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À PARTIR D’ELLE. DES ARTISTES ET LEUR MÈRE 그녀로부터. 예술가와 그들의 어머니》 | 애도와 그리움, 역사의 대상으로 표출한 어머니의 초상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가와 그들의 어머니를 주제로 한 그룹전 《À PARTIR D’ELLE. DES ARTISTES ET LEUR MÈRE》 (Le Bal, Paris | 23. 10. 12-24. 2.25)이 열렸다. 전시는 <그녀로부터. 예술가와 그들의 어머니>라는 제목 아래 다양한 사진과 영상 작업을 모았다. 스물다섯 명의 예술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재현한 어머니의 표상은 직, 간접적으로 우리 자신의 어머니를 소환하며, 각자가 품고 있는 어머니에 관한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다. 르 발(Le Bal)의 큐레이터 쥴리 에호(Julie Héraut)와 서면 인터뷰를 갖고, ‘어머니’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한 계기와 참여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르 발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르 발은 어떤 공간이며,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가?

르 발은 2010년에 파리 시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다. 1920년대에 연회장으로 쓰던 곳을 개조하여 사진, 영상, 영화와 뉴미디어 같은 컨템포러리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현실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을 탐구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르 발은 다양한 시각 예술을 사회적 성찰을 위해 통합하고, 혁신적인 내러티브 형식을 위한 실험실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의 엄격한 프로그램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데, 지원금과 상을 포함한 여러 방법으로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젊은 인재를 육성하려고 한다.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문제를 다루는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으며, 지난 십여 년 동안 유명 사진가 및 신진 작가의 작업, 다양한 주제의 연구 결과물 등을 가지고 50여 차례의 전시를 열었다. 또한 2008년부터는 교육 부문(La Fabrique du Regard)을 운영하며, 청소년들의 문화적 소양과 이미지 해석 능력을 키우고, 세상에 관한 인식과 참여를 증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Ishiuchi Miyako의 Mother’s(2002) 설치 전경. Installation views of the exhibition, LE BAL, 2024 ⓒMarc Domage


Jochen Gerz의 Le Grand Amour_2 (Fictions) 설치 전경. Installation views of the exhibition, LE BAL, 2024 ⓒMarc Domage

 


 
《À PARTIR D’ELLE. DES ARTISTES ET LEUR MÈRE》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어머니라는 전시 주제를 정하고, 기획한 계기는 무엇일까?

이번 전시는 폭넓은 세대와 문화권에 걸친 스물다섯명의 예술가가 그들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루고 있다.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만들어진 다양한 사진, 영상, 영화 작품을 모으면서 소피 칼(Sophie Calle)과 미셸 주르니악(Michel Journiac), 남아공의 레보항 카녜(Lebohang Kganye) 같은 이들의 작업을 재조명했다. 전시에서 소개한 작품들에는 어머니와 자식 사이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유일하면서도 친밀한 관계를 단순히 증언하는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이 예술가들은 창작 과정에서 어머니의 신체와 인물, 혹은 성격을 포함한 형식적, 개념적 장치를 활용했다. 그들이(어머니라는) 존재의 현실을 구현하고자 했든, 혹은 부재의 효과를 구현하고자 했든 간에, 이들 모두는 사회적인 비판과 자기 탐구, 연상 또는 위안을 아우르는 전형적 관계를 재고하는 방식으로 어머니와 자식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어머니를 소재로 하거나, 혹은 어머니에 관한 주제를 다룬 예술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는 재현의 개념(누군가의 어머니를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과 재현을 위한 시각 언어, 그리고 작품을 통해 친밀하고 보편적인 것을 탐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어머니는 우리 자신과 세상을 비춰 보는 거울로 간주할 수 있다.


 

Sophie Calle, de l’installation Pôle Nord, 2008 ©Sophie Calle ©Adagp, Paris, 2023


소피 칼(프랑스, 1953~)은 북극 여행을 할 기회가 왔을 때, 그보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품 즉, 사진과 목걸이, 그리고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챙겼다. 오랫동안 북극에 가보기를 꿈꿨던 어머니를 그곳에 데려다주기로,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묻어 주기로 결심했다. 칼은 여행 중 잠시 해안에 내린 틈을 타 빙하 사이에 가져온 물건을 묻었는데, 어머니의 유품을 북극에 묻기 전 찍은 사진으로 그녀와 어머니를 이어주는 마지막 흔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바치는 성스러운 헌사 같은 행위는 수천 년 후의 누군가가 이누이트족의 유물로 발굴할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농담 덕분에 한편의 해학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미셸 주르니악(프랑스, 1935~1995)은 1960~70년대에 자기의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창작 활동을 했는데, 성별이나 세대가 가진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변장을 하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에는 작가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로 분한 작가 자신이 등장하는데, 라는 파격적 제목과 이미지는 한 개인, 어머니,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성 정체성과 가족의 개념에 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Michel Journiac, Propositions pour un travesti incestueux et masturbatoire, 1975 ©Michel Journiac ©Adagp, Paris, 2023

