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작가]조던 매터, 한 여름 밤의 춤

조던 매터는 무용수들이 일상을 배경으로 춤추는 한순간을 포착해 마치 무용극의 한 장면 같이 보여준다. 이번에는 도심 한가운데서 나체의 무용수들이 춤추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도전했고, 이 신작들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 도시는 춤춘다>는 사진집으로 발간됐다. 사진가와 무용수들의 도전이 만들어낸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사진들은 춤추고 움직이고 도약하는 인간 신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Dancers after dark, Jordan Matter
 
 
“무용수들은 꿈을 꾼다. 그들은 닿을 수 없는 특별한 꿈을 좇느라 자신들의 편안한 일상을 미뤄둔다. 인내심으로 빚어진 무용수들의 몸에서 그들이 두른 옷을 벗겨내면 섬세한 근육의 결들과 모든 미묘한 표현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의 몸에는 오로지 열정에 이끌린 그들의 혹독한 작업들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조던 매터 <당신이 잠든 사이에 도시는 춤춘다> 中


“와인 병 위에서 발끝으로 서서 그대로 중심을 잡을 수 있나요?”


조던 매터가 무용수인 키티 콘론에게 요청한 내용이다. 키티 콘론은 단 3초 만에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답했다. 그녀는 도심 한가운데서 나체로 와인 병 위에서 발끝 하나로 포즈를 잡았다.


 
ⓒDancers after dark, Jordan Matter
 

무용수들은 수년간 훈련된 경이로운 신체능력으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압도적인 장면을 연출하지만 이 1/1000초의 순간들은 눈 깜짝할 새에 흘러가 버린다. 조던 매터는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이 마법 같은 순간들을 카메라로 포착했다.


그는 이전부터 무용수, 서커스 단원, 운동선수들과 함께 그들의 신체능력을 극대화해서 연출한 장면들을 촬영해왔는데, 이 사진은 마치 일상을 무대로 한 즉흥극의 한순간 같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3년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사진집으로 국내에서 발간됐으며, 또한 사비나 미술관에서 2013년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 2014년 <우리 삶의 빛나는 순간들> 개인전을 열고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이때 내한한 그는 한국 무용수, 운동선수들과 함께 서울 시청 광장과 경복궁, 광화문 등지에서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도시는 춤춘다 - 두려움 없는 아름다움이 깨어나는 순간의 기록들>
조던 매터/ 시공아트
 

지난 7월 국내 발간된 <당신이 잠든 사이에 도시는 춤춘다>는 그의 신작으로, 이 시리즈가 전작과 다른 점은 모델들이 아예 옷을 번져 던졌다는 점이다. 조던 매터는 무용수나 서커스 단원들을 사진 찍을 때, 그들의 자세를 잡기 위해 어떤 와이어나 트램펄린 같은 보조기구를 이용하지 않는다. 또한 포토샵 등의 후보정도 일체 하지 않고, 오로지 무용수가 근육의 힘으로 도약한 한순간을 포착한다.
 
ⓒDancers after dark, Jordan Matter
 

초상사진의 대가인 필립 할스만은 ‘점프 샷’으로 유명한데, 그는 “점프를 하는 순간에는 갑작스러운 에너지 분출로 인해 자신의 가면이 벗겨지는 모습을 사진 속에 담을 수 있다”며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을 그의 카메라 앞에서 점프시켰다. 조던 매터의 사진 속 인물들도 점프하는 그 순간 중력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더욱이 훈련된 무용수들은 점프뿐만 아니라 백플립, 아라베스크, 리프트 등 정교한 무용 포즈를 취하며, 도심의 불빛 속에서 마치 살아있는 조각품 처럼 빛난다. 이것은 살아있는 인간의 신체가 얼마만큼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힘 있는지 순수한 몸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더욱이 도심 한가운데나 박물관, 미술관, 지하철 앞 등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 나체의 군무는, 지루한 일상의 관습을 깨는 파격으로 보는 이에게 해방감마저 느끼게 한다.
 
ⓒDancers after dark, Jordan Matter


조던 매터는 따로 나체 촬영을 허락받고 진행한 것이 아니기에,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경찰이나 경비원을 피해 신속하게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기차역같이 사람이 많고 경비가 삼엄한 곳에서는 촬영 타이밍을 노려 1초에 약 65컷의 속도로 촬영하기도 했으며, 간혹 경비원들은 이 촬영을 모른 척하며 지나쳐주기도 했다. 때로는 주변의 인파나 불빛 등 우연한 요소들 때문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구도를 위해 밤거리에서 오랜 시간 헤매야 했다. 추위 속에서 몸을 풀기 위해 무용수들은 지하철역을 오가며 뛰어다니기도 했고, 한 장면을 완벽하게 연출하기 위해 리허설 포함 6시간을 거리에서 보낸 적도 있다.


이렇게 각고의 노력 속에서, 나체의 무용수들이 연출하는 한 편의 무용극은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한 번은 관객 중 한 사내가 옷을 벗고 뛰어들어 같이 찍기를 요청한 헤프닝도 있었다. 조던 매터는 300명 이상의 무용수들과 유럽, 북아메리카를 오가며 약 400여 장소에서 이 프로젝트를 촬영했고, 그 마지막 촬영은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25명의 무용수와 함께 이뤄졌다. 25명의 무용수들은 서로서로 지지하고 기대며 완벽한 포즈를 취했고, 공원에 모인 인파는 환호를 보냈다. 이 사진집에는 사진들의 제목 대신, 각 사진이 어디에서 몇 시에 촬영했는지 시간과 장소가 적혀있는데 그 하나하나가 작가와 모델들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도전이자 성취의 기록인 셈이다.

 
ⓒDancers after dark, Jordan Matter
 


조던 매터는 사진집의 서문에서 “우리는 종종 눈을 가린 채 오로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한다. 그랬을 때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이나 흥분에 도달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 사진들은 전혀 예상하지 않던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파격과 자유로움으로, 그리고 아름다움의 세계로 보는 이를 인도한다. 마치 세익스피어의 낭만 희극 ‘한여름 밤의 꿈’처럼 젊고 환희에 찬 아름다운 무용수들이 연출하는 신기루 같은 소동은 조던 매터의 사진 속에만 영원히 남게 된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시공아트

해당 기사는 2017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