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작품만들기 3 | 셔터스피드



DSLR의 노출 시스템은 조리개, 셔터스피드, 감도(ISO)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휴대전화 카메라는 조리개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조리개는 개방으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셔터스피드와 감도(ISO) 두 가지만 신경 쓰면 된다. 휴대전화에서 웬 셔터스피드와 감도냐 하실 분도 더러 있을 터다. 자동 모드에서 셔터만 누르면 되는 줄 아는 사람이 태반이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휴대전화에서도 DSLR처럼 수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그 도구가 바로 프로(갤럭시), 전문가(아이폰) 모드다. (프로 모드를 찾고, 전문가 모드를 다운로드하는 법은 지난 호 노출 편 참고.) 이번 호는 노출 조절에 필수 요소인 셔터스피드와 감도(ISO) 중에서 셔터스피드를 활용하는 법을 우선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자료 1
갤럭시 프로 모드에는 ‘SPEED’로 표시되어 있으며 1/12000초에서 30초까지 조절할 수 있다.

자료 2
아이폰 전문가 모드에는 ‘Sec’로 표시되어 있으며 1/10000초에서 1초까지 조절할 수 있다. 흔히 빛이 풍부한 낮엔 사람의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고들 한다. 휴대전화가 결정해 주는 노출, 즉 최저 감도에 최고 셔터스피드 조합을 따르면 되니 그렇다.

그렇지만 사진에는 정답이 없듯, 스스로 노출을 결정해야 할 특별한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더구나 날이 어두워지거나, 어둑한 실내에서 사진 찍는 상황이라면 늘 사진가가 끼어들 여지가 많다. 이는 셔터스피드나 감도를 스스로 결정하여 자기 생각을 사진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여지다. 나아가 이 여지는 자신만의 사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진 1) 1/4300초 민들레


사진 2) 1/120 sec 버스 창


사진 1
민들레가 씨를 흩트리는 장면이다. 해가 바로 민들레 뒤에 있으니 강력한 역광이 렌즈에 와 닿는다. 휴대전화가 자동으로 설정한 셔터스피드는 1/10000초, ISO 50. 이 상황에서 해보다 갓털의 질감을 살리는 데 주목하여 셔터스피드를 1/4300초로 설정했다. 이로 인해 민들레 갓털(관모)이 실루엣이 되기보다 빛을 머금은 채 하늘로 날았다.

사진 2
버스 유리창에 맺힌 사람들의 그림자에 포커스를 맞춘 채, 버스 바깥 풍경에 노출이 맞게끔 셔터스피드를 1/120초로 설정했다. 버스가 달리는 상황이라 바깥 풍경은 버스 속도만큼 흘렀고, 사람 그림자는 1/120초만큼 흔들림 없이 고정되었다.


 

사진 3) 1/60초 단풍


사진 4) 1/25초 가을 숲

 
사진 3
온 바닥을 수놓은 단풍 앞에서 또 시간이 한 바퀴 돌아 이만큼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표현하려 휴대전화를 차 핸들 돌리듯이 하며 셔터를 눌렀다. 그 흔듦에 반응한 액정엔 딱 하나의 단풍에만 포커스가 맺혔으며 나머지 단풍들은 뱅글뱅글 돌고 있다. 재빨리 흔드는 상황에서 1/60초로 설정된 셔터스피드에 단풍들이 빙글빙글로 화답한 게다.

사진 4
흐린 날의 가을 숲에 들었다. 그다지 크지않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라 다소 옹색했다. 운치 있는 가을 분위기를 표현하려 휴대전화를 위아래로 흔들며 셔터를 눌렀다. 1/25초로 설정된 셔터스피드의 흔들림으로 가을 그림이 그려졌다.


 

 

사진 5) 8분의 1초 led 장미
 

사진 6) 1초 능소화


사진 5
도심의 밤을 밝히는 LED 조명과 마주하자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는 휴대전화를 지그재그로 흔들면서 찍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1/8초로 설정한 셔터스피드는 LED 조명 움직임까지 맺히게끔 했다. “김치”라는 음성 명령을 무수히 외치며 찍은 것 중 하나인 이 사진엔 무수한 음표가 맺혔다. (지그재그로 휴대전화를 흔들면서 셔터를 누르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음성명령으로 셔터를 작동시키는 게 제격이다.)


사진 6
능소화 흐드러진 고택의 골목에 빛 좋은 낮에 찾았건만, 외려 밤이 되도록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 골목을 오가는 수많은 인파 때문이었다. 밤이 되자 예상했던 대로 호젓한 골목이 되었다. 1초로 설정한 셔터스피드에 홀로 골목을 찾은 한 사람이 1초의 시간만큼 골목에 스며들었다.


 

사진 7) 3.2초 경복궁


사진 8) 10초 아파트 구름


사진 7
모처럼 개장한 밤의 궁궐은 인산인해였다. 궁궐 구경은 고사하고 사람에 치일 정도였다. 사람을 화면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처리해야 했다. 사람의 흔적을 적당히 남길 셔터스피드는 2초 남짓이었으나 3.2초로 설정했다. 2초는 바닥에 휴대전화가 고정된 시간, 나머지 1.2초는 카메라를 들고 일어설 시간이다. 바닥에 고정된 2초만큼 사람의 흔적은 흐려졌고, 휴대전화를 들고 일어선 1.2초의 시간만큼 빛이 흘렀다.

사진 8
밤하늘에 구름이 느릿느릿 흐르고 있었다. 셔터스피드를 10초로 설정했다. 10초 만큼의 시간 동안 구름 흐름을 담을 요량이었다. 카메라 렌즈가 하늘로 향하게 한 후, 휴대전화를 아파트 바닥에 둔 채 음성 명령으로 나지막이 “김치”를 외쳤다. 시간이 흐른 만큼 사진에서 구름이 흘렀다.

이렇듯 셔터스피드는 단순히 노출을 결정해 주는 시간이 아니다. 셔터스피드의 결정이 사진의 이야기가 이야기다울 수 있게 한다. 다만, 아이폰 전문가 모드엔 1초까지가 한계인 터라 다소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아이폰엔 야간 모드로 셔터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게끔 되어있다. 아이폰의 구체적인 야간 모드 촬영법과 갤럭시의 10초보다 더 긴 시간 촬영법을 다음 호에 소개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