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작가]렌항(任航), 자유의 자세

렌항은 고유했다. 그는 젊었고 자유로웠다. 중국 정부의 검열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마오쩌둥 후기 젊은 세대의 모습을 나체가 지닌 감각으로 자유롭게 담았다. 이러한 그의 태도를 중국 정부는 비난했고, 해외는 주목했다. 한쪽에서는 포르노그래피라 말하고, 한쪽에서는 새로운 개성과 세계관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는 2월 24일, 30세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는 이제 그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창백해 보이지만 붉은 색감을 몸에 두른 여자들. 부끄러움 없는 노골적인 포즈. 몸과 몸을 결합하는 새로운 자세. 작품 속의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에너지를 우리는 어떻게 다시 경험할 것인가.

 

ⓒRen hang


싸구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그의 사진은 정교하지 않고 조명 효과도 조악하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놀이’에서 출발할 때 생겨나는 직관성과 자유로움, 도발적인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렌항의 작품이 지닌 매력은 여기에 있다. ‘그럴듯함’을 거절한다는 것. 우리가 카메라를 들이댈 때 피사체가 준비하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상 가능한 프레임에서 벗어난다. 예술이 일반적으로 취해 온 고고하고 아름다운 자세를 그는 거절한다. 그저 삶이 지루해서 사진을 찍을 뿐이라는 그의 솔직함과 당당함은 기존의 예술계가 지니고 있던 권위와 질서를 가볍게 넘어선다.


 

ⓒRen hang

이것은 하나의 놀이에서 출발한다. 렌항에게 사진은 고차원적인 예술도, 정치도, 학문도 아니다. 그저 그의 친구들과 심심해서 시작한 하나의 놀이였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그는 사진에 대한 특별한 교육 없이 그저 재미 삼아 친구들의 나체를 찍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 속 남녀도 일부 웹사이트를 통해 지원한 모델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의 친구들이다. 젊은 여자들과 남녀, 그리고 남남 커플은 지금 몸으로 표현하는 가장 순수한 놀이를 한다. 그들의 몸은, 특히 은밀하게 가려진 성기는 하나의 오브제로 사용될 정도로 이 놀이는 과감하다. 그들이 취하는 이 자유의 자세들은 우리에게 늘 다음을 궁금하게 하고 기다리게 만들었다. 지난 2월 24일,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진.


렌항은 중국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였다. 사진을 찍고, 시를 썼다. 도발적이면서도 시적인 작품들로 그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현대 작가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016년에는 세계적인 아트 페어 Unseen Photo Fair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2015년에는 CNN선정, ‛지난 세기에 촬영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ʼ에 뽑혔다. 또한 렌항만의 독특한 이미지 감각은 여러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와의 작업으로도 이어졌다. 때문에 자살로 추측된 그의 사망 소식에 예술문화계는 오랫동안 충격이었다. 수많은 해외 작가들과 갤러리, 잡지들은 이 비보를 SNS로 알리기 시작했고, 영국 BBC에서도 특집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보도하며 애도했다.

 

ⓒRen hang



ⓒRen hang



ⓒRen hang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 속 에너지는 여전히 너무 강렬하다. 아파트와 숲 속, 그리고 심지어 건물 옥상에서 그는 남성과 여성의 신체를 담는다.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그의 누드 촬영은 중국 검열의 대상이었고 그는 여러 차례 체포되고 사진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속 과감한 나체들은 중국 정부에게는 포르노였으며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대한 정치적 저항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여러 차례 미디어를 통해 그의 작품은 중국의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나의 예술은 중국의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예술에 간섭하고 정치질을 하는 건 중국 정부이다. 나는 그저 사진을 찍는다. 왜냐면 사진 없이는 삶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특별한 목표 또한 없다.” 
 
(Fotografiska 인터뷰 내용 중)
 


ⓒRen hang


그는 자신의 사진 작업 과정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얘기한다. 즉 정치 또는 예술을 떠나서 친구들과 새로운 장소에서 하는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는 자신과 모델이 이 촬영에서 재미를 느끼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나는 사진을 찍기 전에 나에게 먼저 묻는다. 나는 지금 이걸 즐기고 있나? 내가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같이 즐기고 있나? 왜냐면 사진 찍는 행위는 행복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찍는 사진들에 특별한 이유가 생겨버리면, 나는 그냥 잠깐 앉아 친구들이랑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첫 섹스 경험 따위에 대해 얘기한다”
 
(2016 포토레겐도 페스티벌 큐레이터 Marco Pinna와의 인터뷰 내용 중)

 

ⓒRen hang



ⓒRen hang

그래서 그의 촬영은 사전에 모델들과 많은 계획이나 논의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진다. 모델들의 몸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여러 개로 겹쳐지기도 한다. 공작새나 뱀, 체리, 나무, 꽃, 물고기는 신체의 새로운 부분이 되기도 하고, 강조하기도 하고, 없애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일상적인 몸을 새로운 형태로 만들고, 우리는 이 놀이를 통해 익숙하고 당연한 신체를 새롭게 경험한다.

 

ⓒRen hang



ⓒRen hang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몸. 여기서 몸은 더 이상 미적 대상이 아니다. 그저 몸을 구부리고, 개방하고, 겹쳐지고, 혹은 뒤틀어보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하다. 고정되고 당연하게 여겨졌던 몸, 아름답고 신성하게 그려졌던 우리의 몸은 새로운 즐거움을 위해 도구로 이용될 뿐이다. 때문에 그의 사진, 즉 그의 놀이의 단순히 개방된 나체가 아니라, ‘새로운 신체 만들기’이다. 우리는 새로운 몸에서 새로운 감각을 발견한다. 그것은 낯설고 기이하고 도발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나체는 새로운 휴머니즘과 자연스러움, 사랑에 대한 감각으로 열린다.

 
“저는 제 작업을 터부로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문화적, 혹은 정치적 맥락에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고의적으로 경계를 허물지도 않고요. 저는 제가 하는 걸 할 뿐입니다.”
 
(Fotografiska 인터뷰 내용 중)
 

ⓒRen hang


여기서 사진의 정치성, 완성도, 순간의 미학 따위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 해석은 불필요하다. 그의 작품은 초현실적으로도 읽혀지지만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것은 그저 몸의 반응을 따라가고 몸을 발견하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좀 더 유연하게 그의 놀이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지금 그가 보여준 자유의 자세로 말이다.


전시일정 2017. 3. 11 - 2017. 6. 11
전시장소 fotografisk (http://fotografiska.eu)


 

Ren hang (1987 - 2017)


렌항(Ren hang, 1987 - 2017)은 1987년 중국 창천에서 태어났다.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뉴욕과 파리, 코펜하겐, 프랑크루르트, 비엔나, 도쿄, 베이징 등에서 24회의 개인전을 열고 70회 이상의 단체전을 가졌다. 또한 스스로 16권의 모노그래프를 발행했으며, 최근에는 독일의 아트북 출판사 타셴Tashen에서 그의 모든 사진 활동을 압축하는 작품집을 발행했다.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전시한 스톨홀름의 미술관 fotografiska에서는 아직 그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글 오은지 기자
이미지 제공 fotografiska


해당 기사는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