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페이스 ⦁ ⦁ 김명점 《바다와 풍경 사이를 걷다. Busan 02》
- 2026-04-30 09:58:10

글 홍도경 기자
해당기사는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도시인 부산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해운대 바다 뒤로 펼쳐진 마린 시티의 빌딩숲이다. 부산은 자연과 도시의 장점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하지만 김명점이 생각하는 부산의 매력은 조금 다르다. 작가는 작업 노트를 대신하는 시 「청사포를 걷다」에서 부산을 ‘사람들이 사는 애환의 소리를 경청’하고 ‘아무런 말 없이 고단한 마음 품어주는’ 곳이라 표현한다. 《바다와 풍경 사이를 걷다. Busan 02》(9.9.~9.28. | 북청화첩)에서 부산의 또 다른 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소에도 걷는 것을 즐기는 편인가?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부산에 전시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도 힘들고 이것저것 준비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부산을 둘러보질 못했다. 전시를 마친 뒤에 아침 일찍 해운대 미포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사실 그전까지 개인적인 일로 바다를 무서워하고 바다 사진을 찍지도 못했다. 그런데 산에서 내려오면서 마주친 바다를 보고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에서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라는 문장이 떠오르면서 부산의 바다를 찍게 되었다. 《바다와 풍경 사이를 걷다, Busan》(24.11.2.~11.15.)으로 처음 사진을 선보이고, 이번에는 청사포를 배경으로 하는 두 번째 전시다.
해당기사는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도시인 부산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해운대 바다 뒤로 펼쳐진 마린 시티의 빌딩숲이다. 부산은 자연과 도시의 장점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하지만 김명점이 생각하는 부산의 매력은 조금 다르다. 작가는 작업 노트를 대신하는 시 「청사포를 걷다」에서 부산을 ‘사람들이 사는 애환의 소리를 경청’하고 ‘아무런 말 없이 고단한 마음 품어주는’ 곳이라 표현한다. 《바다와 풍경 사이를 걷다. Busan 02》(9.9.~9.28. | 북청화첩)에서 부산의 또 다른 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소에도 걷는 것을 즐기는 편인가?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부산에 전시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도 힘들고 이것저것 준비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부산을 둘러보질 못했다. 전시를 마친 뒤에 아침 일찍 해운대 미포 주변을 돌아다녔는데, 사실 그전까지 개인적인 일로 바다를 무서워하고 바다 사진을 찍지도 못했다. 그런데 산에서 내려오면서 마주친 바다를 보고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에서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라는 문장이 떠오르면서 부산의 바다를 찍게 되었다. 《바다와 풍경 사이를 걷다, Busan》(24.11.2.~11.15.)으로 처음 사진을 선보이고, 이번에는 청사포를 배경으로 하는 두 번째 전시다.



작가에게 부산과 바다는 어떤 의미인가?
고향이 남해라서 부산 자체가 친근하고 가까운 면이 있다. 부산은 전쟁 때 북한에서 이주한 사람들을 다 받아준 피난민의 역사가 녹아 있는 곳이다. 또 바다는 애환의 소리를 경청한다. 누구든 바다 앞에 서면 나를 돌아보고 속죄하게 되지 않는가. 정말 멀리 떨어진 바다 혹은 수평선이 그런 위안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부산처럼 사람과 어우러진 바다도 마찬가지라고 느꼈다. 그런 부산과 바다의 품어주는 마음들이 참 감사하다.
부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소가 아니라 청사포의 골목이나 변두리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다.
지난 전시에서는 풍경 위주의 작업을 선보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집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찍은 골목길의 풍경을 중심으로 한다. 청사포는 빌딩이나 아파트가 아닌 작은 집들이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텃밭을 가꾸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지금도 살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떠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는데 오랫동안 청사포를 지키면서 살았다는 사실에서 무엇인가를 수용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사진을 보면 동네와 바다, 또는 골목에 있는 집과 새로 들어선 고층 건물을 함께 찍은 구도가 많다. 화려한 해안가의 부산과 여전히 옛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부산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바다다. 김명점은 바다와 풍경 그 사이에 서서 외부인의 시선으로 부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부산 바다가 가지는 ‘수용’의 태도를 느끼며 자신에게 다가온 그간의 일들을 되돌아본다. 그 끝에 작가의 시선이 닿은 낡고 관심 받지 못하는 오브제들은 주변에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나무, 꽃과 한 프레임에 담긴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조화는 부산 바다의 포용력과 닮아있다.
평상이나 벽화, 버려진 탁자 등을 오브제로 촬영한 사진은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오브제가 작가를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평상을 처음 봤을 땐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쉬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누가 나에게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고, 좀 쉬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벽화는 어떻게 보면 누군가 자기 재능을 남긴 흔적이 아닌가? 그런 흔적에 빛이 바랜 느낌을 좋아한다. 거기에는 타인의 삶과 취향, 세월이 담겨있다. 저 벽을 처음 세울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읽어 나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끌린다.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것도 하나의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큰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우리 인간도 그 안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소하고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내게는 감동을 준다.
평상이나 벽화, 버려진 탁자 등을 오브제로 촬영한 사진은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오브제가 작가를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인가?
평상을 처음 봤을 땐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쉬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누가 나에게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고, 좀 쉬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벽화는 어떻게 보면 누군가 자기 재능을 남긴 흔적이 아닌가? 그런 흔적에 빛이 바랜 느낌을 좋아한다. 거기에는 타인의 삶과 취향, 세월이 담겨있다. 저 벽을 처음 세울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읽어 나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끌린다.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것도 하나의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큰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우리 인간도 그 안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소하고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내게는 감동을 준다.

궁극적으로 걷다가 마주친 풍경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
알게 모르게 사진에는 내 속사정이 들어가 있다. 굳이 사람들한테 말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사진을 스스로 다시 돌아보면서 ‘아, 이때는 이런 마음이었지. 또 한 단계 뛰어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남들은 내 마음을 모르니까 언제 부산을 이렇게 사랑했냐고 말해주는데 그게 또 다른 의미로 고맙기도 하다. 시가 주인을 떠나면 다른 사람이 해석하는 대로 읽히는 것처럼, 사진도 보는 사람 나름이다.
김명점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걷기’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걷다가 작업의 동기를 얻었고, 작업 방식으로도 걸으면서 사진 찍기를 택했다. 어떤 날은 해무가 끼고 아무리 걸어도 원하는 장면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인터뷰에서 “걸어 다니면서 내게 맞는 치유를 받았다.”라고 말한다. 운명처럼 다가오는 풍경을 만나기 위해 작가는 지금도 부산의 바다와 풍경 사이를 걷고 있을지 모른다.
김명점은 개인전 《바다와 풍경 사이를 걷다, Busan》(2024), 《은실이_봄빛처럼 온 그대》(2023), 《그치지 않는 노래, 인디아》(2020, 2021), 《제발, 쿠바》(2017, 2018) 등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3년, 2019년 부산MBC부설, 문화도시 네트워크 주최 ‘디카로 보는 부산 공모전’, 2016년 갤러리 인덱스 주최 ‘제3회 현대사진 공모전’ 등에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