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이슈]국가는 어디에 있는가?①

우리는 야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정부에 의해 문화 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로 검열되고, 꽃 같은 아이들이 수장(水葬)되는 광경을 온 국민이 손 놓고 바라봐야만 했다. TV에서는 연일 국가 권력을 휘젓던 갖가지 비리와 음모가 스산하게 까발려지고 있다. 희망 없는 나라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헬(hell) 조선’이란 말이 관용어구로 굳어진 이 시대에, 새삼 ‘국가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무색해진다.

 
​ⓒ권홍
 
 


국가가 국민의 불안을 책임지는 아니라 국민의 불안을 방기하고, 오히려 조장해서 이용하는 이 시대에, 과연 국가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가? 이 야만의 시대에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여기 예술을 통해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작가들이 있다. 권홍의 <빛과 선으로 시절을 그리다>전은 광화문 촛불집회의 현장에서 직접 몸을 던져 찍은 성난 시대의 초상을 통해, 이 땅에 아직 희망은 있는지 묻는다. 예술지구_p에서 열린 전시에서는 ‘과연 국민을 위한 나라는 있었는가?’라는 직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조습은 신작 <네이션(Nation)>을 통해 ‘과연 우리는 과거보다 좀 더 발전되고, 진보한 나라에 살고 있는지, 혹은 그런 믿음이 폐허 위에서 꿈꾸는 한낱 백일몽에 불과한지’ 특유의 풍자와 아이러니를 통해 묻고 있다.


권홍작가, <빛과 선으로 시절을 그리다>
김소희 기획,
조습작가, <네이션 Nation>


“촛불에서 희망을 보다”
권홍 <빛과 선으로 시절을 그리다>


 
​ⓒ권홍


김기호, 권홍 작가의 2인전 <빛과 선으로 시절을 그리다> 전시가 지난 1월 5일부터 14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김기호 작가의 연필 드로잉 작업과 권홍 작가의 패닝·다중노출을 통해 촬영한 사진이 함께 선보였다. 또한 권홍 작가가 최근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를 촬영한 흑백사진 10점이 함께 전시됐다.


권홍 작가는 지난해 10월 29일 열린 1차 촛불집회부터 10차 촛불집회까지 참석하며, 시위대 속에서 함께 행진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패닝과 다중노출 기법을 동시에 사용한 흑백사진으로 광장의 모습을 마치 수묵화처럼 담았다. 권홍 작가는 “평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고, 의미 있는 장소나 행사들을 특별한 방식으로 찍어왔다”며 “이번 촛불집회도 내게는 개인적인 경험이어서 나만의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전했다.


 

대통령 탄핵 관련,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국가에 대한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고, 집회 현장에서도 ‘이게 나라냐’며 많은 분이 절망을 표출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저는 그런 촛불을 든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고 무너진 자존감이 회복된다고 느꼈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중첩이 된 시민들의 얼굴, 촛불들은 오히려 뭉개지기보다는 더욱 하나하나 또렷해져서, 집단의 움직임이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뜻이 있고, 생각이 있어 지금 이곳에 있다는 존재감이 확연히 전해진다.

 
​ⓒ권홍


“원경이나 이런 부분은 약간 수묵화 느낌이 들도록 이미지를 번지게 찍었지만, 행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움직임, 촛불, 깃발의 펄럭임 등은 함께 움직이면서 속도감 있게 찍어 좀 더 생생하게 담으려 했습니다. 세월호를 기리는 촛불들은, 세월호의 배를 형상화한 오브제를 중심으로 촛불이 양옆을 밝힐 수 있도록, 다중노출로 흔들어 찍었고요.”


그의 촛불집회 사진을 보면 새삼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2016년도 ‘올해의 사자성어’가 실감 난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라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 그의 사진 속 흔들리는 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거세게 밀어닥치는 파도의 물결과도 같아서, 그 출렁이는 에너지가 화면 밖까지 전해진다. 권홍 작가는 “앞으로도 계속 촛불집회에 참여해서 사진을 촬영할 것이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이번 촛불집회에서 찍은 사진들을 모두 정리해 한 자리에서 전시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권홍
권홍은 지난 해 <떳다방사진전, 익선동 다이닝카페 갤러리>와 <병신무란하야제, 인사동 나무아트>, <광장 환대의 문지방, 인천아트플랫폼>, <우리모두가 블랙리스트, 인사동 아리수갤러리> 등의 전시에 작품을 출품했으며, 올해 1월 5일부터 <빛과 선으로 시절을 그리다> 전시를 갤러리브레송에서 2인전으로개최했다.

 
글 :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 권홍 작가

해당 기사는 2017년 2월호게 게재된 기사입니다.