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의 기하학②
- 2020-12-04 16:28:37
아이가 잠든 사이에
Csilla Klenyanszki
최근 ‘워라벨’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뜻하는 줄임말이다. 요즘 구직자들이 구직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건 중 하나로 꼽히는데, 일과 생활,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아야만이 자신을 위한 삶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헝가리 작가인 실라 클레얀스키(Csilla Klenyanszki)의 ‘Pillars of Home’ 시리즈는 그야말로 ‘워라벨’의 한 순간을 포착했다.
Csilla Klenyanszki
최근 ‘워라벨’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뜻하는 줄임말이다. 요즘 구직자들이 구직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건 중 하나로 꼽히는데, 일과 생활,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아야만이 자신을 위한 삶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헝가리 작가인 실라 클레얀스키(Csilla Klenyanszki)의 ‘Pillars of Home’ 시리즈는 그야말로 ‘워라벨’의 한 순간을 포착했다.

The glass ⓒCsilla Klenyanszki
그녀는 9개월 된 아들이 잠깐 낮잠을 든 30분 동안, 육아라는 일에서 해방돼서, 예술가라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재빨리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작업이 재미있다. ‘Pillars of Home’, ‘집 안의 기둥’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집 안에 기기묘묘한 기둥을 쌓는다. 닥치는 대로 집안의 오브제들을 쌓아올린다. 때론 그녀가 기둥 그 자체가 돼서 자신의 위에 오브제를 쌓기도 한다. 이 무지막지한 기둥들이 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0분, 혹은 숨 한 번 쉬지도 못할 정도로 짧은 찰나, 그 절묘한 균형의 순간을 포착한 그녀는 이 작업으로 육아와 예술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Glasses ⓒCsilla Klenyanszki
“처음 시작은 ‘Good Luck’ 시리즈였죠. 그때는 모든 사물을 닥치는 대로 쌓아 올렸어요. 그렇지만 ‘Good Luck’ 시리즈는 어디까지나 아이디어의 출발일 뿐이었어요. ‘Pillars of Home’ 은 내 삶에서 실제로 얼마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프로젝트였죠.”

Egg on pins ⓒCsilla Klenyanszki
그가 2013,2014년에 작업한 ‘Good Luck’ 시리즈에서 그는 처음에는 병뚜껑이나 물컵 같은 주변에 흔한 사물들을 쌓아 올린다. 난이도가 좀 더 올라가면 자신의 몸을 활용해 물건들을 머리 위나 어깨 위에 쌓아올리기도 했다. 물컵 들이 비스듬하게 책상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쌓여있거나, 계란이 얇은 핀과 카드 위에 쌓인 모습, 책 모서리 위에 올려진 컵 등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지만 그 아슬아슬함이 오히려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Pillars of home nr19 ⓒCsilla Klenyanszki
동시에 어떻게 이런 이미지를 만들었을까 의구심도 든다. 포토샵과 같은 후조작으로 지지대들을 감쪽같이 지워버렸다거나, 아니면 특수한 접착제 등을 쓸 수도 있을게다. 그러나 실라 클레얀스키는 어느 쪽도 아니라고 한다.
“이건 정밀한 균형감각과 약간의 행운이 필요한 작업이었는데, 때로는 놀랄 정도로 사물들이 오래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도 했어요. 모든 균형이 맞았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유지될 때가 있지만, 동시에 그 순간은 너무 연약하고 또 잠깐의 불운으로 무너지곤 했죠. 이건 마치 매일하는 일상 속 명상과도 같은 거예요. 각각의 다른 일상적인 요소들로 설치를 하고, 그 오브제들의 균형이 물리적으로 유지되는 순간을, 무너지기 직전까지 사진으로 찍는 거죠.”
그녀는 자신이 일종의 설치예술가이자 사진가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설치가 유지되는 시간이 한시적이긴 하지만, 사진 속에는 분명 그 순간이 남아있다. 그가 2016년 5월부터 2017년 초순까지 진행한 ‘Pillars of Home’ 시리즈는 Good Luck’ 시리즈의 아이디어가 좀더 확장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물들의 균형과 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었다면, ‘Pillars of Home’ 에서는 아이 엄마이자 예술가라는 두 가지 타이틀을 지닌 채 균형 잡기를 시도하는 작가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2015년도에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약 9개월 됐을 때부터 이 작업을 시작했다.
갓난 아기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은 약 30분 정도, 그 짧은 순간은 부모들에게 마치 얼음장 위에 선 듯 아슬아슬 조심스런 시간이다. 조그만 소리에도 아이가 깰 수 있는데, 하물며 그 30분의 시간 동안 미친 듯이 집안을 뒤져 오브제들을 쌓아올리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야하는 실라 클레얀스키의 마음이야 오죽했겠는가?

Pillars of home nr76 ⓒCsilla Klenyanszki
그래도 믿을 수 없는 자세로 버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서커스나 체조 같이 특별한 훈련을 받고있지는 않는지 궁금해진다.
“다행히도 나는 꽤나 유연한 편이라서, 특별히 이 운동을 하기 위해 다른 것이 필요하진 않아요. 가끔 비크람 요가를 짬짬이 하긴 하지만요. ‘Pillars of Home’ 은 내 삶의 균형잡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제가 엄마이면서도, 동시에 예술가로써 요구되고, 해야할 일들이 있잖아요. 이제 막 아이를 낳은, 초기의 부모들은 이처럼 새로운 부모로서의 삶과 옛날의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일종의 모험이자 도전이죠. 그건 때론 불가능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마치 ‘Pillars of Home’ 시리즈의 균형처럼 말이죠. 그래서 이 시리즈는 엄마로서의 내 자리가 버겁게 느껴질 때, 하루에 약 30분이라도 내가 정신적으로 도망칠 피신처이기도 했죠. 이 작업을 하면서 30분 동안 얼마나 내가 신체적으로,정신적으로 고도로 집중할 수 있는지 알게 됐고, 그건 일종의 명상과도 같아요.”

Pillars of home nr2 ⓒCsilla Klenyanszki
그녀가 쌓아올린 유리잔이나 테이블 위의 파라솔 등도 그렇지만, 그녀 스스로가 기둥이 돼서 화분들을 올려놓고 균형 잡고 있는 모습이나, 목 위에 양동이들을 천장까지 받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그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더욱 배가 된다. 결국은 무너지고 말 것이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최종적인 목적은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죠. 때론 그게 처음에는 불가능해보일지라도 결국 그런 균형의 상태를 만들어내죠. 보는 사람들도 이 이미지들을 보면서, 최종적으로는 이 사물들이 모두 쌓아올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다는 것은 알고 있죠. 그렇지만 언젠가는 무너질 것을 알기에 더 이 한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글 :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 Csilla Klenyanszki
게재일자 : 2020-12-04 16:27
최종수정 : 2020-12-04 16:27
해당 기사는 2017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미지 제공 : Csilla Klenyanszki
게재일자 : 2020-12-04 16:27
최종수정 : 2020-12-04 16:27
해당 기사는 2017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