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틸만스, 홍콩에서 만난 현대사진의 거장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볼프강 틸만스, 홍콩에서 만난 현대사진의 거장



볼프강 틸만스의 사진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그가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고 성공한 사진작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지난 2000년 사진작가로는 최초로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했다. 영국 출신이 아니라, 비영국인 출으로 터너상을 받은 작가는 그가 처음이다. 2015년에는 사진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핫셀블라드상을, 2018년에는 독일현대미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Goslarer Kaiserring상을 수상했다. 베를린예술원과 영국 왕립미술아카데미의 정회원이기도 한 그는 뒤셀도르프 미술관, 영국 왕실예술아카데미, 테이트 모던 등 권위 있는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베를린 비엔날레,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등에 초청받는 등 현대미술 전반에서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다.  

무엇이 볼프강 틸만스의 사진을 특별하게 느끼게 하는 것일까?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정물 작업부터, 가까운 지인들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찍은 인물 작업, 사막부터 아프리카까지 여행하며 만난 풍경들을 담은 작업, 복사기를 활용하거나 암실에서 화학적 가공으로 얻은 추상작업, 그래픽이 첨가된 최근의 브렉시트 반대 포스터 이미지까지...

이 하나로 정의내리기 힘든, 볼프강 틸만스의 폭넓은 작업들은 그만의 자유로운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는 한 분야에 얽매이지 않은 채, 사진과 영상, 출판,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동시에 브렉시트 반대 운동이나 소수자 인권 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볼프강 틸만스를 홍콩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에서 만났다. 그는 부드럽고도 명확한 어조로 홍콩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 대한 소회와 ‘사진과 예술,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Wolfgang Tillmans, sections , 2017 ⓒ Wolfgang Tillmans
Courtesy David Zwirner, New York/HongKong, Galerie Buchholz,
Berlin/Cologne, and Maureen Paley, London





ⒸWolfgang Tillmans, Nee IYaow eow eow, 2017,
Inkjet print on paper, clips, 54 3/8 x 81, 1/8 inches,
138 x 206 cm, Edition 1 of 1, 1 AP

홍콩의 첫 인상은 ‘띠띠띠띠~’하고 귀를 때리는 신호등 소리에서 시작한다. 홍콩은 모든 것이 시끄럽고 분주한 도시로, 손바닥만큼 좁은 빌딩섬 안을 가득 채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은 바쁘게 도심 속을 지나친다. 그런 그들을 몰아세우는 듯 신호가 바뀔 때마다 날카롭게 울리는 신호등 소리는 어딘가 조급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홍콩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David Zwirner Gallery)에서 열린 볼프강 틸만스의 개인전에서는 이 신호등 소리를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페이스 갤러리, 가고시안 갤러리와 함께 뉴욕 3대 갤러리로 꼽히며 제프 쿤스, 쿠사마 야요이 등 세계적 작가들이 전속으로 소속돼 있다.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지난 1월 25주년을 맞이해 갤러리 전용 빌딩 H 퀸즈 빌딩에 홍콩지점을 개설하고, 그 두 번째 전시로 볼프강 틸만스의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다. 전시장은 2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볼프강 틸만스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약 70점이 넘는 사진들이 전시됐다. 벽면 위에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처럼 크고 작게, 리듬감을 가지고 배치된 그의 사진들은 단일한 이미지보다, 주변의 다른 이미지들과 어우러질 때 특유의 생동감이 넘쳤다. 5층 공간에서는 인물 초상과 정물 사진을 주로 보여줬다면, 6층 공간에서는 복사기로 스캔한 사진이나 뇌 스캔 사진 등 추상적인 작업 위주로 전시됐다. 이 두 층 사이의 계단에서는 일정한 시간에 반복적으로 ‘띠띠띠띠’ 하는 홍콩 특유의 신호등 소리가 났는데, 그것은 마치 이 두 개의 전시장이 작가의 내면과 외면 세계이고, 그 사이의 계단이 이 두 개의 사이를 잇는 건널목과 같다는 인상을 줬다. 관객들은 볼프강 틸만스의 내면에서 형성된 추상적인 세계부터 그의 눈을 통해 지각한 바깥세상의 풍경까지, 두 개의 세계를 신호등 소리를 들으며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볼프강 틸만스는 이 두 개의 층, 혹은 추상과 구상이라는 세계가 결국 ‘그가 파악하는 세상’이란 맥락에서 같이 있음을, 그리고 그가 이렇게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다양한 기법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너무 심각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Wolfgang Tillmans, Argonaut , 2017 ⓒ Wolfgang Tillmans
Courtesy David Zwirner, New York/HongKong, Galerie Buchholz,
Berlin/Cologne, and Maureen Paley, London



