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야오 국제사진대전 2023



중국 내륙 산시성에 자리한 핑야오는 14~20세기 명·청 시대의 건축 유산과 도시의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곳이다. 이곳은 또한 매해 가을 전 세계 사진가들이 모여드는 핑야오 국제사진대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1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한 핑야오 사진대전은 샤먼에서 열리는 지메이×아를(Jimei×Arles) 사진 축제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사진 관련 행사이다.

핑야오 국제사진대전 2023(PIP Festival 2023)은 “New Light, New Orientation(新光·心向)”이라는 주제로 지난 9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열렸는데, 2,000명이 넘는 프로와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작품 14,000여 점을 선보이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옛 면직 공장과 디젤 엔진 공장, 도심부에 자리한 사원을 포함한 곳곳에 마련한 전시장에 작품을 걸었고, 공개 강의와 포트폴리오 리뷰 등의 부대 행사를 열어 작가와 일반 관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꾸몄다.

핑야오 국제사진대전 조직위원회는 매년 심사위원 대상, 우수 사진상을 포함한 여러 부문(멀티미디어 부문 우수상, 우수 사진집상, 젊은 작가 지원상, 대학생 우수상 등)에서 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 대상은 협의를 통해 가장 뛰어난 사진적 가치와 의미를 보여준 작업을 선정하며, 다양한 사진적 주제와 스타일을 보여 준 작가들을 뽑아 우수 사진상을 준다. 그리고 전시 기획자에게 주는 우수 큐레이터 상을 통하여 기획자의 성과를 인정받을 기회를 부여한다.

이번 글에서는 올해 주요 부문에서 상을 받은 작업과 캐나다 사진 특별전 《Image, Document, Memory: Photographs from Canada, Andrey Gordasevich의 브룬디 독립을 다룬 전시 《Burundi: Portraits of Independence》과 백 년 전의 페루 사진 기획전 《Between the Past and the Present: Photography in Cusco》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2008년부터 핑야오 국제사진대전의 예술 총감독을 맡고 있는 Zhang Guotian(张国田)을 인터뷰하여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Wang Naigong(王乃功)의 <지우얼(九儿)>(심사위원 대상)

PIP Festival 2023의 심사위원 대상은 중국 사진가 Wang Naigong이 <지우얼> 프로젝트로 수상했다. 이미지 속 주인공 지우얼은 아직 어린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한 삼십 대 여성이다. 작가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의 관찰자적 시선으로 지우얼과 가족의 일상을 찍었다. 때론 한 발짝 다가서고, 때론 한 발짝 멀어지며 담은 흑백 사진 속 풍경은 주인공과 가족이 겪은 시간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어 관객과 대상 사이의 간극을 좁혔다.


 

九儿 ©王乃功


九儿 ©王乃功
 
九儿 ©王乃功

九儿 ©王乃功

九儿 ©王乃功


九儿 ©王乃功


Wang Naigong은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사진 기록에 한 가지를 더했다. 작가는 지우얼이 사진을 보며 말해 준 생각과 자신의 작가 노트를 일기처럼 정리해 작품과 병기했다. 이미지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주인공, 그리고 관찰자의 목소리가 합쳐지면서, <지우얼> 프로젝트는 젊은 암 환자와 가족의 삶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관객은 사진가가 찍은 희로애락의 순간을 보며 한번, 이 가족이 함께했을 시간에 빠져든다. 이어서 지우얼이 남긴 글을 읽으며 한 번 더, 이 가족의 삶에 공감하게 된다. 평면적인 사진을 대상의 목소리와 함께 엮어 입체적으로 서사를 구현한 덕분에 관객은 주인공의 시간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Wang Naigong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사진으로 쓴 (지우얼의) 자서전”이라고 했는데,1) 심사위원들은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하면서 한 가족의 삶을 더 특별하고 감동적으로 만들어 주었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주인공을 사진으로 다시 불러내었다고 평했다.

 


Anne Noble, Zeng Yongi, Tian Xiangchen 외 12인(우수 사진상)

우수 사진상은 중국과 뉴질랜드, 러시아 등지에서 온 15명의 작가에게 돌아갔는데, 그중 뉴질랜드 사진가 Anne Noble의 남극 사진이 눈길을 끈다. 그녀는 남극 기지의 예술 연구자로 참여하며 시작한 프로젝트 작업 를 전시했는데, 직설적이면서도 알쏭달쏭한 남극의 이미지는 흔히 떠올리는 극지방-거칠면서도 어딘가 낭만적인-에 대한 환상과는 거리가 멀다. 화면을 가득 채운 탐사 차량은 육중하지만, Kathy와 Clyde, Gale 같은 친밀한 이름이 붙어 있어 인간적 느낌을 주고, 중요한 포인트처럼 보이는 노란 깃발 표식이 실은 야외 화장실이란 걸 알고 나면 프레임 속 부조화에 헛웃음이 나온다. Noble은 흰 눈에 덮인 대륙의 풍경이 아닌, 세상의 끝인 그곳에까지 이른 인간의 흔적을 탐구하면서 우리의 인식 밖에 있던 남극의 모습을 기록했다.


