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이슈]일본을 만나다 Encounter Japan②

시노야마 기신, 사진의 힘
Kishin Shinoyama - Picture power


 

“그는 판타지를 더욱 환상적으로 담으려 애썼다. 무대 뒤 편의 현실보다는,
무대 위의 환상을 가장 완벽하게 사진 속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 Naoaki Nakamura, Senior Curator, The Yokohama Museum of Art

 

Kishin Shinoyama - Picture Power 전시전경


요코하마 미술관(The Yokohama Museum of Art)은 전을 지난 1월 4일부터 2월 28일까지 열었다. 시노야마 기신은 일본 사진계에서 감각적인 인물사진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이다. 그는 특히 1991년 당시 18세의 미야자와 리에를 촬영한 <산타페 Santafe> 누드집으로 유명하다. 이 사진집은 일본에서 초판만 약 150만 부가 팔렸을 정도로 대 히트를 쳤고,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도 그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시노야마 기신은 미야자와 리에 외에도 AKB48, 기타노 타케시, 요시나가 사유리, 아오이 유우 등 당대를 주름잡은 스타들과 함께 작업해, 사진집을 출간했고, 또한 존 레논이 피살되기 전,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일상을 담은 마지막 사진을 촬영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시노야마 기신을 단순한 누드 사진집 작가로만 분류할 수는 없다. 그는 1950년대부터 약 반세기에 걸쳐 일본 사진계의 한 축을 이끈 작가로, 특히 인물사진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노야마 기신이 직접 선정한 120점의 사진을 5가지 섹션- 신 God, 스타 Star, 스펙터클 Spectacle, 몸 Body, 사고 Accidents-으로 나눠 전시했다.


전시의 시작은 ‘신 God’ 섹션으로, 고인이 된 스타들의 초상 사진을 대형 포맷으로 출력해 전시했고, 이어지는 ‘스타Star’ 섹션에서는 현재 살아있는 일본 스타들의 사진을 전시했다. 앞선 ‘신 God’ 섹션이 어두컴컴한 배경에 이미 고인이 인물들의 초상에 조명을 집중해서, 장중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스타Star’ 섹션은 흰 벽면에 환한 조명으로 밝은 느낌을 준다.


 

Kishin Shinoyama - Picture Power 전시전경


이어지는 ‘스펙터클Spectacle’ 섹션은 이번 전시의 압권이라 할 수 있는데 벽의 한 면 전체가 일본 디즈니랜드의 풍경으로 채워졌다. 그 반대쪽 벽면에는 일본의 전통극인 가부키 배우들의 초상과 그 가부키 공연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이 대형포맷으로 걸려있다. 이 두 형태의 사진은 과거인들의 ‘환상’인 가부키극과 현대인들의 ‘환상’인 디즈니랜드가 대조를 이루며, 관객들로 하여금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의 세계로 발을 들인 듯한 착시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런 ‘환상’의 감각이야말로 작가가 궁극적으로 사진을 통해 재현하려 한 것이다.


요코하마 뮤지엄의 Naoaki Nakamura 시니어 큐레이터는 “시노야마 기신은 환상을, 환상 그 이상으로 담으려 했다”며 “그는 배우, 혹은 스타들의 맨 얼굴 보다는. 그들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날 때, 그 한순간의 환상을 가장 완벽하게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시노야마 기신이 가부키 화장을 한 배우들의 초상을 촬영한 사진들은 일본 전통 우키요에(일본 에도시대-江戶, 1603~1867-에 서민계층을 기반으로 발달한 풍속화. 우키요에의 ‘우키요’는 덧없는 세상, 속세를 뜻하는 말로 미인, 기녀, 광대 등 풍속을 중심 제재로 한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들로, 그는 무대에 선 가부키 배우들을 근접 촬영해 카메라로 현대판 우키요에를 그리고 싶어했다.


 


Kishin Shinoyama - Picture Power 전시전경

 

Kishin Shinoyama - Picture Power 전시전경


이어지는 ‘몸 Body' 섹션에서는 강렬한 붉은 벽면 위에 작가의 대표적인 누드 사진들이 전시돼있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의 누드뿐만 아니라, 남성 무용수의 조각 같은 근육이나, 온 몸에 문신을 새긴 야쿠자들의 알몸, 스모 선수들의 거대한 몸 등을 통해 인간의 육체가 가진 다양한 스펙트럼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한편 전시의 마지막인 ‘사고 Accidents’ 섹션은 앞의 섹션들과는 확연하게 분위기가 다르다. 작가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살아남은 주민들의 모습을 흑백의 초상사진으로 기록했는데, 이 섹션은 이번 전시의 마지막이지만, 애초 이 전시가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 전시는 2011년부터 시작된 순회전으로, 시노야마 기신은 그의 반세기가 넘는 사진인생에서 처음으로 미술관에서 대형 개인전 형태로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전에 그는 자신의 작품을 주로 사진집과 매체출판물 형태로 발표하며, 인쇄물을 통해서 선보이기를 고집했다. 그가 평소 ‘사진은 그 시대의 반영이기에, 사진이 미술관 벽에 걸리는 것은 박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는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지론이 변한 것은 2011년도 동일본대지진이 계기가 됐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집 ‘ATOKATAʼ를 출간하며, 그의 사진 인생에서 주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이전 그의 작품들이 여성의 아름다운 육체나, 스타들의 화려함, 환상을 담았다면, 이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들의 다큐멘터리 사진에서는 지진피해지역 주민들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재해로 인해 폐허가 된 땅 위에서 담담하게, 혹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대작가는 자신이 찍어왔던 화려한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소박한 희망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사진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생각한 ‘사진의 힘 Picture power’ 일지도 모른다.


 
글 :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 The Yokohama Museum of Art (yokohama.art.museum)


해당 기사는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