Wolfgang Tillmans, CLC 004 , 2017 ⓒ Wolfgang Tillmans
Courtesy David Zwirner, New York/HongKong, Galerie Buchholz,
Berlin/Cologne, and Maureen Paley, London



홍콩에서의 첫 전시를 축하한다. 아시아에서 열린 개인전으로는 일본에 이어 홍콩이 두 번째이다. 이번 전시는 홍콩에서 찍은 사진들도 눈에 띄는데 언제 찍은 것인가?
25년 전에 홍콩과 마카오를 처음 여행했었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홍콩과 마카오 사진은 25년 전에 찍은 사진과 이번 방문 때 찍은 사진이 섞여 있다. 항상 경계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과의 경계이다. 그 지형적인 경계가 어떻게 물질적으로 드러나는지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이번에 홍콩을 찾았을 때는 길거리에서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작은 파티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는데, 요즘같이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않고 온라인에서 어울리는데 익숙한 시대에, 길거리에 앉아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자유롭게 카드놀이를 즐기는 그들의 표정이나 제스처, 웃음 등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작을 보면 일반적인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도 있지만, 뇌를 스캔한 작업이나, 사진 복사기를 활용한 작업도 있다. 이런 다양한 이미지들로 전시를 어떻게 구성했나?
나는 복사기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복사기로 작업한 사진은 매우 칼라풀하다. 나는 사진이 (평면 이미지가 아니라) 조각적이고 물질적인 오브제라는데 관심이 있고, 또 전시의 한 요소로 소리(신호등 소리)도 첨가했다. 어떤 사진들은 매우 현실적이고, 또 어떤 것들은 그렇지 않다. 내게 사진은 단순히 이미지 정보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는 오브제이다. 매우 얇고 휘어지기 쉽고, 때때로 깨지기 쉬운 형태로, 우린 이렇게(사진의 뒷면을 보여주며) 그 사진 종이의 뒷면도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인화된) 사진을 오브제 그 자체로, 하나의 물질로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추상적인 작업과 구상적인 정물 작업, 인물 작업 등 다양한 작품이 있는데, 이 작업들이 한 맥락 안에 동시에 존재하나? 전시 공간이 두 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층에서 보여주는 작업들이 어떻게 다른가?

각 층에 전시된 사진이 다르고, 느낌도 다른데, 한 전시 안에 어떻게 같이 있는지에 대해서 말인가? 그 사진들은 확실히 같은 맥락 속에 있다. 각 층의 작업은 다르지만, 각각의 작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양상이다. 전시의 각 층이 서로 비슷하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나는 전시에서 서로 다른 분위기를 교차시키는 공간적인 구성으로, 관객들이 각각의 공간에서 다른 느낌을 받기를 원하고, 그들이 그 느낌이 왜, 어떻게 다른지 내게 묻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데, 다행히도 사진가이자 예술가로서 사진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느끼며 작업하지는 않는다. 때로 어떤 작가들은 일종의 열등감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가 (예술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작업도 무척 심각하게, 하나의 태도로만 작업하고, 그것을 반복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심각하게 작업할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나는 사막에도 관심 있고, 천문학, 인물초상 등 다양한 관심이 있는데, 왜 내가 나 자신을 엄격하게, 하나의 스타일로만 고정해야하는가?

그렇다고 언제나, 하루 종일, 모든 것을 사진 찍지는 않는다. 때로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찍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찍기도 하고, 어떨 때는 하루 종일 사진을 찍기도 한다. 다양한 소재들을 찍지만, 그렇다고 동시에 끝없이 이것저것을 찍어대는 것은 아니다.


냉장고 안 음식들이나 탁자 위의 양파 같이 일상적인 오브제를 찍은 사진도 있는데, 정물사진은 어떻게 찍나?
가령 냉장고 사진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내가 그냥 평범한 냉장고 속을 찍었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대체 누가 냉동실에 계란을 넣어놓나? 누가 이렇게 아이스크림을 냉장고 바닥에 녹게 버려두나? (웃음) 정물사진을 찍을 때도 당연히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나는 매우 이상한 사물이나 일탈 행동 등을 (내 사진에서) 평범하게 느껴지도록 보여준다. 1995년에 내 사진책이 처음 나왔을 때, 나무 위에 벌거벗은 남녀의 사진은 그 당시 젊은 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기록(document)했다고 말해졌다. 사실 나는 신중하고 의도적으로 그 장면을 연출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연출이 아닌) 현실이라고 본다. 그것이 사진의 힘이다. 사진 속 장면을,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현실이라고 받아들인다.