 

Piss Poles, Antarctica, Aurina #4, 2008 ⓒAnne Noble


Beaker Avenue, McMurdo Station, Antarctica, 2008 ⓒAnne Noble


Antarctica Inventory, AI 8, 2008 ⓒAnne Noble


Antarctica Inventory, AI 9, 2008 ⓒAnne Noble


이 밖에 다중 노출을 활용한 Zeng Yongi(曾容姬)의 스포츠 사진 <为体育摄影“编码”(“Coding” for Sports Photography)>, 다통 지방에 남아있는 만리장성의 흔적을 담은 Tian Xiangchen(田相臣)의 <大边墙(The Great Wall)> 등이 우수 사진상으로 뽑혔다.

 


Andrey Gordasevich 《Burundi: Portraits of Independence》

Andrey Gordasevich는 “아프리카의 심장”이라 불리는 부룬디가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지 60주년을 맞는 2022년에 그곳 사람들의 초상을 찍었다. 열두 살부터 여든두 살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을 찍으며, 사진가는 두 가지 질문을 함께 던졌다. “당신은 독립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리한 오십여 명의 초상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사진이 무엇을, 얼마만큼 보여주고 전달할 수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Iradukunda Charissa Daniella, photographe, 24 ans. ⓒAndrey Gordasevich


Ndikumwenayo Augustin, travaille dans une briqueterie, 20 ans. ⓒAndrey Gordasevich

 


《Between the Past and the Present: Photography in Cusco》

사진사가인 Peter Yenne과 Andelma Benavente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페루의 쿠스코 지방에 살던 열 명의 사진가가 찍은 이미지를 모아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했다. 19세기 후반부터 페루의 해안 지역에 살던 크리올 엘리트들은 부유한 유럽의 생활 방식을 답습하며 풍족함을 누리고 있었다. 반면 안데스산맥의 고원 지대에서 살던 이들은 여전히 봉건적인 식민 제도와 옛 전통을 따랐다. 이러한 양상의 대비는 과거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는데, 이번 전시에 걸린 사진은 사회적, 인종적, 지리학적인 관점에서 당시 남부 안데스 지역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진귀한 기록이다. 열 명의 작가가 찍은 사진은 촬영 방식뿐만 아니라 대상의 선정, 미적 취향 등에서 사진가 개개인의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여 활기차면서 다양한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


 

Ubaldina Yabar, Paucartambo, Peru, 1908. Juan Miguel Figueroa-Aznar. Courtesy Figueroa Archive


First Airplanes to Land in Sicuani, Sicuani, Peru, c. 1925. Avelino Ochoa. Courtesy Adelma Benavente


《Image, Document, Memory: Photographs from Canada》

큐레이터 Don Snyder는 캐나다 사진가들의 작업을 모은 특별 전시 《Image, Document, Memory: Photographs from Canada》를 기획했다. 그는 미증유의 판데믹을 거치며 사진가들이 겪은 생각의 변화와 이에 수반된 작업을 세 개의 파트로 구분했고, 7명의 참여 작가(Alexander Alter, Kendall Townend, Pierre Louis Tremblay, Martin Weinhold, Christopher Boyne, Avard Woolaver, Wayne Salmon)는 실험적인 디지털 이미지부터 스트레이트한 다큐 풍경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선보였다.


 

Stan Krause ⓒMartin Weinhold


파트 1 “시적인 사진(The Poetic Image)”은 코로나 기간 더욱더 내면으로 침잠하며 자기만의 이미지에 빠져든 작가들의 작업이다. 이들은 디지털 기법을 활용해 상상의 풍경과 시간, 기억을 변주한 독창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파트 2 “노동과 상업(Labor and Commerce)”는 세상이 봉쇄된 와중에도 쉼 없이 일하며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 준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여러 일터와 항운 노동자의 삶을 담은 이미지를 전시했다. 파트 3 “장소와 문화(Place and Culture)”에서는 수십 년 전에 찍은 토론토의 일상 풍경을 전시했는데, Snyder는 예전 사진을 통해 프레임 속 과거와 우리가 서있는 지금을 비교해 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작가와의 대화 및 공개 강의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가와의 대화 및 다양한 주제의 공개 강의도 축제 기간에 함께 열렸다. 우수 사진상을 받은 Anne Noble을 포함한 수십 명의 사진가와 기획자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고, 영국의 큐레이터이며 사진 이론가인 David Bate는 “사진과 AI의 미래(Photography and the Future of AI)”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한국 사진가 임안나는 “한국의 현대 예술 사진(Contemporary Art Photography of Korea)”이라는 주제로 중국 관객과 학생들에게 여러 한국 사진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밖에도 많은 학술 강의와 집단 토의 등이 개최되었다.