 


 
레보항 카녜(남아프리카공화국, 1990~)는 어머니의 옛날 사진 위에 자신의 이미지를 겹치면서 어머니의, 그리고 어머니와 카녜 두 사람(her-our)의 역사를 기록했다.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던 작가는 옛 사진 속 엄마의 차림이 그녀가 항상 입었던 옷과 똑같은 것임을 깨달았다. 이후 엄마의 옷장을 뒤져 같은 옷을 찾아 입고, 엄마와 똑같은 포즈를 취한 자기 모습을 옆에 두었다. 그러니 언뜻 한 사람의 환영처럼 보이는 카녜의 사진은, 실은 삶과 죽음 사이의 간극, 수십 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은 두 모녀의 시간과 기억을 합친 풍경이라 할 수 있다.

 

Lebohang Kganye, Ka mose wa malomo kwana 44 II, de l’ensemble Ke Lefa Laka Her-Story, 2013 ©Lebohang Kganye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글을 포함하여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참여 작가와 작품을 선택한 기준이 있다면? 그들이 그린 ‘어머니’(혹은 모성)라는 대상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번 전시를 통해 어머니라는 친밀한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시각 언어, 그리고 서로 다른 여러 입장을 제안하려 했다: 몇몇 작가(소피 칼, 샹탈 아커만(Chantal Akerman))는 어머니라는 인물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작업을 했지만, 자기 어머니에게 바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작업을 한 작가(안나와 베른하르트 블룸(Anna and Bernhard Blume))도 있다. 또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같은 기성 작가와 레베카 듀브너(Rebekka Deubner), 아사레 아카세(Asareh Akhaseh) 같은 젊은 작가의 작업을 함께 모으고, 사진, 영상, 영화 등등 다양한 톤과 장르를 아우르는 작가들의 개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작품들은 (무엇보다도) 서로가 일으키는 불협화음만큼이나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했다. 전시에서 던지고자 한 질문은 단순히 어머니나 그들의 모성에 관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어머니와 자식이라는 유일한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재현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어머니는 자신과 세상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Asareh Akasheh의 The Lack of the Other(2015) 시리즈 설치 전경. Installation views of the exhibition, LE BAL, 2024 ©Marc Domage


Asareh Akasheh, de l’ensemble The Lack of the Other, 2015 ©Asareh Akasheh

 


 
폴 그레이엄(영국, 1956~)은 “Mother”속 사진에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 도로시를 담았다. 양로원에 있는 그녀 매일 똑같은 의자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낮잠에 들곤 했는데, 작가는 그 곁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도로시는 항상 똑같은 배경과 구도 아래 있었는데, 한결같은 일상 속 그녀를 구별해 주는 건 그날그날 다르게 입은 옷뿐이었다. “그녀 생의 마지막 나날을 좀 더 명확하게 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사진은 보는 이가 자연스레 자기 자신의 어머니에 관한 기억에 빠져들도록 한다.

 

Paul Graham, Mother, #01424, 2019 ©Paul Graham Courtesy the artist and carlier gebauer (BerlinMadrid)

 


 
레베카 듀브너(독일, 1989~)는 시리즈에서 어머니가 남긴 옷가지를 포토그램으로 담았다. 그녀는 “죽음은 부재이지만, (어머니의) 옷은 현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물건을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이곳에 없지만, 여전히 이곳에 있는’ 어머니를 그리고자 했다. 듀브너에게 엄마가 남기고 간 옷과 가방 등은 그녀의 부재와 현존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Dirk Braeckman, Zelfportret met moeder, 1988 ©Dirk Braeckman, Courtesy Zeno X Gallery, Antwerp, Galerie Thomas Fischer, Berli


Rebekka Deubner, de l’ensemble Strip, 2022-2023 ©Rebekka Deubner

 


 
베른하르트 블룸(독일, 1937~2011)과 안나 블룸(독일, 1936~2020)은 연출사진의 선구자 중 하나로 인정받는 부부 예술가이다. 두 작가는 여러 순간의 시퀀스로 나눈 장면을 연출한 후 대형 흑백사진으로 찍고 인화하는 등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를 하며 이름을 알렸는데, 70년대 후반에 찍은 <Ödipale Komplikationen?(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시리즈의 한 작품 “Flugversuch(비행 시험)”에서 마치 하늘로 날아가려는 듯 뛰어오르는 인물들(두 작가 자신)을 담았다.

 

Anna et Bernhard Blume, Flugversuch, de l’ensemble Ödipale Komplikationen, 1977-1978 ©Estate of Anna and Bernhard Blume; VG B

 


 
어머니는 모든 문화권에서 하나의 신성이나 근원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고 생각한다. 전시에는 다양한 세대와 문화권을 아우르는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이들의 차이가 어머니라는 대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까?