나는 모든 사진에서, 관객들이 이 사진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내가 (그 사진) 안에서 실제로 무엇을 보기를 원했는지, 카메라와 나 사이에 어떤 변형(translation)이 이뤄졌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싶다. 물론 이 사진들은 결코 리터치하지 않았고, 픽셀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 필름이나 종이 위로 나온 이미지들은 결국 내가 창조한 것이다.



ⒸWolfgang Tillmans, Portrait in darkness, shortly after totality, 2017,
Inkjet print on paper mounted on Dibond aluminum in artist's frame 83,
1/2 x 57, 1/4 x 2 3/8 inches, 212 x 145 x 6 cm, Edition 1 of 1, 1 AP



Wolfgang Tillmans, Evelene (post solar eclipse) , 2017
ⓒ Wolfgang Tillmans Courtesy David Zwirner, New York/HongKong,
Galerie Buchholz, Berlin/Cologne, and Maureen Paley, London



ⒸWolfgang Tillmans, Love (hands in hair), 1989, Inkjet print on paper, clips, 72 1/8 x 54, 3/8 inches,
183 x 138 cm, Edition 1 of 1, 1 AP



당신의 사진이 다른 사진과 구별되는,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냐면... 가령 오늘 아침 일찍 이 곳에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질문자 뒤로 펼쳐지는 홍콩의 빌딩 풍경을 바라보는 게 재밌었다. 내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는데 따라 뒤의 빌딩이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하곤 했고, 나는 그 시차(Parallx, 視差)를 예민하게 관찰했고, 또 그것을 놀이처럼 즐겼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는 재빨리 내 카메라를 가져와 3 컷의 사진을 찍었다. 그것을 보고, 상대가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시대에 사진작가는 무엇을 찍는가?’라는 비슷한 질문을 해서, ‘나는 내 눈으로 세상을 본다. 카메라는 아주 잠시 동안 나와 세상 사이에 넣어 둘 뿐이다’라고 답했다. 사실 난 사진을 찍는 행위(the act of Photography)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나는 단지 기술적으로, 화학적으로, 시각적으로 대상, 혹은 세계를 이해하기를 원할 뿐이다. 나는 아주 짧은 순간 일어나는 변형의 과정에 무엇이 생기는지 알기 원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오직 사진을 찍는 행위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그들은 사진 그 자체나, 사진이 어떤 의미를 만드는지를 이해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이건 완전히 부조리한 현상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사진을 찍든, 그것이 내 작업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그들은 (사진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원할 것이고, 혹은 자신이 사진 속에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것이다. 사실 그것은 슬프고도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오랑우탄을 보러간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은 그 곳에서 오랑우탄을 (자신의 눈이 아니라) 아이 패드를 통해 보고 있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꽤 슬픈 상황이다.
나는 이런 현상이 사람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섹스하지 않는 현상과도 관련 있다고 본다.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젊은 사람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성행위를 덜 한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30대 이상인데 성행위를 해보지 않은 이들이 늘고 있다. 우리는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것, 혹은 보는 것이나 관계 맺는 방식을 계속 유지해야한다.


이번 전시에는 아프리카 여행을 하며 찍었던 사진이나 홍콩을 방문해 찍은 사진이 있다. 어떤 낯선 것과 조우할 때, 당신은 그 순간 즉각적으로 사진을 찍는 편인가? 아니면 면밀하게 살펴보고 그 대상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할 때 카메라를 드는 편인가?
사실 내가 예전에 “사진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다”란 말을 했었고, 이 말이 꽤 많이 인용이 됐다. 나는 내가 그 말을 왜 했었는지, 언제 했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예전에 그 말을 했었던 것은 기억한다. 그런데 사실 ‘사진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마 “내가 어떤 것을 이해했다고 생각할 때 사진을 찍는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여기 테이블을 보면, 이 금속 부분의 이음새를 볼 수 있지 않나? 이건 단순히 내 눈에 잡힌 장면으로, 이것은 순간적으로 이 사물에 대해 이해한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 자세히 보면 이 금속 이음매 안에 1mm의 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처음 어떤 사물을 봤을 때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이해해야 할 것들이 더 많이 있다. 나는 사물의 본질 중, 한 부분만을 이해했을 뿐이다.

