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누그로호 《Lost in Parody》

《Lost in Parody》는 에코 누그로호의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지하 전시장에 설치된 3.5미터가 넘는 대형 자수 작품은 인도네시아의 한 작은 마을의 전통 자수 기법에서 시작한다. 누그로호는 전통 자수 제작자와의 협업을 통해 사라져가는 전통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찾아줄 수 있었다. 역사적 맥락을 이어 나가는 ‘자수 회화’ 작품에는 새로운 공동체 사회에 대한 작가의 믿음과 의지가 씨실과 날실처럼 짜여 있다. 2층에 전시된 정방형의 캔버스 작품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주목하고자 한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용과 싸우는 기사, 인도네시아의 울창한 정글 속 얼굴을 가리고 잠복해 있는 피에로와 원숭이, 흐드러진 꽃 속에 티셔츠를 입고 서 있는 인물들은 모두 눈만 보이게 그려져 있다. 작가는 가면, 즉 가려진 얼굴에서 민주주의와 평등 그리고 평화 이면에 숨어있는 폭력과 차별, 그리고 역사가 목도해온 혼란을 비춰보고 있는 것이다. 만화의 한 컷처럼 화면을 가득 채운 누그로호의 화려한 붓질에서는 화합과 평화를 줄곧 소망해온 작가가 느껴온 혼란의 감정을 읽어 볼 수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 9. 1 ~ 11. 14




 



A Pot Full of Peace Spells, 2018 ⓒ에코 누그로호


Love #1, 2019 ⓒ에코 누그로호


Love #5, 2019 ⓒ에코 누그로호


Unity In Hiding #1, 2018 ⓒ에코 누그로호

War is Another Meet And Greet Moments, 2019 ⓒ에코 누그로호
 

글 : 장영수 기자, 이미지제공 : 아라리오갤러리
게재일자 : 2020-10-15 11:00  최종수정 : 2020-10-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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