 


 
핑야오 국제사진대전 예술총감독 Zhang Guotian

먼저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1980년대에 사진을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전시 기획을 해왔다. 그동안 호주 Fotofreo 사진축제, 2012 타이페이 사진축제, 2013 오클랜드 사진축제, 2016년 중국 선양 국제산업 사진전 등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2007년에는 격월간지 『映像』을 창간하고, 편집장을 역임했다. 2001년 핑야오 국제사진대전이 창설되었을 때 작가로 참여하여 작품을 전시했고, 2003년부터 사진대전 위원회의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리고 2008년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PIP 예술총감독으로 행사를 이끌고 있다.

이번 제23회 사진대전은 코로나 방역 정책이 끝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행사다. 올해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려 한 것이 있다면? 주제인 “新光·心向”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해 준다면? 이를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려 한 것은 무엇일까?
이번 축제에서는 무엇보다 행사가 지닌 국제적인 성격을 깊이 탐구하고, 다양한 사진 경향과 이론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려 했다. 또 사진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 국가들도 행사에 참여시키려고 했다. 무엇보다 사진가와 사진가, 작가와 관객들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축제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했다. 사진은 현실에 대한 내면의 동경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담고 있다. 올해 행사의 주제인 “新光·心向”은 이러한 동경과 기대를 하나로 모아 세상에 대해 전형적이면서도 강렬한 상상력을 보여주려 했다.

이번 행사의 참여 작가와 전시 중 조금 더 소개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올해는 사진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중요한 해이다. 인공지능이 만드는 AI 이미지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사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개념의 변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AI 생성 이미지의 출현은 어찌 보면 좋은 일인데, 덕분에 전통적인 사진이 가진 기록의 위력을 입증할 수 있게 되었다. AI 이미지 대신 준비한 스위스 작가 Andrey Gordasevich가 브룬디의 독립 60주년을 맞아 작업한 《Burundi: Portraits of Independence 》와 100년 전 페루 풍경을 보여주는 기획전 《Between the Past and the Present: Photography in Cusco》을 만나 보길 바란다. 이를 통해 사진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어떻게 역사와 현실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힘을 보여주는 이런 작품은 모두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공개 강의 행사 등을 통해 학생과 젊은 작가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PIP가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길 바라는가?
핑야오 사진축제는 그동안 전 세계 사진가들을 위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면서, 공개 강의와 자가 제작 사진집 전시 등 꾸준히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2004년에 축제의 교육 부문을 만든 이후에는 학생과 젊은 사진가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단지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뿐만 아니라 전문 이론, 다른 나라 작가와의 소통 창구, 사진 작품 시장까지 미래의 사진가로서 알아야 할 많은 부분을 축제 기간에 습득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핑야오 국제사진대전은 한국 작가들과도 인연이 깊다. 그동안 여러 전시에 한국 작가가 참여했고, 올해는 임안나 작가가 “한국 현대 예술 사진”을 소개하는 공개 강의를 진행했다. 한국 사진가와 그들의 작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2010년에 중국 사진가 100명의 작품을 모은 그룹전을 한국에서 연 적이 있고, 그 외에도 한국에서 열리는 몇 차례의 전시에 참여했다. 한국 사진가들의 장점은 전통과 현대를 혼합하면서 한국적 특성이 가미된 미학을 완성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세부적인 디테일을 잡아내면서 내면의 감정에 주목하는데 탁월하다. 또한 (작품을 보면) 색을 섬세하게 사용하며 감정이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2008년부터 15년 넘게 핑야오 국제사진대전을 이끌어왔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이한 축제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사진 축제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데, 예술총감독으로서의 소회를 말한다면? 앞으로 핑야오 사진 축제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지난 20년 넘는 세월 동안 중국과 해외 사진가들의 교류 창구 역할을 하면서, 점차 세계적인 사진 행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는 축제의 성격이 민주적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핑야오에서는 어떠한 사진 스타일이나 주제, 장르든 받아들이고 함께 하려고 했다. 핑야오 국제사진대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추가하며 나아갈 것이다. 한편으로는 점점 새로워지는 사진 이론과 기술, 다른 한편으로는 사진 작품 자체에 집중하려고 한다. 또한 예술 작품과 시장의 소통 채널, 예술과 상업 자본의 결합을 통해 지속 가능한 IP(지식 재산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글 최다운 사진에세이스트 
해당기사는 2023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