내가 방에 들어가서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사진을 찍는데, 이것은 심리적으로 그 냄새를 이해한 것을 사진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이런 변형은 매 순간, 다른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렇지만 어떤 대상을 찍기 전에 연구하고 완전히 이해(comprehension)한 후, 찍는다는 것은 너무 과하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모든 대상에 대해 연구할 수는 없다. 다만 만약 새롭고, 완전히 알 수 없는 것에 조우했을 때, 마음을 연다면, (그 대상에 대해) 진실하게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Wolfgang Tillmans, Kammerspiele, 2016,
Inkjet print on paper mounted on Dibond aluminum in artist's frame 22,
1/2 x 29 ,1/4 x 1, 1/4 inches, 57 x 74.3 x 3.2 cm, Edition 2 of 3, 1 AP




ⒸWolfgang Tillmans, river bed, 2017,
Inkjet print on paper mounted on Dibond aluminum in artist's frame 30,
3/8 x 39, 3/4 x 1, 1/4 inches, 77.1 x 100.8 x 3.2 cm, Edition 3 of 3, 1 AP


당신은 90년대에 젊은 시대정신과 마이너리티(소수자)의 문화를 대변하는 진보적 작가로 평가받았다. 이런 명성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존재감은 우리가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왜냐면 때때로 존재감, 혹은 명성을 원하는 것은 허영일 수도 있다. 먼저 우리는 사회의 어떤 일에 대해 자신만의 의견과 시점을 가지고, 사회를 위해 기여해야한다. 그것은 예술적인 형태의 기여일 수도 있다. 그런 기여가 사회에서의 존재감, 명성이 되는 것이지, 허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약 네 생각이 흥미롭다면 너의 예술이 흥미로울 것이고, 만약 네 생각이 지겹다면 네 예술도 지겹겠지. 미안, 당연한 이야기를 했네. (웃음)

나는 음악과 삶, 정치, 패션, 과학 등에 관심이 있는데, 여전히 이런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이건 그냥 선택의 문제이다. 다행히도, 난 람보르기니나 혹은 고급품으로 둘러싸인 삶을 원하지 않는다. 내가 성공했다고 해서 내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싶지 않다. 같은 장소에 가고, 내가 예전에 했던 방식으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그들과 연대한다. 이런 방식이 내가 관심가지는 (소수자에 대한) 진보적인 작업을 지속케 하는데, 그에 대해 감사한다. 어떤 사람들은 쉽게 지친다. 나는 내가 하는 일, 지지하는 일에 대해, 아직 지치지 않았다. 또 아마 앞으로도 쉽게 지치지 않을 것이고, 이 행운이 계속되기를 바란다.(Knock on wood)


다음 작업에 대해 말해 달라. 이미 성공한 예술가의 반열에 올랐고, 또 젊은 시대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졌기에, 그러다보니 항상 새롭고 젊은 작업을 선보여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받지는 않나?
내가 성공한 예술가이기에 (작업에 대해) 받는 압력은 별로 없다. 그냥 나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 내가 시각 예술가라 좋은 점은 이 일을 정말 오랫동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운동선수도 아니고, 팝 스타도 아니지 않나? 가령 내가 만약 팝 스타라면, 25살에 큰 상을 받고 호평을 받은 앨범 뒤에, 평가를 나쁘게 받은 앨범을 내놓으면 재기하기 좀 힘들 것이다. 벌써 25살이야? 하면서.   

하지만 나는 올해 50살이 되는데, 실패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젊은 예술가들은 에너지가 넘쳐서 위로 올라가기를 원하고, 또 그런 갈망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지만, 이미 성공한 예술가에게는 더 이상 그런 동인은 필요 없다. 나는 그저 내가 관심 있는 부분에만 집중할 뿐이다.


 


Wolfgang Tillmans, Sunken Forest , 2017
ⓒWolfgang Tillmans Courtesy David Zwirner, New York/HongKong,
Galerie Buchholz, Berlin/Cologne, and Maureen Paley, London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David Zwirner Gallery (hk.davidzwirner.com)
해당 기사는 2018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