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현 작가가 사랑하는 출사지 | 겨울 여행 Aomori


고소가와라시의 해변


 
글 박민경 출판전시기획연구소 부소장


아오모리현(靑森縣)은 일본 혼슈(本州)의 북쪽 끝에 위치하여 기후나 역사·지리학적으로 홋카이도와 함께 북일본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연간 기후차가 크고 그에 따른 계절색이 뚜렷한 곳으로,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오마(大間) 참치와 사과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특히 ‘아오리 사과’는 ‘아오모리’라는 지역명에서 유래됐다. 봄이면 일본의 3대 벚꽃 명소, 여름은 네부타 축제(青森ねぶた祭), 가을은 칼데라 호수에 반영된 단풍, 겨울에는 순백 설국의 매력이 가득하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사계절 내내 힐링할 수 있는 일본의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장소로 사진가 조세현 작가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손꼽는 사진인의 출사지로 사랑받고 있는 곳이다.


 

히로사키시의 이와키산


 
조세현 작가가 아오모리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서진, 하지원 등 많은 연예인의 패션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 방문하기 시작했던 2010년부터다. 아오모리의 겨울을 촬영한 사진집 『Dream of Aomori』은 출간 과 동시에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에서 개최한 사진전을 통해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아오모리현은 조세현 작가의 사진에 감명을 받아 시라카미산(白神山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20주년을 기념하는 촬영을 의뢰했고 사진전을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아오모리현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위촉되어 오랜 기간 동안 아오모리의 사계절을 기록해 오고 있다.


 

 

시라카미산(세계자연유산)


 
아오모리현은 백두산과 같은 위도에 위치한다. 백두산은 고려 시대에 두 차례 이상 대규모로 분화했고 당시 화산재가 편서풍에 의해 일본까지 영향을 주었다. 일본의 역사서에도 ‘하얀 재가 마치 눈처럼 내렸다’라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촬영으로 백두산을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는 작가는 아오모리의 환경이 백두산과 흡사하다고 말하면서 가장 동양적인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산간 지역인 핫코다는 습원 과 고산 식물의 보고다. 겨울철에는 상고대를 관찰할 수 있다.

“아무래도 가장 기억이 남는 곳은 핫코다의 ‘수빙 (水氷)’이에요. 이걸 보려고 해발 1500m나 되는 곳에 열 번도 더 갔어요. 수빙은 핫코다에서만 볼 수 있는 명물이에요.”

수빙은 ‘스노우몬스터(Snow Monster)’라고도 불리는데 우리에게는 ‘상고대’라는 단어가 더욱 친숙하다. 공기 중 수분이 나무와 가지에 얼어붙어 만들어진 천연 조각이다.

“저 얼음 속에 나무가 있어요. 수빙은 단지 춥다고 만들어지지 않아요. 적당한 습도와 온도가 있어야 하죠. 사진을 보면 마치 사람 같다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짐을 짊어진 사람 같기도 하고, 어딘가 끌려가는 노예 같기도 해요. 저는 원래 인물 작가잖아요. 나도 모르게 자연 속에서 사람을 찾고 있더라고요.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마음에 가장 크게 와닿았던 생각은 사람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거죠. 자연 안에도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게 많아요. 여전히 저에겐 사람이 중요해요.”



 

핫코다산의 수빙(Snow Monster)



도와다시의 겨울풍경



조세현 작가가 아오모리를 기록한 사진 중에는 인물사진도 있지만, 대부분이 풍경사진이다. 아오모리에서 풍경사진을 찍을수록 자신이 인물사진가라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카메라를 통해 대자연을 마주하며, 아오모리라는 공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는 자연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는 작가의 겸양의 표현이 분명하다. 인물사진을 통해 내면을 드러나게 하던 예리한 작가의 시선이 풍경에도 역시 닿아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속에 펼쳐진 아오모리의 이루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겨울 풍광을 통해서 조세현 작가만의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섬세함이 드러난다.



아오모리 겨울 출사지 Tip
핫코다산(八甲田山) 상고대와 설산

핫코다 로프웨이를 타고 오르면 설국의 풍경과 수빙(水氷)을 더욱 쉽게 만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스노우몬스터’라고도 불리는 수빙은 사진작가들이 겨울에 가장 촬영하고 싶어 하는 상고대(霜高帶)를 말한다.


도와다 호수 겨울이야기(十和田湖 冬物語)
호수 주변에 커다란 설상과 루미나리에, 불꽃 축제가 어우러져 아오모리의 로맨틱한 겨울을 담을 수 있다.


히로사키 공원 겨울 벚꽃 라이트업(弘前公園堀 冬に咲く桜ライトアップ)
눈과 빛의 판타지로 불리는 축제로 히로사키성을 둘러싼 해자 주변 벚나무에 연분홍 조명을 비추어 얼어붙은 물과 나무에 쌓인 눈이 마치 겨울에 피어난 벚꽃처럼 보인다. 야경사진을 촬영하기에 매력적인 장소다.

 



아사무시 온천(浅虫溫泉)
아사무시 온천은 역사가 깊은 온천지로 유명하다. 료칸의 방 안에서 아름다운 일몰과 일출이 보이는 바다를 촬영할 수 있다. 그중 난부야·카이센카쿠(南部屋·海扇閣)는 온천과 오션뷰 룸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일몰과 일출 풍경을 촬영하기에 좋다.

 



네부타의 집 와랏세 (ねぶたの家 ワ·ラッセ)
일본 3대 마츠리(축제) 중 하나인 네부타 마츠리는 8월 초에 열리는 여름 민속축제다. 축제에 사용한 역대 네부타(가마 위에 종이와 전구를 사용해 세공한 대형 등롱)가 전시되어 일년내내 네부타 장인의 땀과 마츠리의 열기를 느껴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아오모리베이 촬영 히든 스팟, 리라보 메디컬스파&스테이(Relabo Medical Spa&Stay)
아오모리베이에는 네부타의 집, 와랏세와 복합쇼핑공간 A-Factory가 모여 있으며 아오모리베이 브릿지와 산책로가 기차역과 시내에 가까이 위치한다. 아오모리의 도심 풍경과 아오모리베이를 함께 담기 위한 최고의 촬영 스팟은 아오모리 역사 안에 있는 호텔, 리라보 메디컬스파&스테이 안에 있다. 6층 온천 이용객을 위한 라운지의 테라스와 4층 레스토랑 창밖에 펼쳐진 파노라믹 뷰를 촬영하기 좋은 장소다.

 

리라보 메디컬스파&스테이 4층 레스토랑 뷰(좌), 리라보 메디컬스파&스테이 6층 라운지 테라스 뷰(우)


 


조세현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패션 및 인물 사진작가로 활동해왔다. 사진집으로는 『천사의 편지』 『A Walk in Aomori』 등이 있으며, 저서로 『조세현의 사진의 모험』 『Photographer’s Says』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