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혜, 한강 2인전 《소실, 점》

 


스페이스 오뉴월 이주헌에서 6월 3일부터 아티스트 차미혜와 소설가 한강의 2인전 <소실,점>이 개최 중이다. 루아아트 김정혜 대표의 제안으로 기획된 <소실, 점>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두 작가의 협업으로 “명명할 수 없지만 우리의 중심에 있는 그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한강과 차미혜는 서로의 작품을 보며 깊이 소통했고, 깊은 사유 속에 녹아 하나의 이야기로 관객과 만난다.

차미혜는 세 편의 신작 영상과 오뉴월 이주헌의 한옥 공간을 활용한 사진, 오브제 설치를 선보이며, 한강은 짧은 생을 살았던 누이의 배내옷을 짜고 돌과 소금, 얼음을 손 위에서 녹이는 등 내밀한 개인적인 제의를 표현한 <배내옷>외 4개의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색다른 점은, 한강이 그동안의 표현 도구로 사용하던 글을 잠시 멈추고, ‘행위, 몸’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전달하다. 이는 작가 개인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흥미롭게 비춰진다.

 
차미혜는 파리 보자르에서 학위를 받고 돌아와 SEMA 신진작가전과 두 번의 개인전 등을 통해 다수의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녀는 예민하고 견고한 텍스트들의 병치와 다층적으로 열린 영상들로 새로운 내러티브에 대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흰색이라는 한강작가와 공통 특징으로 포착될 일련의 대상을 수집, 응시한다. 3개의 영상과 사진, 퍼포먼스 오브제를 통해 여전히 현상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그 시선이 밖을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다. 영상이 스스로 말하도록 하기 위해, 한강이 지워낸 텍스트를 수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벤자민의 숲>, <경우의 수>, <무연의 아침> 등 세 편의 연작에서 보여지는 텍스트는 설명하거나 지시하지 않으며, 영상과 독립적으로 협력하여 나란히 존재한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는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한다. 가능성이 가능성을 만날 때, 비켜갈 때 우연처럼 연결될 때, 사라질 때의 희미한 진동을 감각한다. 그들은 부서지고 복원된다. 다시 걸어간다. 그러다가 문득 멀리서 희미한 윤곽을 목격할 때, 무언가 점점 선명해질 때, 그들의 마음에 고인 것, 가장자리에 맺힌 것을 바라본다” - 차미혜 작가

 
1993년 시를 발표하고, 94년 서울신문에 당선된 단편소설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한강은 인간에 대한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는 장편소설 여러 권의 소설집을 발표하였다.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최근엔 맨부커 인터내셔널부분 수상을 통해 국내외에서 작품성과 감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전시의 시작에는 <흰>(난다)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시작한다.

2014년 5월 당시, ‘흰’것에 대해 쓰고싶다고 생각한 한강은 ‘흰 것’에 대한 목록을 떠올리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 흰’ 속에 ‘배내옷’의 주인,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태어났다가 2시간 뒤에 죽은 저의 언니라고도 부를 수 있는 아기를 생각하며, 그 사람이 살아있었다면, 이라는 상상을 토대로 그 사람이 재건된 삶에 이 세상의 모든 흰 것을 주겠다. 라는 마음으로 이 책이 완성되었다. 1부는 작가이야기, 2부는 배내옷의 주인이자, 작가의 언니 그녀가 살아가는 이야기, 3부는 그녀와 작가가 같은 시간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작별의 의례를 치루는 장으로 총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흰’책을 바탕으로, ‘몸’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시도하는 한강 작가의 작업은 총 4개의 퍼포먼스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 내용은 <배내옷>, <돌, 소금, 얼음>, <밀봉>,< 걸음> 등 4개의 순서대로 구성되었다.

“‘흰’을 가로지르려면 말의 죽음을 통과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 한강

 
한강은 몸을 움직여 지워진 시간들과 마주한다.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옷을 만들고, 씻고, 다하지 못한 말을 가두고, 사라짐과 남겨짐, 사건의 이후와 이전의 시간들 속에서 자신과의 깊은 만남을 갖게 된다. 그렇게 드러난 의미는 다시 그 행위로 인해 지워진다. 궁극적으로 <소실, 점>은 예술의 존재 이유에 대한, 살아있음의 현상에 대한 집요하고도 조심스러운 질문이다. 이 전시는 그 어떠한 내용도 설명하지 않는다. 지각에서 간과되는 희미한 그 무언가를 불러내기 위해서 계속 관객에게 보여지고 있을 뿐이다.

 
글 조승원 기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을 축하하는 한국 사진계의 마음을 담아 2016년 7월호 기사를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