전시에서 소개한 작품들은 그들의 창작 과정을 이끈 형식적, 미학적 접근법만큼이나 사회적, 지리적, 시간적인 맥락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모자 관계에 관한 단순한 증언을 넘어선다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사뮤엘 베케트가 말했듯 캐릭터라는 면에서 볼 때, 여기서 어머니는 세상과 연결되는 표상이면서, 동시에 유희와 자아 인식, 그리움과 상실의 표상이다.


 

LaToya Ruby Frazier, Momme Portrait Series (Shadow), de l’ensemble The Notion of Family, 2008 ©LaToya Ruby Frazier


10대 후반부터 가족을 찍기 시작한 라토야 루비 프레지어(미국, 1982~)는 『The Notion of Family』가 단순한 사진집이 아니라 미국의 역사,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무시되었던 소수자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했다. 그녀는 사진을 찍는 일과 함께 가족의 삶을 말해줄 수 있는 주변 사람을 찾아 인터뷰 함으로써 텍스트를 통한 전달에도 충실해지려 했다. 프레지어는 자기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행위가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작게나마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15년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의 마지막에서 헬기를 타고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미시적인 일상과 거시적인 풍경을 오갔고, 관객이 더 넓은 시야에서 이야기를 볼 수 있길 바랐다.

 


한국의 독자들이 조금 더 눈여겨보았으면 하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인 라토야 루비 프레지어(LaToya Ruby Frazier)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작업한 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작가가 더 폭넓은 역사적 과정의 일환으로 어머니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에 바탕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의 산업 도시인 브래덕(Braddock)에서 태어난 작가 어머니의 개인적인 역사는 모든 면에서 도시의 운명에 영향을 받았다: 1960년대의 산업과 도시 재정의 쇠퇴는 그녀 가족에게 큰 타격을 주었고, 1980년대의 폭발적인 마약 중독은 작가의 어머니도 피해 가지 않았다. 프레지어는 이러한 파열을 폭로하면서, 사진을 찍는 행위, 그리고 어머니와의 협업 과정을 통해 파열을 물리치려 했다: “ 어머니는 공동의 작가이자 예술가, 사진가이면서 피사체입니다. 우리의 관계는 주로 이미지를 만드는 공통의 과정을 통해 존재했습니다.”


 

Gao Shan, de l’ensemble The Eighth Day, 2013 - 2016 ©Gao Shan

 
전시에는 지금까지 언급한 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작업이 걸렸다. 2019년 파리 포토-어퍼쳐 사진집 공모전에서 수상한 가오 샹(Gao Shang, 중국, 1982~)의 『The Eighth Day(제8일)』는 작가의 생이 결정된 시간을 의미한다. 생후 8일째에 입양된 샹은 지금의 자기를 있게 해 준 양부모를 촬영하면서 가족이라는 관계와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했다. 안나 마리아 마이올리노(Anna Maria Maiolino, 브라질, 1942~)는 입에 문 실로 이어지는 어머니와 작가 자신, 딸을 찍었다. 그녀는 한 가닥 실을 통해 이어지는 혈연, 공감, 연대 같은 감정을 고찰했는데, ‘실’은 이후 오랫동안 작가의 중요한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라그나르 크야르탄손(Ragnar Kjartansson, 아이슬란드, 1976~)의 영상도 흥미로운데, 화면 속 어머니는 작가의 얼굴에 끊임없이 침을 뱉고 있다. 배우이기도 한 크야르탄손의 어머니는 아들을 아이슬란드 경제를 파탄으로 내몰았던 경제인으로 상상하며 분노를 담았다고 했는데, 유머와 충격을 오가는 두 사람의 작업은 2000년부터 매 5년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머니의 사진과 함께 자화상을 찍은 더크 브랙먼(Dirk Braeckman, 벨기에, 1958~)은 다양한 네거티브 실험을 통해 현실과 꿈속을 이어주는 듯한 흑백 이미지를 만들었다. 브랙먼의 작업은 인물, 풍경, 정물을 오가며 몽환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은 일린 세가로브(Ilene Segalove, 미국, 1950~)가 1970년대에 찍은 은 작가의 어머니와 찍은 인터뷰이다. 세가로브는 당시 미국을 휩쓸던 문화혁명을 부모 세대를 통해 이해하려고 시도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공감해 보려 했다.

 

Anna Maria Maiolino, Por um Fio, de l’ensemble fotopoemação 1976 ©Anna Maria Maiolino ©Photo Regina Vater,
 

Ilene Segalove, The Mom Tapes, 1974 ©Ilene Segalove


Ragnar Kjartansson, Me and My Mother 2015 ©Ragnar Kjartansson ; Courtesy of the artist


쥴리 에호(Julie Héraut)는 파리의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와 아를 사진축제 운영팀(Les Rencontres de la photographie)을 거쳐 2017년부터 르 발(Le Bal)의 전시 및 연구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이번 전시 외에《Magnum Analog Recovery》(2017),《En suspens》(2018)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글 최다운 포토 에세이스트
해당기사는 2024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