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이슈]빛으로 어둠을 밝히다②

마이클 빈스 김, <애니깽>
월드프레스포토 인물 - 스토리 사진부문 1위


 

2016년 8월, 한국계 마야인 4세들이 ‘애니깽’ 2세 호아킨 리의 구순 잔치에 참석해서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 Michael Vince Kim


한국계 미국-아르헨티나 사진작가 마이클 빈스 김(Michael Vince Kim)은 ‘애니깽’ 시리즈로 올해 월드프레스포토 2017에서 인물 - 스토리 사진부문 1위를 수상했다. ‘애니깽’은 1905년 일본 인력송출회사의 사기에 속아 멕시코 애네켄 농장에 노예로 팔려간 한인 이민 1세대와 그 후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업이다. 한인 1세대들은 대개 마야인들과 결혼해 정착했고, 지금의 한인 4세대는 주로 한국계 마야인 혼혈이 많다.


그가 멕시코, 쿠바에 정착한 한인 후손들의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그 역시 이민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이클의 부모는 아르헨티나 교포로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이주했고, 마이클은 그 곳에서 출생했다. 그리고 다시 부모와 함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와 자랐다. 마이클은 한국인 부모 밑에, 한국 전통과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고, 이런 문화적 뿌리는 그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묻게 했다.


그가 아르헨티나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할 때, 이주, 문화적 분산, 인종, 복수의 정체성 등에 대한 주제로 작업했는데, 그 주제들이 바로 ‘자신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후 영국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며, 그는 중앙아시아 거주 고려인들의 방언에 관심을 가졌다. 연구차 고려인들을 방문했을 때,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 The Koreans of Kazahstan'을 촬영했으며, 이 작업으로 지난 2015년 매그넘이 선정하는 ‘30 Under 30’(전 세계 30세 이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을 대상으로 30명을 선정해 시상하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영국에서 거주 중인 그에게 이번 월드프레스포토 수상 소감을 들었다.


수상을 축하한다. 사진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16년 9월, 쿠바에 사는 한인 후손 올가, 아델리나 자매가 자신의 집 소파에 앉아있다.
ⓒ Michael Vince Kim


내가 15살에 아버지께서 낡은 필름 카메라를 주셨다. 아버지는 항상 예술적인 영감이 있으셨고, 한국에서 배우가 되기를 원했지만, 1976년 할아버지와 함께 남미로 이주하면서 그 꿈을 포기해야 했다. 때문에 내게 사진이란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 내 부모님들이 이주 후 마주쳤던 어려운 현실과도 연관이 있다.


영국 에딘버러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런 정체성 탐구와 관련 있다. 언어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정체성을 만든다. 특히 중앙아시아에 남아있는 옛 고려인들의 한국어 방언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그들의 언어가 지금 한국인들의 것과 같은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이런 언어와 문화적인 정체성이 내가 자라온 성장 배경과는 어떻게 비교될 수 있을지 살펴봤다. 이렇게 한국인 이주자들의 언어와 문화를 연구하고, 이들의 문화를 사진으로 촬영하는 작업은 내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과도 같다. 뿌리는 같지만,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이들은 어떤 언어, 문화,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가? 라는 질문 말이다.


한국을 방문해 본 적 있는가?


나의 부모님은 한국인이지만, 나는 1986년 로스엔젤레스에서 태어났고, 1년 만에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성장했다. 지금까지는 한국을 두 번 정도 방문했다. 1998년에 한 번, 두 번째로 2006년 1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머무르면서 언어와 문화를 익힌 경험이 있다.


애니깽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했나? 작업과정에 대해 말해 달라.


 

한국계 ‘애니깽’ 후손의 전통 한복이 걸려있다. 한인 후손들은 한국어는 구사하지 못하지만,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 Michael Vince Kim

영국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다가,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방언에 관심을 가져, 그들을 방문해 연구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사진으로 찍었다. 이후 이 주제를 장기적으로 계속 이어가고 싶었고, 남미로 이주한 한인 후손들을 촬영하게 됐다. 애니깽 프로젝트는 두 달에 걸쳐 촬영했는데, 한 달은 멕시코에서, 다른 한 달은 쿠바에서 촬영했다. 나는 아르헨티나에서 성장했기에 라틴 문화에는 익숙했고, 쿠바와 멕시코는 친숙했다.

내 촬영방식은 매우 직감적이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내가 상황을 연출하거나 조절하는 것은 가능한 한 피하려고 한다.


이번 월드프레스포토 수상이 어떤 의미인가?


완전히 기대하지 않았기에 무척 영광이며, 내 캐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돼 매우 행복하다. 또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이야기가 국제적인 미디어들의 조명을 받게돼서 더욱 기쁘다.


인물 스토리 사진부문 1위 <Aenikkaeng>


 

2016년 8월, 멕시코 프로그레소 항구 전경. ‘애니깽’이 1905년 한국을 떠나 처음 멕시코 유카탄 반도를 밟은 프로그레소 항구로,
이들은 이 곳에 내려 메리다의 에네켄 농장으로 이동했다.
ⓒ Michael Vince Kim

이 사진들은 멕시코와 쿠바에 있는 한국인 이민 1세대와 그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로, 그들의 기억을 시적인 서사로 보여주는 프로젝트이다. 1905년 약 1000명 이상의 한국인들은 파라다이스를 약속하는 거짓말에 속아 멕시코로 이민갔지만, 낙원 대신에 그들은 에네켄henequen-선인장의 일종으로 섬유를 채취해 선박용 밧줄을 만든다- 농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멕시코의 ‘초록빛 금 The Green Gold’으로 알려진 용설란을 채취하는 값싼 노예로 팔아치워졌다. 그들은 유카탄 반도에서 숨막히는 습기와 타버릴 것만 같이 뜨거운 햇살 아래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으며, 만약 그날 하루 일당을 못채우면 두들겨 맞고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