래픽 작품,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일상을 통해 역사를 기록한 사진 1,600여 점을 모은 다니엘 코윈(Daniel Cowin) 컬렉션이 있다.

이번 전시 중 한국 독자들에게 조금 더 소개해 주고 싶은 사진이 있다면 무엇일까?
먼저 달 궤도를 도는 나사(NASA) 우주선이 1966년에 찍은 달 표면의 이미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이 아름다운 사진은 달의 분화구 표면을 클로즈-업 하여 담은 것이다. 관객은 이미지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띠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이 데이터 조각들이 우주선에서 지구로 송신한 것임을 알려 준다. 나사의 이미지는 달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사진의 발전과 기술의 도약에 관한 결정적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기존의 전통적인 이미지는 인공지능이 몰고 올 거대한 변화의 벼랑 끝에 서 있는데, 그동안 사진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자기 경계를 확장해 온 방식을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와는 매우 다른, 루이스 롤러(Louise Lawler)의 (2005)도 흥미롭다. 롤러는 동시대 활동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개념 사진가(conceptual photographer) 중 한 명이며, 1970년대 픽처스 세대(the Pictures Generation)3)의 주요 작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업은 예술작품의 전시와 유통, 특히 수집가의 집과 경매 현장, 박물관 등지에서 돌아가는 체계를 폭로한다. 《ICP at 50》에서 선보인 롤러의 사진은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 중간에 찍은 것인데, 시트지에 덮인 상태로 벽에 기대 놓인 작품 두 점을 보여준다. 그중 왼쪽은 또 한 명의 중요한 개념 예술가인 브루스 노먼(Bruce Nauman)의 사진인데, 이번 전시에도 그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롤러의 사진은 (우리가 보는) 전시장의 작품이 어떻게, 그리고 어째서 그곳에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하며, 다른 예술가의 작업에 대한 존경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컬렉션 중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줄 수 있을까? 최근에는 한영수 작가의 서울 사진을 컬렉션한 것으로 알고 있다.
ICP는 여러 한국 작가와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한영수, 이민정, 권소원, Jean Shin, 니키 S. 리 등의 작품을 컬렉션 중이고, ICP 동문인 니키 S. 리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도 포함되었다.

미드저니나 Dall-E 같은 AI 이미지 생성 도구가 현실이 된 시대다. 오늘날 ‘순수한’ 사진, 다시 말해 빛이 카메라 렌즈를 거쳐 필름 혹은 CMOS에 정착하여 완성되는 사진과 작가의 손이나 기계 장치를 거치지 않은, 순수하게 ‘생성된’ 사진을 어떻게 달리 보아야 할까?
이번 전시는 기획자로서 사진 매체에 접근하는 방식을 제시하는데, 가능한 한 포괄적이며 발전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진이 발명된 이래, 예술가들은 계속하여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이를 활용하여 작품에 또 다른 의미를 더하려는 방법을 찾아 왔다. 그래서 사진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주요한 기술적 변화를 따라가면서, 사진가들이 어떻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고 탐구해 왔는지를 보려 했다. 디지털 사진과 컴퓨터로 만든(computer-generated) 이미지도 전시에 포함했는데, AI를 비롯한 최신 기술의 발전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이란 매체가 다큐멘터리나 저널리즘의 도구로 살아남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인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ICP가 사진 교육 기관으로 중점을 두는 것이 있다면?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는 예술가와 사진가들이 점점 더 많이 서로 간의 경계를 오가고 있으며, 작가를 둘러싼 세상과 시대적 관심사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결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ICP 컬렉션에 있는 대다수의 컨템포러리 작업은 단순히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다. ICP는 다큐멘터리와 비주얼 저널리즘, 크리에이티브 프랙티스(Creative Practice) 두 가지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과정에 참여한 사진가든 학교 전시에 참여하여 사진 매체 안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미술관에 걸리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자기 사진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1) Jean-baptiste Gauvin, “Arles Festival 2019: Helen Levitt as seen by Walter Moser”, 2019. 07. 04 (https://www.blind-magazine.com/news/arles-festival-2019-helen-levittas-seen-by-walter-moser/
2) Foam Talent 2020, (https://talent2020.foam.org/projects/temporarily-censored-home
3) 복제된 이미지들을 차용하여 작업하는, 1945년 이후에 출생한 젊은 세대의 미술가들을 일컫는다. - 김정아, <존 발데사리의 포스트 스튜디오 미술 연구: 미디어 이미지 차용 전략을 중심으로>, 2012. 08, p.5
 
글 최다운 사진에세이스트 
해당기사는 2024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